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요가강사 안나를 만나다.
스웨덴의 겨울이 되면 어둡고 추운 기후 때문에 스웨덴 사람들은 쉽게 기분이 처지고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요가가 스웨덴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다. 요가가 체력뿐 아니라 마음 단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내가 스웨덴에서 만난 휠체어를 탄 요가강사 안나 에크룬드 Anna Eklund 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5 년 전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척수장애인이 되어 두 다리의 힘을 잃었지만, 부서진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요가를 가르치는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 스웨덴의 중도 장애인의 사회복귀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월간 소셜워커 독자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안나입니다. 저는 올해로 53세이고, 스웨덴 룬드 시청에서 룬드 시 개발전략부서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10년째 요가를 가르치고 있어요.
시청에서 근무하면서 요가강사로 활동하는 이력이 색다른데요, 어떻게 요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나요?
오랜 시간 동안 저는 두통에 시달려서, 젠 명상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무아 적정의 경지에 도달하는 정신집중의 수행)을 시작했어요. 그래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2004년도에 석사를 시작했는데, 같은 반 친구의 아내가 요가선생이었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 요가를 추천해줬지만 요가는 저랑 안 맞다고 생각했죠. 저는 제 몸이 워낙 뻣뻣하다는 걸 아니까요. 그렇지만 막상 해보니, 요가에 빠질 수밖에 없었어요. 너무 즐거웠죠. 그러던 중에 제 스승이 저에게 요가강사가 되는 수업을 들으라고 하는 거예요. 요가강사에게는 유연성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요. 그때는 절대 내가 요가선생이 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제 마음에 헌신적인 요가강사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가 나왔어요. 자연스럽게 가족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요가 교실을 운영하면서 요가 강사로써 경력을 시작했어요. 그때 저의 보조 요가 강사로 인연을 맺은 웬디 씨가 제가 휠체어를 타게 된 이후에 ‘어뎁티브 요가’라는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돌아보니 모든 게 운명 적이었던 것 같아요.
요가강사에게는 유연성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요.
5년 전에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장애를 갖게 된 사연을 나눠줄 수 있을까요?
2015년 제 나이 48살인 여름에 저는 어느 때와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갔어요.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인데 식은땀이 평소보다 줄줄 나고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고 어지러웠어요. 심상치 않은 두통인 것 같아서 빨리 집에 가서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 당시 집에는 혼자 있었고, 저는 급히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서 도착해서 눈을 떴을 땐 이미 뇌경색이 척수신경을 손상시켰고 저는 하반신 마비가 되었어요.
병원에서 어떤 치료와 재활을 받았나요?
이미 손상된 척수신경은 회복할 수 없죠. 스웨덴 남부 국립 재활원에서 3개월간 있으면서 재활프로그램을 받았어요. 화장실 가기, 스스로 옷 입기, 샤워하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3개월 입원 재활 치료하고 완전히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한국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질병으로 척수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평균 병원 입원기간이 1년인 현실과, 길게는 3년을 전국의 재활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요. 다시 취업을 하기란 쉽지 않고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요?
스웨덴에선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면 3개월을 병원에서 지내고, 의료진은 입원 기간을 최소화시키려고 해요.
사실 제 경우에도 더 빨리 퇴원할 수 있었는데,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휠체어 탄 신세가 되었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시 예전의 삶은 불가능해 보였죠.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머뭇거렸어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퇴원하고 3개월을 추가로 휴직을 내고 쉬었어요. 그때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사연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척수 장애인들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만나고, 경추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사람의 자서전을 읽고서 작은 희망이 제 마음에 생겼어요.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제 주변 환경을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바꾸고, 제 마음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다잡았습니다.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 일 하는 비율을 25%으로 시작해서 60%, 75%, 그리고 100% 순차적으로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직장을 갖고 있다면 사고 후에도 복귀가 어렵지 않아요. 신체, 정신적인 손상으로 25% 일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나머지 75%의 임금은 Försäkringskassan 스웨덴 사회보험청에서 지원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 체력에 따라 그 비율을 늘릴 수 있고요. 그러면 고용주도 장애인을 고용하는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고요. 스웨덴 사회는 모두가 일할 의지가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것 같아요.
휠체어를 타면서 요가를 가르치는 일을 지속하고 계신데요.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어뎁티브 요가를 전문으로 하시는 게 흥미롭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뎁티브 요가(Adaptive yoga)는 ‘모두를 위한 요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사이즈, 기능, 무게, 체력들이 사람마다 다르죠. 다양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안전하고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개인의 개별성에 최적화된 요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휠체어를 타게 되었지만, 요가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저처럼 신체적인 장애나 만성 통증을 갖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열게 되었어요.
제가 휠체어를 타게 되었지만,
요가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비장애인에게 요가를 가르칠 때와 달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할 때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은 장애인을 가르치는 게 비장애인보다 쉬워요. 왜냐하면 요가를 하러 오는 장애인은 본인의 신체적 한계를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고쳐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죠
몸이 건강했을 때에는, 다른 요가인들과 끊임없이 제 몸을 비교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 부정적인 면으로요. 나의 몸의 뻣뻣함과 날씬하지 못한 것이 크게 느껴졌어요. 타인의 몸을 기준 삼아서 비교하니까...아마 많은 여성 요 가인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데 장애인이 되고, 장애인에게 요가를 가르치면서 저에겐 제3의 눈이 생겼다고 할까요. 다치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각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신체의 통증들이 보여요. 요가선생으로서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동작들을 코치해줄 수 있죠. 매번 수업을 열 때마다 축복이라고 느껴져요. 그리고 사실은 장애인을 가르치는 게 비장애인보다 쉬워요. 왜냐하면 요가를 하러 오는 장애인은 본인의 신체적 한계를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고쳐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더 편합니다.
한국의 독자들 중에는 안나 씨가 겪은 것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로 각자의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그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고 후 6개월간 저는 매일 밤 울었어요. 어떤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때 누군가 와서 내 두 볼에 손을 감싸면서 “너는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줬다면 좋았을 거 같아요.
이 시간은 지나가고 정말로 괜찮아진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Adaptive Yoga에 대한 소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anpassadyogalund
사회복지사전문잡지 '소셜워커' 2020년 7월호(Vol. 212)에 실린 글입니다.
다음 호는 [시리아 출신 스웨덴의 인권 변호사, 샤비아를 만나다.] 입니다.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