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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y 04. 2024

<해리빅버튼> 이성수의 첫 언플러그드 공연 후기

Pre Script.

이성수님과 팩트를 체크한 결과 1년에 한 번씩은 꾸준히 언플러그드 공연을 해 오셨다고… 오랜만에 한 언플러그드 공연이라 긴장을 하셨다고 하네요.


어제(2024년 5월 3일), 상수역 근처에 있는 제비다방에서 해리빅버튼, 이성수님의 언플러그드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성수님은 중학생 때 같이 농구를 하며 놀았던 1년 후배입니다. 점프가 워낙 좋아서 별명이 점프킹이었죠. 그 후, 프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를 멀리서 “추앙”만 하고 있다가, 얼마 전 제가 편집위원으로 있는 평생학습e음 인터뷰를 하며 40여 년 만에 다시 만났지요. 그때 인터뷰를 한 곳도 제비다방이었는데, 5월 3일 언플러그드 솔로 공연을 한다고 꼭 오라고 해서... (빈말이었나? ㅋㅋ)


공연이 열렸던 제비다방은 이쪽(어느 쪽?) 계통에 계신 분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명소인 것 같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매일 저녁에 공연이 열리네요. 5월 6일 저녁 8시에 <카디>가 공연을 하는데...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그 카디? 저같이 문화 편식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비다방 소개글을 링크합니다.


https://www.ctrplus.com/jebi


제비다방은 크지는 않은데, 구조가 좀 특이했습니다. 공연장은 지하에 있고, 지상과 뚫려 있어서 1층에선 지하 공연장이 보이고, 지하에선 1층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의 다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초상권이 지엄하므로 따로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 10분 전쯤 지하 공연장에 내려가니 이미 자리가 꽈악 차 있었습니다. 다행히 앞 쪽에 빈자리가 하나 남아 있어서 두 번째 줄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의자는 유치원 의자였는데, 자리가 비좁아 매우 겸손한 자세로 공연을 관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여성팬 두 분과 빈자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해리빅버튼 팬이라면서 응원용 수건도 꺼내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벽에 걸려있는 깁슨 허밍버드(맞나?)를 꺼내는 기타리스트, 이성수님... 역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곡은 "Fun is Fun and Done is Done"으로 아주 시크하게 시작... 해리빅버튼의 풀밴드 버전과 이성수의 어쿠스틱 버전을 한 번 비교해서 들어볼까요? ㅋㅋ


이성수님의 Unplugged Ver.

https://www.youtube.com/watch?v=k8e63s2fFtk

HarryBigButton의 Full Band Ver.


공연을 보는 내내 저는 언플러그드 공연을 하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떠올랐습니다. 이성수님은 무대 위에서 관객을 내려다보며 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첫 번째 시도하는 언플러그드 공연이라 많이 떨린다며 진심인지, 너스레인지 모를 멘트를 던진 후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가끔 인간적인 삑사리도 내며... 참! 공연을 보러 온 관객 중에 <다섯 손가락>의 기타리스트 이두헌님도 계셨는데, 그래서인지 중간에 팬 서비스, 아니, 이두헌님 서비스로 "풍선"도 불렀다는... 해리빅버튼이 부르는 풍선이라니... ㅋㅋ


굳이 삑싸리만 편집해서 올려주시는 선배의 짓궂음... ㅋㅋ


어느덧 공연 후반부로 접어들었습니다. 전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첫 언플러그드 공연이라 떨린다는 이성수님의 멘트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곡을 부를 즈음에서야 비로소 목이 풀리며 공연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곡, 커피 나왔습니다?

노래가 끝날 즈음 1층에서 들려온 "커피 나왔습니다"라는 멘트에 관객들이 모두 빵 터졌습니다. 이성수님은 자연스럽게 앵콜곡으로 "Coffee, Cigarettes and Rock'N'Roll"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ㅋㅋ


Coffee, Cigarettes and Rock'N'Roll


이성수님은 공연 초반에 막차 끊길 때까지 공연을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셨었는데... 아무래도 처음 하는 언플러그드 공연이다 보니 기가 많이 빨리신 듯했습니다. 중간에 땀도 많이 흘리셔서 팬이 건네준 응원용 수건을 받아 땀을 닦으셨는데,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한 마디...


저 수건 이제 못 빨겠네...


팬들은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후끈 달아오르는 공연을 보며 다음날 새벽 첫차를 타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겠으나, 동시에 첫 언플러그드 공연을 마치신 이성수님을 배려하려는 마음 또한 넘쳤던 것 같습니다. 팬들의 얼굴에선 풀밴드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함과 그 특별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는 이성수님의 약속을 굳게 믿으며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자리를 뜨며 물론 이성수님과 기타 하나로도 공연장이 꽈악 찼지만, 다음엔 다른 멤버들과 언플러그드 편곡으로 해리빅버튼의 그 하드한 음악들을 들려주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수야, 좋은 자리 초대해 줘서 고마워,
나중에 또 공연 소식 알려주면 보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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