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중학교 친구의 빨간 맛이 궁금했었다.
뭔가가 화려하게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또렷한 빨간 맛.
그 맛이 오랫동안 기억났었고 그리웠었다.
시간이 오래 흘러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엄마와 황매실청을 담은 해,
그 빨간 맛이 내 손에서 비슷하게 떠올랐다.
똑같을 리 없겠으나 비슷했었다.
오랜동안 기억에 남은 맛.
어쩌면 기억 속에 존재하는 맛이라 희미할 수도 있겠고,
두서없이 맛이 과장되었겠지만 내가 일정하게 맛을 내는 유일무이한 나만의 레시피가 되다.
내 나름대로 연구랄까 고민을 하면서 알아내고자 하는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으나
꽤 오랜 기간 동안 기억의 맛을 내보자 매번 애를 썼었다.
처음 비슷한 맛을 내었을 때 그 어떤 요리보다 귀했었고 뿌듯한.. 빨간 맛.
먼저 재료는 단순하다.
고주장 2 스푼, 고춧가루 1스푼, 다진 마늘 1/2 스푼, 간장 1스푼, 매실청 2스푼, 식초 3스푼.
고추장 2스푼은 얼마나 애매모호한지 다 같은 스푼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스푼에 어떻게 떠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나는 수푼은 고추장통에서 집어넣었다가 꺼내면서 묵직하게 떠지는 양으로 정했다.
고추장은 숟가락에 동그랗게 떠진 양으로 고춧가루도 숟가락 위로 떠진 양으로
매실청, 간장, 식초는 숟가락 정양으로 편리하게 나만에 계량을 정했다.
마늘은 숟가락이 헐거워 보일 만큼 떠서...
이 모든 재료를 넣어서 저어주면 된다
젓다 보면 좀 되직하고 묵직한 느낌이지만 일단 해놓고.
매실청은 끝맛이 스르륵 머물게 해 주는데 설탕과 차이가 많이 난다.
뾰족한 설탕보다는 완화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내 친구가 중학교에 매실청을 썼을 리가 없지만 틀림없이 설탕이였겠지만
내가 나이가 들어 매실청이 더 낫다.
양념을 해놨으니 뭐라도 무쳐볼까 싶어서 오이 한 개와 양파를 준비해서 썰고
위에 쓰인 고추장 양념은 다하면 4 스푼가량의 양념이 나오는데 오이 반 개와 양파 1/4에 한 스푼을
사용하니 알맞다.
오이 무침을 대충 되었고 북어채도 무쳐볼까 싶어서 마른 북어재를 14줄 정도 잡아서 찬물에 10분 정도
담그고 오이와 양파 준비합니다.
북어채가 아무래도 크기가 마땅치 않아서 물을 꼭 짠 후에 결에 따라서 잘라 준비해 줍니다.
오이를 북어와 어울리게 세로 썰기 했는데 집에 무가 없어서 대신, 배로 대체하고
고추도 집어넣습니다.
고추장을 저는 두 스푼 넣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 좀 허옇네요.
시뻘거면 안 됩니다. 북어가 양념을 빨아들이 거든요.
북어는 빨갛게 나머지 아이들은 슬쩍.. 이게 포인트랍니다.
레시피가 허접한 듯 하지만 맛보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저는 참기름을 넣지 않습니다.
다 새록새록 자신이 가진 맛을 내주는 뾰족스러움을 좋아하거든요.
원하시면 참기름도 좋아요.
오이무침은 빨갛게 북어채는 슬쩍 빨갛게,
양념 잔뜩 만들어 쓰지 마시고 한번 드실 양만! 처음 맛이 가장 톡 쏩니다.
추석이 지난 상차림에 깔끔하게 오이와 북어 맛있었습니다.
쉽고 맛있고 근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