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차 교사의 고백: 학부모 공개 수업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비밀

by 김종명

달력에 적힌 4월 22일이라는 날짜가 점점 더 저를 압박해오기 시작합니다. ㅠㅠ


왜냐구요?


그날은 바로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교직 경력 31년 차, 2년간의 군 복무로 인한 휴직 기간을 제외하면 총 29번의 학부모 공개 수업을 치러냈습니다.


서른 번에 가까운 경험이 쌓였으니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이들과 학부모님 앞에 서는 이 40분은 여전히 제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옛날 사람인지라 조금 옛날식으로 표현해 보면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31년 차 교사인 제가 생각하는 '감동적인 수업'이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의 수업 장면을 참관하는 이 행사의 취지를 생각해 보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수업'입니다.


부모님들께서 진정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은 교사의 화려한 수업 기술보다는 내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이며,

확인하고 싶으신 것은 '우리 아이가 작년에 비해 얼만큼 성장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저의 과학 수업 브랜드인 'SECRET 과학수업'의 첫 번째 항목이 'Student Centered Science, 즉 학생 중심 과학 수업'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아이들이 직접 진행하는 수업을 보여줌으로써 학부모님들께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드리는 것으로 고객님(?)들을 감동시켜 보기로 한 것입니다.



배움 주제는 '물의 증발과 끓음에 대하여 알아보기'입니다.


지난 목요일, 아이들과 함께, 모둠별로 발표할 5가지 소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모둠별로 자기 모둠에서 발표하고 싶은 주제를 생각해 보게 하였습니다.


거기에서 나온 5개 반의 의견을 바탕으로, 5가지 소주제를 정해 캔바로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형식의 수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참고로 저희 학교는 2024년부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담임 선생님들께서 지속적으로 지도해 주신 덕분에 학생들의 디지털 관련 역량이 매우 뛰어나답니다. ^^




먼저 수업 시작과 함께 아이들에게 증발 종이와 붓을 나누어 준 뒤, 부모님께서 바라시는 나의 가장 버려야 할 생활 습관, 예를 들면 늦잠, 편식, 게임 등의 낱말을 쓰게 한 다음 부모님께 드리게 할 생각입니다.


다음은 배움 문제와 순서를 안내하고 모둠별로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게 합니다.


첫 번째 모둠에게는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실험을 통해 증발의 의미를 설명하게 하려 합니다.


똑같은 양의 물이 들어 있는 유리컵 2개를 준비한 뒤 하나는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 두고, 다른 하나는 그늘진 곳에 둔 다음 3일 후에 물의 높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증발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하는 실험입니다.


전후 비교를 통해 증발 현상을 통해 물이 줄어들었음을 설명하게 하고, 거기에 우리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증발 현상의 예를 몇 가지 더 제시하도록 준비시킬 예정입니다.


두 번째 모둠은 우리 생활에서 증발의 원리를 이용한 물건을 조사하여 발표하게 할 예정입니다.


음식 건조기, 의류 건조기, 헤어 드라이기 등의 물건들이 제시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모둠은 증발의 조건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게 합니다.


젖은 수건을 2개 준비해 하나는 옷걸이에 그냥 두고, 다른 하나는 옷걸이에 걸어 선풍기 바람을 쐬게 하면서 어느 쪽 수건이 빨리 마르는지 확인하게 하는 실험입니다.


이 역시 실험 과정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 발표하게 함으로써 빠른 건조를 위해서는 적당한 바람이 필요함을 설명하도록 하게 할 예정입니다.


네 번째 모둠은 알코올을 이용한 '기화열 실험'을 진행시킬 예정입니다.


똑똑한 서0이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모둠별로 알코올과 비접촉 체온계를 나눠줍니다.


먼저 팔목 부분의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게 합니다.


그다음 알코올이 묻어 있는 솜으로 팔목을 문지른 후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게 합니다.


체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발표하게 합니다.


동시에 알코올이 마를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확인하게 함으로써 '기화열'의 의미를 이해하게 합니다.


마지막 모둠은 '증발'과 '끓음'의 차이를 비교, 설명하게 합니다.


정리 단계에서는 '증발 현상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져주려 합니다.


"옷이 마르지 않아서 매일 축축한 옷을 입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샤워를 해도 상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 마르지 않아 머리에서 냄새가 날 것 같습니다."와 같은 대답이 나오겠죠.


그럼 저는 "이처럼 증발은 단순히 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쾌적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순환의 과정"임을 강조해 주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활동이 남았습니다.


부모님께 드렸던 종이의 글씨가 사라졌음을 확인하게 합니다.


"여러분이 썼던 글씨가 증발해 사라진 것처럼, 우리 4학년 0반 친구들의 삶에서도 나쁜 습관들을 증발시켜 버릴 거죠?"


라는 약속을 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부모님께서 약속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ㅋㅋㅋ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 믿습니다.


4학년 들어 두 번째 시도하는 아이들의 발표 수업이기에 조금은 서툴고 우당탕, 삐걱댈 거라 예상됩니다.


잘 설계된 교사 주도의 매끄러운 수업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투박하더라도 내가 직접 만든 작품에 더 정이 가듯이, 아이들이 스스로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이 서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더 큰 성장을 이루어낼 것이며, 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곧 부모님들께 드리는 최고의 감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과학 수업 브랜드인 'SECRET 과학수업'이 지향하는 가치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답을 찾아가는 '비밀(SECRET)' 같은 성장 과정을 부모님들께 감동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월 22일,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그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기다려 봅니다.


교실을 가득 채울 아이들의 발표소리가 학부모님들의 마음속에 기분 좋은 감동으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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