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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정 Jul 25. 2022

뉴저지에서 방구하기 (서러움 주의)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친구네 집에서 이제 나가야 할 타이밍이 되었다. 드디어 그 날이 오고 만 것이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이 집에 너무 익숙해져서, 나는 지금 몹시도 게을러졌다. 늦잠을 자고 사진정리를 자주 안 하며, 밖을 잘 나가지 않게 된 것. 


이 집에서 머물면서 매일 밤 쏟아지는 별을 보고, 쉴 새 없이 내 머리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와 경비행기를 감상하고, 초저녁이 되면 자연의 불을 밝혀주던 반딧불이도 실컷 봤으며, 매일 이 집을 찾아오는  사슴과 청솔모에게 조금은 익숙해졌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새들도 늘 날아오는데 이름을 모르니 뭐라고 설명하기도 어렵다;;  


집을 구하려고 에어 비앤비, 헤이 코리안(미국 내 최고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을 매일 뒤졌다. 대부분은 답이 없거나 예의가 없기 일쑤였고, 어쩌다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분을 만나면 눈물이 핑 돌만큼 반가웠으나 기간이 안 맞던가 비용이 내 에상과는 다르거나 등의 이유가 이어졌다.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환율도 최고조에 이른 이 시점에 참 막막하고도 암담했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그 어느 곳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방 구하기에만 올인하고 있자니 몹시도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걸까? 귀국 일정도, 다른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 또한 모든 것이 얽히고 섥히니 무엇 하나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만 복잡해져 갔다. 이게 해결되어야 귀국 편 항공 일정도 바꾸고 다른 여정의 계획을 세우는데 모든 것이 뒤죽박죽… 


그래도 행운은 내게 손짓을 해줄 생각이었나 보다. 드디어 내게 적합한 집을 찾았다. 하지만 언제나 인생 최고의 진리가 또 떠오르던 시간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 그 상황에 내가 다시 직면해 있었으니 매번 계산기만 바쁘게 두들겼다. 하지만 이젠 다행히 적합한 거래 조건을 찾았고, 곧 내가 지낼 룸의 계약이 성사될 예정이다. 


긴 고민 끝에 나는 이 곳에서의 체류 연장을 선택했고, 마음 편히 혼자 머물 집도 구했다. 자, 이제 뉴저지를 좀 더 탐험해볼까? 부디 내 인생의 좋은 체험과 인연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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