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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페퍼 Apr 16. 2021

비에이-후라노 추억 여행

자꾸 떠오르는 8년 전 기억

1일 투어를 예약한 날.

새벽에 일어나서 아무도 없는 대욕장에서 씻었다. 독차지 기분 좋아. 그리고 급하게 아침을 먹고 집합장소로 갔다. 내가 탄 버스는 도요타 커뮤터 같은 13인승이었다. 거기에 10명을 태워서 출발했다. 혼자 온 사람은 나 포함 2명.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았지만 가이드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고속도로 초입쯤에 있는 휴게소에 한번 들러서 화장실 가고 간식 사고 (난 화장실만) 후라노로 출발!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서 “자 내리세요!!” 해서 내려보니 엄청 예쁜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게 흰그림자 다리라고 했다. (네이버 북해도 카페 대표가 투어 스팟으로 개발한 곳이라 그분 닉네임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예뻤다. 쭈뼛쭈뼛하면서 혼자 온 분과 서로 사진 찍어줬다.


그다음 도착한 곳은 팜 토미타. 팜 토미타 갈 줄 몰랐는데 너무 기뻤다. 8년 전에 가봤던 곳이어서 그랬는지. 그리고 난 라벤더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때 먹어봤던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그때 작은 걸 사서 아쉬웠던 핸드크림도 큰 걸로 샀다. 이쯤 돼서 기분이 짱 좋아짐. ㅋㅋ 온실의 라벤더는 미미했다. 여름에 왔을 때 봤던 외부의 알록달록한 꽃밭은 죄다 흰 눈으로 덮여있었다.

 


아오이케라는 곳에 갔다. 흰 눈밭에 앙상한 나무들이 꽂혀있었다.. 원래 연못이라고 한다. 여름 이미지 찾아보니까 엄청 예뻐… 여름에 꼭 와서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맑은 날 와야 파랗게 보인다고 한다. 파란 연못은 없지만 구경하는 도중 눈이 내려서 영상은 예쁘게 찍혔다. 사진은 어떻게 찍어도 안 예뻤다.

 

시로가네 폭포. 와.. 여기가 진짜 장관이었다. 흐르는 물 색깔이 파란 것도 신기하고 얼음이 파란 것도 신기하고, 폭포가 생각보다 예뻤다! 눈도 기분 좋게 흩날려서 좋았다.

 


그다음엔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평지에서 내리라고 했다. 도로 위를 화살표 표지판이 가리키고 있는데,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은 요리조리 귀엽게 사진을 잘 찍더라. 난 그냥 하얀 눈밭 보는 것만 해도 좋았다. 가이드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줬는데 아무래도 포즈는 잘 못 잡겠다.

 

대망의 점심식사는 돈까스+소바였는데 소바는 그냥 그랬고 돈까스는 맛있었다. 옆에 비에이센카라는 가게가 있다고 해서 구경하고 화장실도 들렀다. 구운 옥수수가 맛있어서 몇 봉지 사고, 방송에서 본 것 같은 유메피리카(홋카이도산 쌀)가 있어서 사려고 했는데, 소용량은 이미 다 팔려서 그것보다 더 적은 용량인 300g의 세척 쌀을 샀다. 300g이면 한 번 밥하면 끝나는 용량이라 좀 아쉬웠다. 진에어 수하물 15kg의 압박…

 



후라노에서 비에이로 넘어가는 차에서 가이드상이 해주신 얘기를 좀 받아 적어봤다.

-비에이 밭에 유명한 나무들이 많은데 그중 철학의 나무는 2년 전에 밭주인이 뽑아버렸다고 함. 아마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생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셨을까 함.

-마일드세븐 언덕 나무도 뽑았다고 함.

-도로에 있는 화살표 표지판. 이 표시 밖으로 차는 나가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화살표 바깥은 논두렁이니까 빠지지 말라고. 도시에는 화살표 표지판이 없다고 함.

-차량용 신호등이 세로인 이유도 눈이 쌓이지 말라고 그런 것이라고 함.

 

비에이의 첫 목적지는 켄과 메리의 나무.

와.. 너무나 8년 전 이 길을 걸었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근처 펜션에 머물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녔다.

 

자작나무 길 예뻤고, 크리스마스 나무가 예쁘게 담기는 포토 포인트도 좋았다.

켄과 메리의 나무
자작나무 / 크리스마스 나무



타쿠신칸 자작나무 길도 예뻤다. 혼자 가서 쓸쓸하거나 외롭지는 않았는데 막 인싸처럼은 못 굴겠더라. (당연하지.. 인싸가 아니니까) 암튼 가이드상이 많이 도와주셔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예상치도 않았던 후라노 치즈 공방에 들렀는데 여기도 8년 전에 왔던 데여서 그때 사 먹었던 후라노 우유 사 먹었다. 추억을 부르는 맛



 

마지막으로 닝구르 테라스에 갔다. 볼 거 없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고, 모리노토케이 갈 시간이나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주셨다! 40분 정도 주셔서 지도를 보면서 모리노토케이를 찾는데 없었다. 없어진 거야? 믿을 수가 없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렸더니 작게 길 안내 표지판이 있어서 홀린 듯이 찾아갔다. 가는 길이 눈길이라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조금 기다렸더니 다행히 카운터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고, 거의 꽉 차 있던 카운터 손님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결국엔 나 혼자 앉게 된 순간도 있었다. 시간 서둘러야 되냐고 직원님이 물어보셔서 첨엔 무슨 말이지? 했는데 원두 핸드밀로 갈게 해 주시려고 물어보는 거였다. 아 그럼요 그럼요. 하면서 원두를 핸드밀로 갈고, 향을 맡고, 맛있게 내려주신 커피를 마셨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8년 만에 여길 다시 오고, 그때처럼 내가 분쇄한 커피를 마시고. 그때 커피를 내려주시던 아저씨는 안 계시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때와 같은데 눈만 소복하게 쌓였을 뿐이라서 그것도 참 좋았다. 혼자라서 1일 투어를 좀 망설였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8년 전 여름에 왔던 장소에 다시 가서 그때와 다른 겨울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풍경을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기는 아주 행복하고 기쁜 시간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커피를 좀 급하게 마시고 있는데 자상한 시간 주제곡 ’ 아시타’가 연주 버전으로 흘러나왔다. 와.. 이렇게까지 감동을 준다고? ㅠㅠ (모리노토케이는 내가 좋아했던 일드 ‘자상한 시간’의 배경이 되었던 카페로 드라마 이후 계속 컨셉을 유지해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데, 여전히 드라마 주제가가 나온다는 것이 감동. 그 주제가도 너무 좋으니까!)

시간 늦지 않게 서둘러서 차로 갔는데 다 타 있고, 내가 꼴찌였다. 시간 지켰는데 이 민망한 느낌은 무엇..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님이 도로에 사슴, 여우가 자주 나온다고 했다. 해가 지고 있었는데 여우는 야행성이라 기대해보자고 하셨다. 근데 진짜 여우가 나왔다! 기사님이 잠깐 멈춰서 후진까지 해주셨다. 내 자리 반대쪽에서 나타나서 어렴풋이 볼 수 있었고, 계속 깨어 있었던 덕에 도로 가 기슭에 있던 사슴 2마리를 보았다. 내적으로 사슴!! 외치고 히히 웃었다.



 

스스키노에 내렸는데 눈이 엄청 쏟아졌다. 다행히 친구 E에게 빌려온 옷이 고어택스라서 크게 젖지는 않았다. 홋카이도 와서 맞는 함박눈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추울 줄 알고 한국에서 두꺼운 옷을 많이 갖고 왔는데 전혀요. 아침방송에서도 그랬지만 홋카이도 이상 기온으로 지금 3월 중순 날씨라고 했다. 가이드님도 똑같이 말씀하셨고.


호텔에 돌아와서 내일 날짜로 예약해놓은 오타루의 스시집에 계속 전화했는데 받질 않았다. 한국에서 미리 전화로 예약을 시도했는데 외국인이라고 하니 방문 하루 전에 확정 연락을 다시 달라고 했었다. 어쩐지 마음이 상해버렸다. 스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싶었다. 좀 비싼 곳이기도 했고.. 오타루 도착하자마자 직접 방문에서 예약을 확정 지어도 될 것 같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예약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으니 당일 노쇼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타루 가서 정 스시가 먹고 싶으면 다른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좀 쉬다가 저녁으로 수프 카레 먹으러 카오스 헤븐이라는 가게로 출발! 처음 가보는 길이라서 주변 구경하며 가는 것도 좋았다. 작은 천도 있고.. 카레 가게 바로 옆에 있던 작은 야키도리 가게도 느낌 좋았다. 집 주변에 저런 곳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수프 카레 짱맛탱~~~ 닭은 파리파리(바삭한)/야와라카(부드러운) 두 타입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파리파리로 주문. 밥은 제일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는데도 남겼다. 대신 수프 카레 바닥까지 흡입. 양배추 한 조각 남긴 것 모두 흡입! 매운맛은 3단계 피리카라로 했는데 딱 기분 좋게 매웠다.

 



+호텔에 돌아와서 샤베쿠리 007 보는데 타카하시 잇세이가 나왔다. 의외로 도쿄 아카사카 출신이라고 함.ㅋㅋ 사회자도 방청객도 다들 웃는 분위기 ㅋㅋ


+미련의 야키도리는 오타루에서 먹기로 하고, 시메파르페도 어쩐지 땡기지 않아서 언젠가 다시 삿포로에 오면 먹어보기로 한다. 어제 밀크무라 갔으니까 됐지 뭐.

 

+후라논가 비에이에 ‘소라치가와’가 있어서 은혼 작가 ‘소라치 히데아키’의 소라치 여기서 따온 건가 싶음. 홋카이도 출신이었던 것 같다.

 

+가이드상 왈, 홋카이도는 4월에만 안 오면 된다고 함. 그때는 눈이 다 녹아서 질척질척, 엄청 더러울(?) 시기라고 하셨다.



(2019년 2월의 여행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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