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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31. 2019

하고 싶은 일 도전하기(4)스타킹 통역알바를 시작하다

감사표시 하기. 고마움은 표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해외 스타가 내한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해외 스타들이 한국에 올 때 수행통역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고 생각했다. 호나우딩요가 나이키 초청으로 내한했을 때도, 베컴이 아디다스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을 때도 저런 역동적인 현장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기에 막연히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고 목표가 아닌 희망사항에 그쳤다.


 SBS에 찾아가서 홍보를 한지 3달이 지난 어느 날 밤에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 번호인데...누굴까? 벌써 밤 11시인데.’ 


궁금해하면서 전화를 받아보니 스타킹의 윤신혜작가님이었다. 예전에 통역이든 출연이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겠다고 했었는데 드디어 전화가 온 것이다. 미국에서 출연자가 오는데 영어 수행 통역이 필요하다고 했다.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대답했다. 어떤 사람인지 물었더니 유투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나탈리 화이트라고 설명해주었다. 동영상을 찾아보니 R&B버젼으로 부른 GEE가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원곡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고 계속 귀속에 울리는 저음의 후렴구가 너무나 멋졌다. 


통역비가 적은데 괜찮겠냐고 물으시길래 지체 없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신기했다. 외국 스타가 한국에 오면 수행통역을 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했었는데 방송에 나올 외국인의 수행 통역을 하게 되다니! 인터넷을 검색해서 미리 나탈리 화이트에게 이메일을 썼다. 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갈 사람이고 한국에 있는 동안 통역을 맡게 되었다고 잘 부탁한다는 글을 썼다. 나탈리가 답장을 보내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이메일 주소를 찾아서 한국의 날씨 등을 알려준 덕분에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미리 대화를 나눈 덕분에 한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어색하지 않았다. 작은 행동이 거리를 좁혀준 것이다. 나탈리의 이메일을 찾는데 몇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이메일은 누구나 쓸 수 있다. 



 (2009년3월 2일 첫 번째 스타킹 통역)


 나탈리의 수행통역으로 스타킹 녹화장을 방문했다. 웃찾사 오디션을 보기 위해 찾았던 등촌동 공개홀에 이번에는 정식으로 일하러 왔구나.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수행통역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MC 강호동 선배님의 진행을 직접 보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녹화시간이 7시간에 달하는 것을 보고 체력의 중요성을 느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예전의 활달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님도 PD님도 나보고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남을 웃기는 것을 좋아하는, 반에서 재미있는 아이중의 하나였는데 목표를 세우고 몰입하는데 집중하느라 성격이 많이 바뀐 것을 그때 깨달았다. 조언을 귀담아 듣고 예전의 활달한 모습으로 돌아가려 노력했다.

 나탈리와 함께 움직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스타킹과 한밤의 TV연예 녹화를 했고 삼성동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인터뷰를 했다. 나탈리와 계속 영어로 대화를 하다보니 영어 공부도 되고, 가보지 못한 곳에 가서,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아르바이트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나탈리의 모습을 보고 프로처럼 일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었다. 매일 진행되는 보컬레슨과 댄스레슨, 녹화, 인터뷰 등의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으로 오로지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고 결과를 내놓는 모습이 멋졌다. 항상 하루 스케쥴이 끝난 후에 느낀 점을 일기로 남겼다. 그렇게 10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서로 작별인사를 한 후 나탈리는 미국으로 떠났다. 비록 시급은 최저 시급 수준이었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얻었다.



작가님에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바디샵에서 근무하는 후배의 도움으로 할인을 받아 샤워젤을 선물했다. 공연 통역을 하면서 티켓이 생기면 가끔씩 친구들을 초대하곤 한다. 대부분 빈손으로 오는데 음료수나 간식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이 있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내가 공연에 초대해준 것을 고맙다고 인사를 하지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친구의 행동이 가장 기억에 남기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마다 손편지나 작은 선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작은 감사 표시는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나의 감사한 마음을 전달해준다.  


(2009년 4월 6일)

오늘은 월요일. 스타킹 녹화가 있는 날이다. 나탈리가 돌아가서 통역할 일은 없었지만 공개홀로 갔다. 나탈리 화이트 수행 통역으로 스타킹을 찾았을 때 직접 강호동 선배님을 본 후에 느낀 점을 편지로 써야겠다는 생각만했지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일기를 읽다가 편지를 쓰려고 한 것을 기억했고, 일정표에 편지쓰기를 표시 후에 계획에 따라서 오늘 직접 드리러 온 것이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기록하는 습관이 아니었으면 아마 생각만 하다가 그대로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었을 것이다.


 공개홀 입구에서 윤신혜 작가님을 우연히 만났다. 오늘은 어쩐 일로 왔냐고 해서 구경 왔다고 대답했다. 마침 저녁 시간이라며 커피와 빵을 사주셔서 감사하게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프로필을 보여드렸는데 작가님이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해주셨다. 읽고 나서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고쳤으면 좋겠고 통역을 하길 원하는지 출연을 하길 원하는지 확실히 표현해야 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저녁 시간이 끝나고 녹화를 구경했다. 편지를 직접 전해드리고 싶어서 녹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 날도 녹화는 9시가 넘어서 끝났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걸어 오는 강호동 선배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시간 녹화를 마친 후라서 더 피곤해 보였다. 재빠르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드리고 집으로 향했다집에 돌아와서 플래너에 표시된 편지쓰기 옆에 체크 표시를 했다. 완료 됐다는 체크표시를 하니까 해야 할 일들의 진행 과정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단 하나의 습관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쓰는 습관을 추천해줄 것이다. 편지를 쓰고 전달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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