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반 넘어가서는 덜컥 겁이 나서 가게를 몇 달 정도 쉬어볼까 정도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었다.
가게에 앉아있다가 서울로 간 그가 생각났었고 그가 좋아하던 음식을 보내 주고 싶어서 문자를 보냈었다.
그는 흔쾌히 좋다 했었고 난 신나게 보냈다.
2023년 한 해 중 가장 행복했었던 날이고 행동이었다.
7월 말 구안와사가 왔고 난 일주일 가게 문을 닫았었다.
일주일 쉬고 가게 오픈한 날 성희가 깨끗하게 손질한 한치를 엄청나게 주었고
그에게 보내 줄까 싶어서 문자 보내니 자신은 생물은 잘 못 다뤄서 곤란하다 정색을 하면서 복숭아를 보냈다 했다.
난 복숭아를 왜 보냈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난번에 보낸 내 음식에 대한 답례이거나 노인공경 정도라 여겼다.
오후 한의원 가기 바로 전 노란색 SSG배송 차량이 왔고 탐스런 복숭아 두 박스가 왔다.
집에는 부부문제로 맘 고생하는 막내 동생과 조카가 와있었고 조카는 심하게 아팠었는데 복숭아를 즙을 줄줄 흘리면서 너무 맛있게 먹었고 우울하던 집 분위기는 복숭아 덕분에 좋은 손님 아저씨 덕분에 우울함이 걷혔다.
난 감사하다고 문자를 나름의 정성을 다해서 떠난 그를 그리워하면서 아쉬운 맘을 담아 보냈다.
. . . . .
그런데 그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 아침에 눈 뜨는데 번득 드는 생각
'나 아픈 거 알아서 보냈구나!"
복숭아 받은 날짜 시간을 생각하니 딱 맞아떨어졌다.
깨닫는 순간 맘이 뒷걸음질 쳤고 내가 기분에 겨워 보낸 가볍고 길었던 문자가 생각났고 민망함이 밀려왔다.
가게 주인이니까 나 아파서 쉽니다, 병원에 갑니다란 일정을 인스타에 올린다.
하지만 그는 서울 가면서 팔로우 취소 했는데 종종 고객님들 중 어디론가 떠나시는 분들은 팔로우를 취소하신다. 그래서 그의 팔로우 취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그가 내 상황을 알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가게로 나서면서 냉장고를 열어 보니 복숭아 하나가 방긋 남아있어서 이건 내 거라고 나 가지고 나간다고 하고 가게에 가지고 나왔다.
그날 점심시간 허교수가 가게에 왔었고 복숭아를 깎아 먹고 너무 달고 맛있다고 웃으며 먹고 비쵸비(과자)와 커피를 마시다가 "맛있네 이거 보내드릴까?" 했었다.
민망하고 감사한 맘이 들어서 든 생각이었다.
쿠팡으로 비쵸비를 주문하였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두세 시간 후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있을 때
답문이 왔다.
"과자 싫으니 주문 취소 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고등학교 동창들 즐겁게 이야기하는데 난 갑자기 맞닥뜨린 당황함에 휩싸였다.
' 어투? 무슨 어투? 서울 간지가 가게 안 온 지가 8개월이 되었고 가게에 오던 일여 년간 같이 이야기 한 시간을 다 더해도 15분이 안 되는데 무슨 어투? 게다가 웃음기 띈 문자 주고받은 게 최근이었는데 의도? 무슨 의도? 내가 의도를 갖고 그를 대했나? 이거 무슨 말이야' 난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만큼 생각이 복잡한 인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