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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인턴하기 (3) 면접관을 웃겨보세요

[실패했던 대학로 생활이 면접에서 빛을 발하다. 점은 이어진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정장차림의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연습하면서 대기 중이었다. ‘아직 면접이 끝나지는 않았구나!’ 접수처에 가서 인턴 지원자인데 방금 도착했다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그때 무역협회 직원 분이 '학생은 집이 지방인가?'하고 물어보셨다. 그냥 솔직히 서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1시간이나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직원 분은 돌아가라는 말 대신에 진행요원을 넌지시 쳐다봤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바로 돌아올 줄 알고 마음을 비웠는데 뜻밖에도 아직 면접이 진행 중이니 마지막 조에 합류해서 면접을 보라고 했다. 



 가나다 순으로 면접이 진행되었는데 내 성인 ㅇ을 한참 지나서 이름이 ㅎ으로 시작하는 지원자가 있는 마지막 조로 면접에 들어갔다. 먼저 필기 시험을 본 후 영어 면접을 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인성면접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들어가서 차려, 경례를 맡았다. 처음 받은 질문은 예상대로 왜 늦었냐는 것이었다. 차마 보잉 면접을 보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보일 것이 뻔한 변명도 대지 않았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한 후에 차분히 답변했다. 어쩔 수 없이 늦었지만 무역협회는 기본을 중시한다고 들었기에 늦게라도 직접 와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다행히 기회를 얻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1시간이나 지각했지만 도망치듯이 아예 나타나지 않기보다는 늦게라도 나타나서 직접 사과를 하고 면접 기회를 받은 것을 강조하면서 조리 있게 대답했다. 면접관의 표정은 꽤나 어두웠다. 이력서를 읽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스팩은 괜찮은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저는 성격도 좋고 한마디로 웃기는 놈입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면접관이 말했다.


"그럼 웃겨보세요."


  ‘내가 잘못들은 건가? 농담이겠지?’하고 생각하며 면접관의 얼굴을 쳐다봤다. 농담이 아니었다. 면접관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뭔가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지만 이것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하루 종일 면접을 진행하느라 지친 면접관들을 기다리게 할 수가 없었다. 주저하지 않고 바로 성대모사를 했다.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맹구, 앙드레김, 신문선, 주현의 성대모사를 했다. (지금은 올드하게 느껴지겠지만 오래 전 일임을 명심하자!) 빼지 않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필요 이상의 큰 목소리로 성대모사를 했다. 딱딱했던 면접관의 얼굴이 풀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면접이 모두 끝난 후에 편안하게 나가보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가 마지막 조였기에 면접이 완전히 끝나서 면접관들도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나가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따로 뿔뿔이 흩어져서 나가는 대신 다시 한번 정렬한 후에 인사를 했다.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연수를 가기 전에 반년간 대학로에서 개그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개그맨이 되고 싶었지만 TV에 데뷔하지 못한 채 그만 두었고 그때 계속 활동했던 개그맨들은 웃찾사에 출연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던 대학로 생활에서 보고 배운 개인기를 쳥년무역 면접에서 쓸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1시간이나 지각해서 압박 면접을 받고 있었는데 그 개인기 덕분에 면접관의 경계심을 호감으로 바꿀 수 있었다. 

박승대홀 동기 세형이와 


면접을 마치고 나와서 점은 이어진다는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 다시 한번 공감했다. 스티브잡스는 호기심에 청강했던 캘리그래피가 훗날 맥킨토시 제품에 적용된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시도할 때는 훗날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다른 일에 도움이 되고 영향을 주는 것을 점이 이어진다고 표현했다.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을 접한 후에 너무나 깊은 감명을 받아서 연설 내용을 mp3파일로 변환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듣고는 했는데 오늘 이렇게 또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나에게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자.


청년무역 면접을 보기 직전에 참가했던 보잉 인턴 면접에 결과적으로 불합격을 했지만 그 면접 역시 완벽한 실패는 아니었다. 보잉 면접을 본 것이 청년 무역 면접에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미리 면접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여태껏 서류 전형에서 전부 탈락해서 실전 경험이 없었던 나는 보잉 면접을 통해서 처음으로 실제 면접을 경험했다. 기업에서 펼쳐진 정식 면접은 모의면접과는 확실히 달랐다. 직접 겪어본 덕분에 청년무역 면접에 임할 때는 리허설을 이미 해본 느낌이 들었고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


둘째, 면접 후에 너무 지쳐서 청년무역 면접 때는 오히려 긴장이 되지 않았다. 면접이 2시간가까이 진행되어 점심을 못 먹었기에 배가 고프고 지쳐버린 나머지 긴장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면접 들어가기 전에 진행요원이 나보고 하나도 떨지 않는다고 이상하다고 말 할 정도였다. 내가 직원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성적표 발급받는 모습을 보고 마치 내가 자리 주인인 것 같다는 농담을 들었다. 많이 긴장하는 사람들은 이 방법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 모의면접에 시험해보고 맞지 않는다면 실전에서 사용하지 말자.) 


 그리고 합격자 발표일, 가나다 순으로 올라와있는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합격했구나! 1시간이나 지각을 해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늦게라도 가서 도전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가봤자 늦어서 떨어질 것 같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핑계를 대기 위해서 면접장에 가지 않았다면 면접자체를 보지 못했을 것이고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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