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렛검 Jun 30. 2021

친함의 정도

어? 울었다면서?

동 나이 때의 공감대라는 것이 있다.


나이차가 얼마나 나야만 그런 것이 생기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2-3년 차 정도면 그래도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는 거리는 있다고 생각해본다.


지금은 또 싸늘해져 버린 이 관계의 첫 시작은

"탓함"에서 시작했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 출근한 지 3일도 지나지 않아서


"저기 노바디씨, 이번에 우리 기관 관계자들 모두 모아서 간담회 진행할 거야. 모두 모이는 자리니까 너도 참석해"


라며 입사 첫날부터 남자가 담배, 술을 하지 않는다며 어어.. 좋네, 다행이네 여기 여직원들 많아서 그런 거 안 하는 게 좋지라고 하면서 엄청 뭔가 서운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러 갔던 (그 당시에 아주 빨리 직장에서 도망간 팀장)이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다. 센터장, 전 직원, 지역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이고 식사 자리라고 한다면 더더욱 손이 가는 일


그리고 중요한 건 내게 선택권이 없다.


점심시간,


미리 예약해둔 식당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입구에서 멀뚱히 인사 머신이 되고 있을 때,

오늘 그 동 나이 때의 그 친구는

내가 인사만 하고 열체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신경은 쓰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맨 첫마디로는 딱히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핀잔을 주었다.


"이건 왜 안 쓰셨어요?"


적혀 있지 않은 공란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

안 쓴 건 다시 받으면 된다. 까칠하긴 하며 생각했다.


식순이 다 종료되고 자료집을 챙기고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임직원들이 가져온 선물이네, 홍보물품이네 이런 것들을 챙기면서 그 동 나이 때의 친구였던 사람도 막내급

짐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남자, 너는 여자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떤 짐을 무겁다 안 무겁다

이런 건 남자가 들어야지 이야기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ㅂ교적 내가 들고 있는 짐보다 그 친구가 들고 있는 짐이 무거워 보였고


바꿔주겠다고 한번 호의 차 이야기해본 것이


"바꿔주셔도 저한텐 다 무거울  같은데요."


아 그래, 아 이 사람이랑은 못 친해질 거 같은 느낌

뭐 어쨌든 간에 냅둘껄 했지만

일단 제안한 바는 제안한 거였고

실제로 그 동나이대의 인간은

자기 짐이 무겁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입술 한번 꽉 물고 재차 권한 두번째 호의는 받아들였다.

이번엔 순순히 짐을 바꾸었으나


프론트 데스크에서 뒤늦게 카드결제를 하고 나오는 팀장이 본인의 짐을 가장 가깝게 서있던  친구에게  맡기었고,

아아 결국  사람이  짐을 왠지  많이 든다라는 느낌이 완성이 되었다.


"거 봐요 제가 더 많이 든다고 했잖아요"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해?라는 생각과 함께 무례하다고까지 느꼇었다.

함께 가던 팀장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벌써 싸우는 거야? 이런 분위기가 나는 좋더라"


라는 정신 나간 이야기로 3일 차 직장생활을 시작했었 드랬다.





친하다고 하는 것은

일상을 공유하면 친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친구는 어쩌다 보니 사내 메신저로 끊임없이 이야기했고


팀 내 유일한 남자인 나에게

첫 만남은 까칠했지만 의외로 통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런 반응 없던 사내 메신저에 인사가 오갔고

28살 정도 나이에 비교적 일찍 결혼한 그 여자는

반은 남편의 이야기, 서운했던 이야기, 술자리에 자꾸 가는 남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무적인 내용으로 고민했던 이야기, 팀 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험담, 전 직장에서 바뀌지 않았던 내용 등


남편이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


"남자들은 원래 그런가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털어놓는 사람이 되었다.


친하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모든 내용을 공유해도 되는 걸까?

직장에서 친구가 있을 수도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런 사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에


'이건 좀 너무 사적인 거 같습니다.'라던지

'저 일이 바빠서...'라던지


아니면 그냥 대화창 옆에 1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방법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 때나, 콜센터 상담원 시절이나, 공기업 상담원, 상담원 등등을 전전한 나는

갖다 버리고 싶은 그놈의 경청이라는 기술 때문에

잠자코 듣거나, 나도 쌓인 게 있었을 때라면 이 친구와 서로 회사 욕 등등 주거니 받거니 했었다.


그러나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 내 실수였던 거 같다.


이런 친하다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낀다.




"정말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앞으로는 가실 곳을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요??"


내가 퇴사 의지를 밝히고 1시간 지나고 난 뒤 오후 1시경에 이루어진 그 회의 전 이 '동 나이 때의 친구'는 늘 회사 정보통과 잡담이 오가는 도시락 모임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울었다고? 그 정도였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선을 잘못 그은 거고, 내가 회의 때 보인 적의와

내가 들어가지 못한 그 회의에서 팀장이 어떤 이야기를 했길래 울음까지 보인다는 이야기인지


당황한 나는 전해 들은 소식만 믿고 긴 쪽지를 써서


혹시 내 태도가 이상했는지,

오해가 있지는 않은지

비교적 회사 욕도 하면서 퇴사 거렸던 이야기가 마냥 장난뿐인 건 아니었는데


내가 생각하기 론 직장 인사권을 담당하는 상사에게 1차 보고 후에

그래도 어느 정도 관계망이 형성된 직원들에게 차차 공지하고


아직 퇴사까지는 2-3주간의 시간이 있으니 나도 이야기할 계획이었다고

쓰다 보니 정말 긴 쪽지를 전달하게 되었다.


그리곤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음날 출근한 뒤 로그인 한 메신저 쪽지 안에는


"앞으로 갈 곳"이나 신경 쓰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직장 생활 이후에 친하다는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친하다고 하는 기준에 따라서

상대가 나를 이용할 수 있는 기준도 달라지고

내가 어디까지를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심판의 도마로 끌려 올려진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직장 동료 즉, 상대를 욕하면

나도 그 상대를 욕하는 게 친하다는 기준이라면 그건 친함이 아니다.


또한 어떤 행동으로 오해가 쌓였다 할지라도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진짜는 그게 아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미


상대가 나의 이야기를 변명으로 치부하거나 그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맞게 된다면


그 또한 그 정도였구나 수용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친함은 직장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사내 메신저는 알림을 띄우지 않았다.  



근데 울었다면서?



 



작가의 이전글 못하겠다고 말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