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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4. 2017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람은 누군가의 보물이 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배신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새로운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본듯한 내러티브로 인해 영화의 매력을 좀 반감시킨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시리즈가 가진 매력과 CG의 스펙터클함은 여전했고 잭 스패로우 스타일의 웃음코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섯 번째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독특한 것이 있다면 바로 여성 과학자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중세시대에 한국도 그렇지만 유럽에서도 여성이 지적인 것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종사하는 것이 터부시 되었다. 


존경할만한 여성과학자 중 먼저 떠 오르는 사람은 에밀리 뒤 샤틀레다.  지적인 것을 추구하는 여성을 마녀로 몰았던 시기를 지났지만 그녀는 아직 여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시대를 살았다.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난 샤틀레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는데 모든 귀족 집안의 여성과 달리 그녀는 남편감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하는 대신 분석 기하 (데카르트)를 읽고 다른 과학자들의 업적을 탐구하고 발견을 하는데 열중이었던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연상케 할만한 캐릭터였지만 그녀의 활약이 기대한 것보다 못 미친 것 같아 아쉬웠다. 


악역의 비중이 주인공보다 더 큰 요즘에는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악역이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잭 스패로우를 노리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죽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캡틴 살라자르는 마의 삼각지대에 수십 년을 살면서 그에 대한 원한을 키워간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해적에게 잃은 그는 해적에 대한 원한으로 살아갔던 사람이다. 마지막 해적까지 소탕했다고 하는 순간 젊은 잭 스패로우에게 함선과 선원 모두를 잃게 된 그는 원한을 키워가며 칼을 갈며 그를 만날 날만을 기다린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마니아를 만든 이유는 영화가 유쾌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이전 작품에 비해 식상해지긴 했지만 역시 해상에서 벌어지는 전투신은 캐리비안의 해적 다웠다. 이번 작품에서는 터너와 엘리자베스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미미하다. 그래서 천문학자(앞에 여성을 붙이지 않았다.) 역할의 카리나와 헨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 빈 공간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자신이 하는 일을 전문 천문학자(표현하는 단어가 매춘부 속어와 유사하다.)라고 소개하지만 무식한 선원들은 성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매춘부)으로 오해한다. 

범선의 시대가 열리고 나서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귀신이 바다에 떠돈다고 생각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경이 된 시대는 돛이 달린 범선이 주가 되는 시기였다. 19세기 중반에 등장했던 멋진 쾌속 범선(clipper)은 항해 기술의 절정으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블랙펄은 가장 잘 설계된 범선으로 등장한다. 잘 설계된 범선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항해하는 데에는 채 100일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었다. 

브렌튼 스웨이츠와 카야 스코델라리오를 통해 캐리비안의 해적을 참신하게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걸 크러쉬의 대표 캐릭터 스완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메울 누군가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리나 스미스는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당찬 귀족 여성으로만 등장했던 스완과는 달리 '전문직 여성이자 과학자'라 칭하는 천문학자가 반갑기도 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잭 스패로우 때문이다. 끊임없이 '꼼수'를 생각하고 능글맞으면서도 재치 있고 인간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미가 있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OST, 'He's a Pirate'가 중요한 전투신이나 엔딩이나 중요한 시기에 나오는데 정말 반가웠다. 

시리즈 내내 시종일관 배신과 합작으로 잭 스패로우와 같이 가기도 하고 등을 지기도 했던 바르보사가 중요한 인물로 부각된다. 잔인하기로 치면 잭 스패로우를 넘어서지만 그도 자신만의 보물에게는 인간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인간미가 넘치는 느낌이다. 시리즈가 주는 해상 전투신을 이끄는 것은 바르보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초반에 몰아 있는 듯하다. 지상에서 건물 하나를 통째로 끌고 다니는 통 큰 액션이나 사일런트 메리 호가 펼치는 해상 접전, 갈라진 바다와 해저 바닥을 표현해 낸 정교한 세트는 캐리비안의 해적 다섯 번째의 백미다. 무언가를 탐하지 않고 그 능글맞은 것조차 매력으로 만든 잭 스패로우를 다음에도 만나볼 수 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사람은 누군가에는 보물이 되며 사랑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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