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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Oct 04. 2024

ADHD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와의 동행을 말하는 사람들


 지난 6월, 서강대에서 처음으로 ADHD 자조모임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모두 어색하게, ADHD 답게 조금씩 늦으며 한 명씩 자리를 채워 약 열 명이 모였습니다.


 모임이 끝나갈 때쯤 한 명이 질문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ADHD를 없앨 수 있다면, ADHD를 없애고 살고 싶으신 분이 계신가요?"


"아니요."


 한 명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ADHD는 실행기능의 문제를 겪습니다. 실행기능에 대한 설명은 다음 인용을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행기능이란 뇌의 다른 부분의 기능을 조율하며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조절하는 전반적인 기능을 말하는데, ADHD 아이들은 실행기능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행기능에는 억제능력, 예견능력, 반추 능력, 자기인식능력, 조직화능력 등이 포함된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예견하지 못하고, 지금 당장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순간적인 충동대로 행동하게 된다(예. 수업을 빠지면 받게 될 처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금 당장 공부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교실 밖으로 그냥 나가버리는 행동). 원인과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 그리고 결과를 연결시켜서 행동하지 않는다. ... .

(김미경/성북아이정신과 원장 (KDI 경제정보센터) https://eiec.kdi.re.kr/material/clickView.do?click_yymm=201204&cidx=1716 일부 각색)


 위 글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또한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다.'이라는 부분입니다.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약물을 복용한다고 실행기능이 비ADHD인 사람들과 같아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 ADHD 진단을 받은 경우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하여 '사회 시스템에 맞게 생활'하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을 얻긴 하지만, 이전까지 구성해 온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양식과 다양한 이슈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것들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니다. ADHD의 동반질환으로서의 조울증, 심한 강박 또는 불안 등은 개인이 감당하기 버겁고 일정 수준 조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의력 부족으로 인해 기초적인 학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일상생활 자체가 힘든 경우에는 약물과 더불어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ADHD의 모든 증상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충동의 다른 면은 용기이자 도전입니다. 예견능력의 부족은 가능성을 꿈꾸고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의 충동성은 때로는 '나이브함, 막연함'과 같은 것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나이브함과 막연함에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어내기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로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것을 생각합니다. 어차피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항상 주변에는 디테일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을 고민했습니다.




 더 나아가 ADHD는 꿈과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기존의 틀에 박힌 생활에 염증을 느낄 때,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제안합니다. 우리의 실행기능 결여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실행을 가능케 합니다. 그래서 저는 ADHD가 있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우리가 도둑맞은 것은 주의력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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