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6 이탈리안 잡

성동격서 (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 

손자병법의 계략 중에서 승전계의 제6계인 성동격서만큼 많이 활용하는 계책이 있을까. 거의 모든 실생활에 적용이 될만할 정도로 많은 곳에서 활용이 되고 하다못해 둘이서 오목을 둘 때에도 성동격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본적인 계책 중 하나다. 뻔히 다섯 개의 돌이 놓일 때까지 상대방이 바라보고 있지 않을 테니 마치 다른 곳에서 다섯 개의 돌을 완성할 것처럼 하면서 미리 한수를 대비해 놓는 것이 오목에서 이기는 방법 중 하나다. 이 계책은 전쟁이나 전투뿐만이 아니라 범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활용을 하고 있다. 주된 목표의 반대쪽을 먼저 공략한 이후 그 결과로 얻은 세력 등을 이용해 상대의 주의를 분산시키면서 주된 목표를 공격하는 우회전술이고 잘만 사용하면 효과적이어서 많이 활용이 된다. 

범죄를 그린 영화에서 상대방을 기만하는 것은 기본적인 복선을 깔아 두는 것을 넘어서 극적인 재미를 더해준다. BMW 미니를 인상적으로 그린 영화로 이탈리안 잡이라는 영화가 있다. 금고털이 전문점이었던 존 브릿저는 은퇴를 결심하지만 동료인 찰리, 스티브와 함께 3천5백만 달러어치의 금괴가 든 금고를 각격의 역할을 맡아서 탈취하지만 동료인 스티브가 이들을 배반하면서 존 브릿저는 죽고 살아남은 찰리와 나머지 동료들은 스티브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게 된다. 조심성이 많은 스티브를 속이고 금고를 탈취하기 위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을 공략하면서 스티브의 금고를 존 브릿저의 외동딸 스텔라와 함께 탈취하기로 계획을 짠다. 

성동격서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기만에서 출발을 한다.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은 부분을 공략해야 효과적이며 거럴듯해보이지만 효과적인 거점 역시 짜임새 있게 공격해야만 동쪽에서 소리친 것이 그렇게 기만될 수가 있다. 한국전쟁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을 효과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UN군은 인천에 상륙하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여러 기만전술을 사용했다. 성동격서의 전술은 정치인이나 언론에서도 자주 활용이 된다. 혼란과 기만을 통한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자원을 분배하거나 주의를 돌려서 실제 목표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도 포함이 된다. 수많은 언론이나 유명인들을 앞세워서 하는 기만의 방법은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이 되고 있다. 

동물 농장으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의 작품 1984에서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윈스턴은 정부기관 중 하나인 진리부에서 과거를 조작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려다가 결국 빅 브라더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전체주의 사회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은 당시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진보된 정보통신에 대한 감시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이 진보되었다고 해서 더 민주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SNS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라도 우리는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배신을 당했던 일행들이 결국 뜻한바대로 이룬다는 결말로 나아갔지만 사실 이들 모두 범죄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만하는 것에 의해 왜곡되고 사고의 자유조차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미 역사 왜곡은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역사 왜곡은 긴 시간으로 본다면 전혀 사실도 아니고 진실에 다가가지도 못한 거짓을 마치 사실처럼 인식하고 잘못된 결정을 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가 동쪽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정말 중요한 일들이 서쪽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나 그럴듯하면서도 돈이 될 것 같은 정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서 큰 손해를 입기도 한다. 주식 중개인들이 부와 권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금융 사기와 기만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문제가 된 사례들도 적지가 않다. 

영화의 흥미로만 본다면 이탈리안 잡은 재미있는 영화다. 그 속에서 속이려는 일행과 모든 이를 속이고 금괴를 훔치고 그것을 잘 보관하려는 사람과의 대립은 말 그대로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에서 취할 바를 취하는 성동격서의 계책을 잘 활용했다고 볼 수가 있다. 영화 속에서 리더 격인 찰리는 "나는 모든 사람을 신뢰해, 다만 그들 안의 악마는 잊지 않아.(I Trust everyone, It's the devil inside them I don't trust.)"라는 대사를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동쪽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믿어주길 바라며 서쪽으로 발길을 하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