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어언 3개월이 되어간다. 하루하루 치솟는 달러에, 친구들은 대뜸 카톡에 앞뒤 말도 없이 그저 현재의 환율만 보내준다. 가끔은 일부러 보지 않는데, 걱정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늘 환율을 깨닫게 된다. 할 수 없이!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주로 나뉘어져 있지만(NY/NJ) 거리가 가까워, 날씨나 분위기 등이 거의 똑같아 큰 어려움은 없다.
한발짝 떨어져서 여러가지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나의 인간관계. 우리나라가 가진 장단점, 미국이 가진 장단점이 확연히 다르기에, 그 비교 자체가 내겐 큰 공부가 된다.
가령 운전시 매너가 좋고,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이며,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면 쌩긋 웃고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여유가 여전히 부럽다. 경직된 얼굴로, 모르는 사람과는 일체 말이나 표정을 주고받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그들의 작은 미소와 인사가 아직도 어색하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뀌지는 않으니까, 따라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몸에 완벽히 배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 가장 부러운 건 이들의 공기와 하늘, 그리고 대자연. 내가 머무는 이 동네에는 사람보다 동물들이 더 많고(사슴, 산토끼, 청솔모 등은 널려있고, 초저녁엔 매일 반딧불이가 많았었다), 폐속 깊이까지 숨쉴 때마다 깨끗함이 느껴지는 공기가 너무 좋다. 여기 사는 교포분들이 한국가면 가장 힘든게 '공기'라고, 가래나 기침이 나고 목이나 눈이 너무 따가워 더 머물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에이 뭐 그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강했으나, 내가 머물어보니 정말 공기가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이걸 서울까지 가지고 갈 방법이 없을까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저 드는 걸 보면, 진심 이게 부러운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나에게, 내가 머물던 공간의 인간관계에서 잠시 한발짝 떨어져 나와 있어보니, 새삼 다시 누가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고 아껴주는지가 한 눈에 보이고 느껴진다. 이렇게 한 번 또 나는 나의 인관관계를 자연스럽게 정리하게 된다. 안그럼 또 나는 멋모르고 그들에게조차 최선을 계속 다하고 있었을테니, 한번씩은 이런 깨달음의 기회와 시간이 내게는 도움이 된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아침저녁 쌀쌀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이, 이젠 가을이 코앞에 오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진다. 여름용 반팔, 반바지만 들고 온 덕분에, 다음 주는 긴 바지와 긴팔 옷을 사러 가야한다. 쇼핑은 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터라, 아무 것도 구매하지 않는 '금욕의 생활'을 잘 지키고 있는 중인데, 최고조의 달러를 향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굳이 긴팔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를 사야한다는게 슬프다. 그치만 살아남으려면 오랜만에 달러를 써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