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충북문화관 숲 속갤러리의 기획전, 본질로 가는 길
무언가의 본질이라는 것은 어떤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알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바로 사물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사물의 존재 그 자체라는 뜻에서 사물의 실체라고도 보았다. 사물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의 본질이란 사물의 본성(그리스어 physis, 라틴어 natura)이다. 라틴어 번역인 'essentia'는 '존재한다'에서 온 말이며 '참으로 그것인 것'이라는 뜻이다.
광역지자체중에서 광역시나 특례시가 없는 곳이지만 다양한 예술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충청북도이며 그중에서 청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청주에 자리한 충북문화관은 오래된 도지사 건물을 활용하여 만든 곳으로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과도 연계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청주시는 10월과 11월에 되면 음악감상회, 뮤지컬 공연, 국악 여행, 창작 음악등 다양한 문화공연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자리한 미술관과 전시관에서 예술을 만나볼 수가 있다.
요 근래 들어서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여유 있고 풍성해질 때 삶을 성찰하고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림 역시 많이 그리고 많은 것을 보고 연습할수록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평생 불안정한 정신 상태와 고독 속에서 살았던 대표적인 화가로 강렬한 색감과 붓질로 인상적인 작품을 남긴 빈센트 반 고흐는 작품 속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생생한 빛이 내면의 투쟁과 예술에 대한 열정에 자신을 불태웠던 사람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집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방문해 보는 것은 항상 색다르고 재미가 있다. 다른 사람의 집의 공간에서 새로운 관점과 삶을 엿보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데 큰 영향을 미치며 지금도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고택과 근대주택을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았던 곳에는 그 사람들만이 가졌던 그런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햇살이 비추고 있는 충북문화관의 건물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장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식지 않은 열정을 가졌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싶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간다.
충북문화관의 안쪽에는 숲 속갤러리가 있는데 2층 규모로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조영동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데 본질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지난 6일부터 12월 15일까지 만나볼 수가 있다. 격동의 역사를 살아낸 한국의 예술가들 역시, 작품 속에 그들의 삶과 시대적 고뇌를 담아냈었다. 조영동 작가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지난 6일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전이다.
이번 충북문화관 기획전에서는 유족이 소장한 유작 중 50여 점을 선정해 공개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작품은 조 화백이 후학을 양성한 성신여대에 기증됐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8일 성신여대 박물관에서도 회고전 ‘조영동, 다시 성신에서’가 개막했다고 한다. 고난의 시대 속에서 꽃핀 추상미술을 볼 수가 있는데 조영동 화백은 예술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조영동 화백은 1998년 성신여대를 퇴직할 때까지 미술 교육에 헌신하였다.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이후, 그는 슬픔과 절망, 인간의 한계를 작품에 녹여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창작의 끈은 에케호모(Ecce Homo,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로 이어졌으며 마지막까지 인간 생명의 근원과 본질에 다가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한다. 조영동 화백은 절망의 끝자리에서도 희망의 빛으로 온 힘을 다해 달렸다고 평하고 있다.
“죽음보다 삶이 어렵고 구상보다 추상이 어렵다”
그의 유작이기도 한 이 추상작품들을 그린 조영동 화백은 스승이었던 장욱진 선생님으로부터 정신적인 영향을 밀접하게 받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평생 과업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본래의 것으로 근원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순수조형에서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추상작품의 특징이라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패턴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 패턴 속에서 생명의 본질이라던가 어떤 미술 장르에서 색다름을 발견한다고 할까. 조영동 화백 역시 유화, 판화, 조각등의 다양한 미술장르를 넘나들었으며 수채, 파스텔, 연필, 볼펜등 재료에 구애받지 않은 드로잉 작품들을 남겼다고 한다. 빠른 필치의 남다른 손놀림은 순각적인 감각이 극적으로 포착된 시각적인 유희를 완성해 냈다고 한다.
얼마나 디테일하냐에 따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느냐가 달려 있다. 요동치는 감정이 퍼즐의 조각처럼 흩어졌다가도 무질서한 모습 속에 도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된다. 인간과 자연, 절제와 상징, 삶과 죽음, 존재와 본질등은 표현적인 세걔를 발견하기도 하고 절대적인 공간개념과 물성의 본질적인 세계를 추구하기도 하였다.
조영동 화백 역시 작품에 대한 완성도는 80퍼센트 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항상 미완성은 그런 여지가 남겨져 있다. 그림을 그릴 때 고민되는 것은 이 정도면 괜찮은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이 할 수가 있다. 항상 어려운 것이지만 예술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미완성으로 남겨지며 그 여지를 남기고 있다.
2024 충북문화관 기획전
충북문화관 숲 속갤러리 전관
2024.11.6. Wed ~ 12.15. Sun
조영동 초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