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홍보용 책과 함께 보낼 카드의 인사말을 써 달라고 해서 써 보았습니다.
훗날 인류는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혹시, 농업의 시작과 산업혁명,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대격변기로 기억하지는 않을까요?
과연 2020년을 기억할 훗날이라는 것이 인류에게 허락될지도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가벼운 제목의 책을 소개하며 너무 무겁게 시작한 거 같네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의심해야 할 모든 것들 중 하나로 ‘백수’를 선택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묻더군요.
책이 대박이 나면 백수에서 탈출하는 거냐고…
저는 답합니다.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는 백수 탈출을 위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멸시해 왔던 백수 시대적 쓸모를 조망한 “백수 인정서”라고…
중세에는 성이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였습니다.
안전이 보장된 성을 나와 세상을 탐험하며 물자를 유통했던 백수들은
훗날 중세를 무너뜨린 부르주아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자격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이 중세의 성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백수는 경쟁 시대의 안전장치인 전문성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유통하거나,
아직 그 쓸모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줄여서 “백수과시”에는
코로나를 견디며 살아왔던 2020년에 대한 위로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2021년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희망을 담았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탐험하고 있는 백수의 고단한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자 채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