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사장 Jun 30. 2024

이쁜이.

프롤로그

늦은 오후 고등학교 동창들이 가게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 더 이상 연락하지 마세요"

당황된 맘에 "왜요?"라고 보내니

" 자신과 어투가 맞지 않는다고 좋은 의도이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나는 "왜 어투가 맞아야 하나요?"

물었고 답은 없었다.

내심 식당 주인하고 손님하고 어투가 맞아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난 정신이 어수선했고 다음날 아침

" 그런 맘도 편치 않을 터이고  알았으니 출근 잘하세요"라고 했다.



복숭아.


2023년 6월 말부터 몸이 안 좋았다.

7월 중반 넘어가서는 덜컥 겁이 나서 가게를 몇 달 정도 쉬어볼까 정도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었다.

가게에 앉아있다가 서울로 간 그가 생각났었고 그가 좋아하던 음식을 보내 주고 싶어서 문자를 보냈었다.

그는 흔쾌히 좋다 했었고 난 신나게 보냈다.

2023년 한 해 중 가장 행복했었던 날이고 행동이었다.


7월 말 구안와사가 왔고 난 일주일 가게 문을 닫았었다.

일주일 쉬고 가게 오픈한 날 성희가 깨끗하게 손질한 한치를 엄청나게 주었고

그에게 보내 줄까 싶어서 문자 보내니 자신은 생물은 잘 못 다뤄서 곤란하다 정색을 하면서 복숭아를 보냈다 했다.

난 복숭아를 왜 보냈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난번에 보낸 내 음식에 대한 답례이거나 노인공경 정도라 여겼다.

오후 한의원 가기 바로 전 노란색 SSG배송 차량이 왔고 탐스런 복숭아 두 박스가 왔다.

집에는 부부문제로 맘 고생하는 막내 동생과 조카가 와있었고 조카는 심하게 아팠었는데 복숭아를 즙을 줄줄 흘리면서 너무 맛있게 먹었고 우울하던 집 분위기는 복숭아 덕분에 좋은 손님 아저씨 덕분에 우울함이 걷혔다.

난 감사하다고 문자를 나름의 정성을 다해서 떠난 그를 그리워하면서 아쉬운 맘을 담아 보냈다.

. . . . .

그런데 그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  아침에 눈 뜨는데 번득 드는 생각

'나 아픈 거 알아서 보냈구나!"

복숭아 받은 날짜 시간을 생각하니 딱 맞아떨어졌다.

깨닫는 순간 맘이 뒷걸음질 쳤고 내가 기분에 겨워 보낸 가볍고 길었던 문자가 생각났고  민망함이 밀려왔다.

가게 주인이니까 나 아파서 쉽니다, 병원에 갑니다란 일정을 인스타에 올린다.

하지만 그는 서울 가면서 팔로우 취소 했는데 종종 고객님들 중 어디론가 떠나시는 분들은 팔로우를 취소하신다. 그래서 그의 팔로우 취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그가 내 상황을 알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가게로 나서면서 냉장고를 열어 보니 복숭아 하나가 방긋 남아있어서 이건 내 거라고 가지고 나간다고 하고 가게에 가지고 나왔다.

그날 점심시간 허교수가 가게에 왔었고 복숭아를 깎아 먹고 너무 달고 맛있다고 웃으며 먹고 비쵸비(과자)와 커피를 마시다가 "맛있네 이거 보내드릴까?" 했었다.

민망하고 감사한 맘이 들어서 든 생각이었다.

쿠팡으로 비쵸비를 주문하였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두세 시간 후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있을 때

답문이 왔다.

"과자 싫으니 주문 취소 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고등학교 동창들 즐겁게 이야기하는데 난 갑자기 맞닥뜨린 당황함에 휩싸였다.

' 어투? 무슨 어투? 서울 간지가 가게 안 온 지가 8개월이 되었고 가게에 오던 일여 년간 같이 이야기 한 시간을 다  더해도 15분이 안 되는데 무슨 어투? 게다가 웃음기 띈 문자 주고받은 게 최근이었는데 의도? 무슨 의도? 내가 의도를 갖고 그를 대했나? 이거 무슨 말이야' 난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만큼 생각이 복잡한 인간이 아니다.


51세인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한 일은

쿠팡 과자 취소 하고 끓어오르는 화에 SSG 회원을 취소했다.

그와 주고받았던 문자를 지웠다.

'어투가 맞지 않다 했으니 그래 다 지워주마'

유치하고 졸렬한 분노가 치밀었다.

그도 나만큼 유치했다.

후에 그에게서 카톡도 차단되었고 그러면 모든 게 차단되었겠구나 짐작했다.

나 또한 열받아서 넌  차단 난 삭제로 혼자만의 대응을 했다.

물론 전화번호까지 덜어냈다.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인가.

중딩들도 이리는 안 하겠구먼.

나랑 그는 카톡을 주고받은 적도 없는데 애꿎은  카톡은 왜 차단과 삭제를 하는 걸까?

동생에게 카톡 차단 소식을 알리니 뜨악한 표정으로

"사귀었었어?" 라 반문.

뭐라도 해보고 했으면 분하지는 않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손님 전화번호가 그의 것이다.

정들었나 보다.


일 년이 지났다.

일 년 사이에 난 너무 많은 감정교차가 있었고 간간히 사건들이 있었다.  

그 일 년간에 이야기를 해봅니다.









목, 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