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모스키노의 유머와 사회의식에 더해진 제레미 스캇의 기발한 상상력
이탈리아 브랜드 모스키노(Moschino)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고 해도 패션계의 악동, 2NE1 씨엘의 절친으로 알려진 제레미 스캇의 이름은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 시즌마다 웬만한 브랜드의 컬렉션은 다 찾아보는 필자가 가장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브랜드가 모스키노다. 이번에는 또 제레미 스캇이 어떤 통통 튀고 개성 넘치는 테마의 컬렉션을 발표했을까? 하는 생각에 늘 가슴이 뛴다.
늘 정체기를 모르는 신선하면서 키치한 감성으로 매 시즌 찾아오는 모스키노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모스키노는 프랑코 모스키노 (Franco Moschino, 1950-1994)가 1983년 런칭한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할 수도 있는 브랜드로 주요 매출이 발생하는 이태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모스키노는 위트 있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진중한 인물이었다.
그는 패션을 매개체로 이용해 위트가 가미된 그의 사회적 신념과 만트라를 세상에 퍼뜨리고자 했다.
초현실적인 자유를 쫓던 히피 같던 그에게 런웨이는 자신의 신념을 선보이는 연극과도 같은 도구였고, 유머러스한 슬로건이 적힌 옷은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플래카드였다.
'트렌드와 법칙으로부터 야기된 낭비에서의 자유.'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자유였다. 1994년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할 때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과 사회 캠페인을 했는데, 풍자와 아이러니라는 병기를 장착하고 마약, 폭력, 동물학대 등을 반대했으며 패션쇼로 얻은 수익을 소아 에이즈 환자들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트렌드를 거부하고 의류 제작과 유통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찍이 일깨워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로셀라 자르디니(Rosella Jardini)가 모스키노의 유산을 물려받고 20년 동안 유지하였다. 모스키노의 정신을 계승한 그녀는 요정과 동화의 대한 사랑을 반영한 아름다운 색감으로 눈길을 끄는 동시에 패션업계에 대한 비판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06년에는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의상을 디자인했고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의 의상을 담당했으며 이례적으로 '헬멧' 컬렉션을 2007년에 발표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호텔 메종 모스키노가 그녀의 지휘 하에 밀라노 한복판에 세워졌다. 호텔 내에 위치한 매장에서는 액세서리, 주얼리, 시계, 향수와 코스메틱 그리고 헬맷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인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이 등장한다.
2013년,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 영입 이후 모스키노는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2014년 가을 컬렉션으로 데뷔한 스캇은 멈출 줄 모르는 아이디어로 모스키노가 추구하는 방향과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매번 바비와 맥도날드, 말보로 등 대중적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해 그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스캇.
스펀지밥, 루니툰즈, 마리오, 심슨즈 등등 만화를 사랑하는 그가 환생시킨 만화 캐릭터는 줄을 세워야 할 정도이다.
유년시절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캐릭터들을 런웨이에 세우고 트렌디하면서 섹시하게 변모시키는 그의 컬렉션에 대한 반응은 늘 뜨거웠고 관객들에게 (특히 키덜트들에게) 향수와 기대감을 선사했다. 만화와 패션을 결합시키고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의 치밀한 컬렉션은 결코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다. 그의 의상은 세계적인 패션 블로거 키아라 페라그니에서부터 2015년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시청하는 슈퍼볼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케이티 페리까지 넘나들며 셀레브리티들의 무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개성 표출과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과 Z 세대들이 선호하는 스트릿 패션으로도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 제레미 스캇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스키노 컬렉션을 꼽아 감상해보자.
2014년 pre-fall 그의 데뷔 컬렉션.
샤넬 스타일을 패러디한 패딩 처리된 점퍼 및 핸드백, 젖소 무늬 화이트 코트와 슬립 드레스를 겉에 붙인 트렌치코트 등의 아이템을 내놓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2014년 가을 맥도날드 컬렉션.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시발점인 이 컬렉션 역시 샤넬의 핸드백과 트위드 수트 스타일을 패러디했다.
맥도날드와 모스키노의 M을 로고로 변신시키고 맥도날드 점원의 의상까지 등장.
쟁반 위에 올려진 로고 박힌 샤넬 풍 퀼팅 백이 하이라이트다.
버려진 허쉬 초콜릿 껍질도 레드카펫에 어울릴만한 가운으로 변신시켰다.
2015년 봄 바비 컬렉션.
인형의 집에서 튀어나온 듯한 바비인형 실사판을 보여준 이 컬렉션에는
부풀린 헤어스타일과, 핫핑크, 샤워가운, 큼직한 단추 디테일이 돋보인다.
2015년 pre-fall 줄자 컬렉션.
재봉실에서 쓰이는 줄자를 리본이나 러플 등의 디테일로 옷 위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또한 재단된 치수를 그대로 적어 놓은 원피스와 옷걸이에 걸린 핸드백도 등장.
2015년 가을 슈퍼마리오 컬렉션.
마리오와 패딩의 만남.
키치한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청량감이 느껴지는 셔츠 원피스가 키 아이템.
2017년 봄 종이인형 컬렉션
어렸을 적 종이인형에 오려 붙이던 도화지로 만든 옷들이 기억나는가.
최대한 평면적으로 연출한 2-D풍 의상들에 하얀 접는 부분까지 그대로 재현한 컬렉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노스탤지어를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스캇은 이렇게 경고했다.
"머지않아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행위마저도 어색해질 수 있어요."
2017년 가을 택배박스 컬렉션
갈수록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늘어나는 만큼 빠르게 쓰고 버려지는
택배 상자들과 테이프, 종이백을 시크한 카멜 코트와 투피스로 변신시켰다.
머리 위에 얹은 종이박스 모자는 덤.
한해 버려지는 종이박스의 양이 2500만 톤이라는 수치를 내세우며
환경과 재활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 일으키고자 했던 컬렉션.
뽁뽁이로 드레스를 만드는가 하면
세탁소 비닐봉지와 쓰레기통 뚜껑도 시크한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버리는 상상력을 자랑했다.
2018년 봄 발레리나 폭주족 컬렉션
반항적인 블랙스완을 연상시키는 바이크족과 발레리나 스커트를 결합한 믹스매치 룩.
컬렉션 후반부에는 우아한 백합 한송이나 나비, 풍성한 꽃다발 자체를
한 벌의 환상적인 드레스로 만들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봄의 시작을 알렸다.
*모든 컬렉션 이미지 출처는 vogue.com
<모스키노를 대표하는 아이템>
모스키노는 컬렉션의 화제성만큼이나 골수팬들이 환호하는 시그니처 아이템도 몇 개 발표했는데 개중에는 가죽재킷 형태를 띤 핸드백 (모토 백)과 감자튀김, 약봉지, 페브리즈의 형태를 띤 독특한 폰 케이스 등이 있다.
<매장 인테리어>
그리고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것도 모스키노 쇼핑의 큰 재미를 선사한다. 잡지를 찢고 나온 듯한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부터 시작해 거대한 옷걸이와 모토 백 모형 등 걸리버의 여행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리테일 업계가 서서히 몰락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동심을 자극하는 이 모스키노 매장만큼은 문을 닫지 않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다.
<향수>
여타 브랜드처럼 모스키노 또한 향수 라인을 꾸준히 선보이는데
여자 향수는 1987년에 남자 향수는 1990년에 런칭했다.
사람들에게 충격을 불어넣은 이 페브리즈 용기를 사용한 향수 광고를 보자.
'토이 라인' 향수는 장난감 박스에 담긴 귀여운 테디베어 인형 속에 향수보틀을 숨겼는데
조카들에게 뺏길 수도 있으니 아이들이 없는 공간에서만 사용할 것.
테디베어와의 콜라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는데
최근 발표한 코스메틱 라인의 주 모티브 또한 이 테디베어다.
목에 걸고 다닐 수도 있는 립글로스와 개성 강한 팔레트 등을 내놓았다.
모스키노, 자르디니 그리고 스캇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패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매번 절대 똑같지 않은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며 공통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느껴졌을 것이다.
더 많이 웃고,
때로는 노스탤지어에 잠겨도 좋으며,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자고.
단순히 모스키노를 잘나가고 튀는 패션 브랜드 정도로만 치부하기에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참고문헌>
http://blog.naver.com/designpress2016/221131643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