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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인턴하기 (5) 3년의 시간을 절약해준 선택

[일단은 겪어봐야 내게 맞는지 알 수 있고 후회가 없다]

청년무역 인턴십에 합격한 덕분에 그토록 원하던 해외에서 생활하는 꿈이 이루어졌다. 캘리포니아의 수영장이 딸린 집과 거리에 늘어선 야자수를 보면서 한없이 설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속 한편으로 허전함이 커져만 갔다. 해외에서 살면 마냥 좋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해외에서 생활했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은 회사에서 한국식으로 보냈다. 종합상사이기 때문에 야근과 술자리가 잦았다. 나는 술을 못 마신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게 지고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목이 아프고 몸살이 난다. 많이 마시면 술이 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양을 늘려봤지만 많이 마신다고 없는 알코올 분해능력이 생기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살 것인지는 생각을 소홀히 한 결과였다.



어떤 일을 좋아한다면 그 일의 어떤 면이 좋은지 잘 생각해보자.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의 어떤 면이 즐거운지 생각해봐야 한다. 여행을 좋아하더라도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가보지 못하는 곳에 가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할 수 있다. 친구와 같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가서 같이 경험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혼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현지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즐거워서 여행을 좋아할 수도 있다.


내 친구 A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혼자서 여행을 다녀오더니 기존 여행과는 달리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여행을 갔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여행 계획을 친구와 같이 세우고 여행지에서 함께 경험하는 것을 즐겼는데 혼자서 갔을 때는 그 경험을 나눌 친구가 없어서 쓸쓸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고 파견학생 생활이 즐거웠기에 외국에서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역회사 주재원 생활을 떠올렸고 청년무역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지내고 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여행이나 파견학생을 갔을 때 즐거웠던 이유를 생각해봤다.


여태까지는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에서 자유와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에서 살고는 있었지만 야근과 술자리, 수직적인 기업문화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기에 주말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 동안 행복하지가 않았다. 일주일은 길었고 주말은 너무나 짧았다. 여느 회사원들처럼 일요일 저녁이 되면 벌써부터 힘이 쭉 빠지고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을 해도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 살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신의 스타일로 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해외에서의 생활이라도 여행하러 가는 것과 가서 일하는 것은 다르다. 왜 좋아하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디서 사느냐, 어떤 조건을 충족하느냐 보다는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에서 산다면, ~에서 일한다면 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바꾸자. 조건이 아니라 행동 속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 후에 그것을 지금, 여기서 실행하자.

무역회사 주재원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6개월간 해외 주재원 생활을 통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청년무역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리 겪어보지 않았다면 해외 주재원 생활만을 기대하면서 무역회사에 입사했을 것이고 3년이 지나 해외에 나가서야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1시간 면접에 지각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선 덕분에  3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을 해봤기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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