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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실 Jun 20. 2020

스웨덴의 맞춤형 장애인 활동 지원을 경험하다


복지국가, 스웨덴으로 이주하다


"휠체어로 다니기가 스웨덴과 한국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곤 한다. 동양의 먼 나라에서 휠체어를 타고 스웨덴으로 이주한 내게 궁금한 것이 많은가보다. 종종 한국의 지인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 속에 기대심리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스웨덴은 살기 좋은 곳일 거야. 장애인을 배려하고, 불편한 시선도 없을거고..' 그런 기대와 막연한 희망이 내게도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다가온 현실은 쉽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과 다른 제도 속에서 제 자리를 잡기까지는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제 3년째 스웨덴에 살고 있는 지금, 나는 그 질문에 조금은 구체적으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월간 소셜워커 독자들에게 현재 스웨덴의 장애인 복지제도를 소개하고 한국과는 무엇이 다른지 경험에 비추어 나누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독자들이 또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스웨덴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자격심사 과정


2017년 여름, 처음 스웨덴에 도착해서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Personlig assistent)를 찾는 일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사용했었는데, 활동보조사 선생님들 덕분에 나의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수월했다. 스웨덴에서도 그런 좋은 인연을 기대하면서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스웨덴에 1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Personnummer가 주어지는데,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의 기능과 같다. 이 주민번호가 있으면, 외국인일지라도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 체계 안에 들어오게 된다. 스웨덴에 도착하고 한 달 후 나에게도 주민번호가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활동보조인지원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면 시청의 담당자가 집에 와서 자격심사를 진행한다. 반드시 신청자의 주거장소에서 인터뷰를 보게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지자체 행정기관에서 신청을 할 수 있고, 심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룬드시 장애인복지과 직원은 한국에서 준비 해온 나의 영문 장애진단서를 가지고 생활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청소, 빨래, 음식준비 등등. 그러자 직원은 내가 어떻게 화장실을 이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화장실을 스스로 이용가능 여부가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의 자격을 따지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왜냐하면 스웨덴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한국과 다르게 좀 더 정밀하게 맞춤형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로 나뉜다. 홈케어와 퍼스널 어시스턴트이다. 홈케어는 18세 이상의 성인이 장애나 노화로 신체, 정신적인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서비스이고, 퍼스널 어시스턴트는 장애로 일주일에 20시간이상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퍼스널 어시스턴트는 이를 테면, 식사, 화장실 방문, 위생관리와 같은 일을 장애 때문에 스스로 처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서비스이다. 홈케어는 청소, 장보기, 세탁 같은 가사도움을 뜻한다. 이 점이 한국에서 경험한 것과 달랐다. 2012년도 한국에서 나는 나의 장애 등급에 해당되는 시간을 받았다. 예를 들어서 같은 1급 중증 지체장애인인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한 사람은 식사와 신변처리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신변처리가 가능한 사람이다. 이 둘에게 '등급'에 의해 일괄적으로 한 달에 최대 80시간이 부여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권리가 박탈되는 것이다. 이 점이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한국에서는 등급이 아닌 장애인 개인의 필요에 맞춘 복지서비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다. 2019년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서 한국에서는 ADL(Activities Daily Living task)에 따른 종합표로 점수를 매긴다. 그러나 장애인등급제 폐지 후, 종합표에 따라 점수를 매겨보니 원래 받고 있던 시간보다 오히려 깎여 필수적인 도움을 못 받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식의 개인의 주거환경, 다양한 생활패턴, 정신적/ 신체적인 능력의 차이들을 복합적으로 심사하는 방법이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스웨덴에서 장애를 정의할 때 의학적 관점 뿐 아니라 실제 생활주거환경, 적절한 보조기구의 사용유무 등 복합적인 요인을 따지기 때문이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의사의 장애 진단서가 중요한 심사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의 다양한 일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당사자의 심층인터뷰내용을 중점으로 하고, 의사와 작업치료사의 소견서를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을 내린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최근에 나는 활동지원서비스 재심사를 받았다. 왜냐하면 새로 이사한 집의 화장실이 휠체어로 이용하기 무척 좁고 불편했다. 따라서 나의 의학적 기능은 변함이 없을 지라도, 사는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활동보조사의 도움이 필요했고, 룬드 시청은 이를 받아들여 추가시간지급을 결정했다. 


스웨덴 룬드시의 활동보조사가 노인의 여가시간을 돕는 모습 [사진출처 lund.se]



활동보조사와 장애인의 관계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직접 원하는 활동 보조사를 기관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반면에, 스웨덴에서는 홈케어 서비스 제공기관의 직원들이 순환근무하며 장애인 여러 명을 돌본다. 그들은 스케줄에 따라 도시 전체를 돌아다니며 장애인의 집집마다 찾아가 짧게는 10분 동안 길게는 1시간의 도움을 주고 간다. 스웨덴이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한명의 활동보조사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것을 막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서비스 제공기관이 예산 대비 더 많은 장애인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에 나와 연계된 공립 활동보조사 제공기관을 이용했을 때는 하루에도 많게는 3명의 낯선 사람들이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집 열쇠를 갖고 있어서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아니면 너무 빠르게 불쑥 찾아왔다. 이런 그들의 방문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붉은 병원용 작업복을 입고서 찾아오는 남,여 직원들은 주어진 일들을 시간 안에 서둘러 하고 떠나야한다. 대화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또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내 사적인 공간에 와서 설거지 후 그릇은 어디에 둬야하는지, 세탁기에 어떤 세제를 써야하는지 매번 물어볼 때는 내 일을 도와주는 건 고마웠지만,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서비스를 이용한지 한두 달이 지날 즘, 나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스웨덴 친구에게서 사설 기관을 소개받았다. 그 회사는 홈케어 전문회사로 6명 내외 여성으로 구성된 직원들이 순환근무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생경한 얼굴들을 맞이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과 신뢰가 쌓인 지금, 이제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한국에서처럼 1-2명의 소수의 활동보조사가 장애인을 전담으로 도와주는 체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활동보조사가 장애인의 장애와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장애인 역시 활동보조사에게 마음을 열 때, 가장 이상적인 팀워크를 이루기 때문이다.




늘 부족한 복지예산, 그러나 제도는 진화중

복지예산의 규모는 다르지만 한국처럼 스웨덴도 늘 부족한 예산 때문에, 정부기관은 가능한 최소의 시간을 지급하려고 자격 심사가 엄격하다. 언제나 필요한 시간을 보장받고자 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예산을 아끼기 위해 필수적인 항목 외에는 제외시키려는 조사관과의 입장차이가 있다. 또 제도 개선의 요구에 대한 목소리는 진행 중이다. 최근에 스웨덴에서는 사지마비장애인이 출산 하였을 경우, 자녀양육을 활동지원서비스로 제공해야한다는 논의가 뜨거웠다. 또 독일, 영국,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장애인에게 성적인 활동에 대한 보조서비스(Sexual Assistance)를 정부가 제공해야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장애인의 곁에서 팔다리가 되어주는 활동지원서비스, 한 사회가 어디까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야하는지 논의되는 주제가 그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사회복지사전문잡지 '소셜워커' 2020년 6월호(Vol. 211)에 실린 글입니다.  


   따뜻한동행 블로그   https://blog.naver.com/ddablog/221994965131





다음호는 [장애인의 빠른 사회로 복귀. 휠체어 요가강사 안나를 만나다.] 입니다. 

많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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