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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실 Oct 18. 2020

버스와 기차에서 바라본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

스웨덴에 처음  맞이한 생경한 풍경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스웨덴 말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는 순간이었다. 큼지막한 객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바다가 아름다워서 시선이 한참 머물렀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주변을 돌아보니,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아기는 유모차 안에서 오히려 나를 신기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아이의 아빠가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장난을 치며 즐거운 때를 보내는 듯했다. 긴 통로를 따라 내 시선이 머문 건 레트리버종의 반려견 세 마리를 데리고 기차를 탄 여성이었는데, 같이 있던 객실의 승객들의 반응은 차분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말뫼 중앙역에 도착하자,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타는 사람, 전동 스쿠터를 타고 장애인 석에 자리를 잡는 사람 등 너무나 다양한 군상을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와 조금은 다른 스웨덴의 대중교통에서 만난 사람들의 일상을 전하고자 한다.


 

반려동물 탑승을 환영합니다!


스웨덴에서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버스와 기차를 탈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최대 세 마리까지 가능하고 버스를 이용할 때는 가능한 맨 뒷자리를 이용해서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좌석에 보호자가 앉으면 동물은 그 좌석 바로 밑에 있어야 하는데, 대형동물일 경우에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면 청소년 요금을 내야 한다. 가끔은 사람 만한 반려견이 좌석에 앉아서 여행하는 걸 볼 때면, 사람의 곁에서 함께하는 동물을 존중하는 이 사회의 한 장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유를 누릴 때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호자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고, 필요하면 입마개를 씌운 상태로 동승을 한다. 보호자가 동물을 책임지고 통제할 거라는 무언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반려견이 내 곁에 앉아 있을 때에도 편안하게 여행을 다 같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진: Florencia Viadana




휠체어, 보행기, 유모차를 위한 자리


휠체어를 타고 여러 유럽 도시를 여행할 때 나는 대중교통을 일부러 이용한다. 각 나라와 도시마다 다른 대중 교토 체계를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거리 이기도 하고, 그곳의 사람들의 매너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매우 훌륭하다. 버스는 모두 저상버스이고 (승객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만들어진 버스) 수동 경사로나 리프트가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출입구 바로 앞에는 휠체어, 보행기, 유모차를 놓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기차도 마찬가지다. 승차하는 플랫폼과 기차 사이의 간격이 넓을 경우에 승무원이 와서 접이식 판을 펼쳐주면 전동휠체어가 쉽게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기차에는 휠체어, 유모차, 자전거를 위한 칸이 따로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서울시의 전철처럼 객실의 가운데에 긴 통로가 있고 양 옆에는 벽에 달려있는 접이식 의자가 달려있어서, 휠체어나 각종 바퀴 달린 것들을 놓을 수 있다. 이 칸에는 자주 유모차들로 꽉 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요즘에는 전자보드, 전기 자전거 등 다양해진 개인 운송 수단들을 휴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이런 공간이 넓은 칸이 단지 장애인, 노인, 유모차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 승객이 휠체어 전용좌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난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장애인이 타면 그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스웨덴의 남부지방을 잇는 기차의 휠체어 유모차 칸 사진:하현주



비 오는 날 버스의 승차거부 


스웨덴의 대중교통 편의 시설은 훌륭하지만, 가끔은 불편한 상황에 맞닿드리기도 한다. 나는 버스기사가 승차거부를 하는 경우를 종종 겪었다. 전동 휠체어를 탈 경우 버스를 탈 때 경사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경사로 없이는 작은 단차도 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버스기사가 그 경사로를 펼치는 일을 거부할 때이다. 비 오는 어느 날, 그날도 버스기사는 부동의 자세로 내게 도와줄 활동보조인을 데리고 탑승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는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던 버스 안에 있던 한 아이의 엄마가 직접 밖으로 나와 오는 비를 다 맞으며 그 경사로를 펼쳐주었다. 마침내 경사로를 타고 휠체어 탄 내가 버스에 오르자, 만석이었던 버스 실내에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이 갈라지면서 내가 휠체어 자리로 갈 수 있게 길이 열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아마 그 버스기사의 이야기에 다 같이 분노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을 것이다.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버스회사에 신고했지만 그러한 문제는 1년 후에 서서히 사라졌다. 서울 생활을 비교해보자면 나는 버스를 거의 이용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저상버스의 배차가 매우 드물기 때문인데, 나는 그저 빨리 모든 버스들이 저상버스로 바뀌면 장애인이 더 자유로워지고 편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버스 승차거부를 여러 번 경험한 후에는, 아무리 사회에서 물리적인 시설을 잘 마련해 놓았다고 해도 (저상 버스로 전면 교체할지라도)-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장애인은 여전히 공공시설에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디자인한 버스와 기차는 현상인데, 보이지 않고, 또 바뀌기 힘든 건 깊은 인간의 의식이다. 1년이 걸렸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것은 꾸준히 장애인 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고, 버스회사가 승차 거부시 책임을 기사에게 묻는 것으로 개선되었다. 이제 새롭게 개선될 버스 디자인은 시간을 다투는 버스기사에게, 경사로를 수동으로 펼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자동으로 펼쳐지는 경사로가 생긴다고 한다. 휠체어 승객은 기사에게 의지 하지 않아도 되니 더 나은 해결책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한번 자문해본다. 빠르게 발전하는 물질의 속도 만큼 우리의 의식과 마음 상태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있는지 말이다. 점점 더 사람과 사람의 대면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사회복지사전문잡지 '소셜워커' 2020년 10월호(Vol. 215)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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