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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Dec 31. 2022

2022년 회고를 작성해 보자

'다시'를 만들어준 한 해

2022년의 마지막 날 

SNS를 통해 다른 분의 회고를 본 후

올해 있었던 일들 중,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에 대해 작성해보기로 했다.


-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22년 겨울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아이가 입학했다. 아직은 마냥 어려 보이는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 외로 잘 적응하여줘서 고마웠다. 중간에 이사를 가게 되어 전학도 하였지만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잘 적응해 주었다. 아내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초등학교 이후의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의 교육관은 성적이 1순위는 아니기에, 삶을 이어갈 장소를 선택하는 데 있어 아이가 경험할 여러 환경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사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면서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왜 나왔지 알 것 같은 요즘이다. 

유치원 때보다 아이의 지식과 생각이 많이 늘어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빨이 나고,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함께 운동도 하면서 아이가 커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어떻게 알려줄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 요즘, 아이가 커가는 시간만큼이나 나 역시 삶의 지혜를 차곡차곡 잘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사 

21년 겨울, 재계약이 7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집주인은 우리가 전세갱신권을 쓸까 봐 부랴부랴 연락을 해 본인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주변의 집값은 너무 올랐고 우리는 정말 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예산 범위 내에 이사할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민감임대주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청약을 넣고 당첨이 되어 오히려 대출 없이 살면서 더 큰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물론 서울에서 많이 멀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재택이라 출퇴근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기존에 살던 곳 보다 5배나 큰 대단지가 주는 쾌적함을 경험하고 있고 여러 가지로 좋은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존에는 뻥뷰였는데 여기는 막힌뷰라는 것 정도이다.

덕분에 참 많은 부동산 공부를 하였고, 자산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해보게 된 한 해였다. 엄청나게 많은 자산이 증식시킬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삶에서 어떤 방향으로 자산을 불려 나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아참, 그 집주인은 애당초 집에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집을 계약했다는 소리를 듣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를 내놔달라고 했고, 전세가 잘 안 구해지자 우리 보고 '대출연장' 해서 구해질 때까지 살아달라는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그냥 나왔는데 우리가 나가고 3개월 동안 그 집은 계속 비어 있었고 가격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 라이브커머스

21년 겨울, 회사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TF를 만든다며, 영상 전문가로 팀 전환을 추천하셔서 팀에 합류하였었다. 그렇게 꾸려진 다른 팀원들과 함께 라이브커머스를 하기 위한 사업 기초부터, 장비구매, 기술테스트, 대본작성, 스튜디오 섭외, 법무검토 등의 완전 기초 모든 과정을 거치며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오픈하였다. 서비스가 오픈된 이후에는 방송을 맡아 출연자 섭외, 소스 촬영, 대본작성 및 디자인 요청 등 전체 방송을 구성하고 기획하여 방송하는 역할을 하였다.

첫 번째 방송에서 높은 매출을 올려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한 두 달 사이에 반년치 방송이 모두 예약되었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근속하면서 서비스와 브랜드에 대해 이해를 하고 톤을 만들어가며, 루틴 한 방송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고도화'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가 잡혀갈 때쯤 타 회사의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왔고 피 인수사 안에 있는 라이브커머스 팀과의 통합 이야기가 들려왔다. 

피 인수사에는 2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는데 4명이 만들어 내는 매출이 훨씬 많은 상황이었다. 인수과정을 거치기 위한 실사에 참여했는데 그 팀과 우리 팀은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그에 대한 우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나 윗선에서는 피인수 회사의 팀이 우리 팀에 소속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하였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곳에 있으면서 지켜본 바로는 너무나 명확하게 인원이 많은 쪽으로 흡수가 되며,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게 아깝지만 커리어가 더 망가지기 전에 인사팀에 손을 들고 면담을 신청했다. 


- 비개발 / 개발 

면담을 진행하면서 타 부서로의 전배를 신청하였다. 기존에 일을 할 때도 계속해서 마음에 두고 있던 직군이 있었는데 바로 Product Owner 직군이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곁에서만 봐온 일들이기에 지식이 많지 않았았다. 나와 함께 일해본 몇몇 po분들을 통해 내가 할 수 있을지, 괜찮을지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였고 모두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줘서 용기를 내어 도전하게 되었다.

우리 팀이야 개편이 예정되어 있는 팀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문제는 개발 쪽 부서에서 받아주느냐였다. 개발 지식은 많이 없지만 영상 콘텐츠 제작일을 하면서 회사의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고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을 장점으로 어필하였다. 때마침 관련 쪽 직군에 담당자가 필요했고 나를 받아준 팀장님이 예전에 없던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해 좋게 봐주시는 등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들이 맞아떨어져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비개발에서 개발 조직으로 전배를 이뤄낼 수 있었다.  

(내가 옮기고 나서 라이브커머스팀은 팀은 피인수회사로 아예 흡수되어 조직에 남아 계시던 분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거나 퇴사처리 후 피인수회사 소속으로 변경되게 되었다. 상황을 아는 분들은 모두 나에게 하늘이 도왔다고 이야기했다.)

전배를 하고 반년동안 같은 회사지만 완전히 다른 용어들과 업무 진행 과정들,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보면서 꼭 이직한 것 같은 느낌으로 하반기를 생활하였다. 소소한 업무들을 지나 internal admin 하나를 오픈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매일이 머리에 쥐 나는 일이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면 가슴이 철렁철렁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알아가는 재미를 온몸 가득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전배하고 얼마 되지 않아 조직이 한번 더 변경되었다. 나를 받아준 팀장님과는 헤어지고 직무는 유지한 채 아예 새로운 조직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 중이고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다.)


- 2022년의 회고

올해 시작할 때 내가 잡은 22년의 키워드는 '다시'였는데 

22년은 나에게 위기에서 다시 시작하는 행운을 많이 안겨준 한 해였던 것 같다.

모든 것에 좋은 일들만 계속 생겼던 것은 아니기도 하고 지나고 보니 다행이다 싶은 일들도 많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괴로웠던 순간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다시'를 만들어준 한 해이니 만큼, 삶을 살아감에 있어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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