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야 카본 기타 사용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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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글을 삭제했는데, 브런치는 복구가 안 된다네요. ㅠㅠ 기억을 더듬어 다시 씁니다.
얼마 전, 저에게 과분했던 "맥퍼슨 카본 투어링"을 보내고 신품 대비 대략 3분의 1 가격인 엔야 "EA-X4 pro EQ"를 들였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가격의 차이는 카본 함량에 따른 소재의 차이일까요, 아니면 기타를 만드는 기술력의 차이일까요? 카본 기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엔야는 최근 플래그십 모델인 X4 pro EQ를 출시하며 카본 함량이 (무려?) 95%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전 카본 기타들은 카본 함량이 100%가 아니었다는 얘기? 갑자기 3배나 비싼 맥퍼슨 기타의 카본 함량이 궁금해지네요.
철보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로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카본을 소재로 기타가 만들어진지는 사실 꽤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카본 기타에 얽힌 에피소드 한 편 읽고 가시죠, 바쁘신 분들은 패쓰~ ㅎㅎ
그런데, 문제는 카본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는 것... 기타의 가격은 내구성이 아니라, 미세한 울림의 차이가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비단 기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저 연주자가 연주하는 대로 소리를 내주는 게 기타라면 가격이 그렇게까지 비쌀 이유는 없겠지요. 기타는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는 플렛의 간격과 줄을 조율할 수 있는 헤드머신, 그리고 소리를 증폭시켜 줄 수 있는 울링통만 있으면 되니까요. 방망이를 깎는 노인이나, 그 방망이를 일상에서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방망이는 그저 방망이이듯, 기타 또한 기타를 만드는 루시어의 의도, 그리고 그 기타를 연주해야 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면 기타는 그저 기타일 뿐 아닐까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기타 유저들이 그 미세한 차이로 인해 만족과 불만족이 갈리고, 자신의 손과 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아무리 천만 원이 넘는 기타라 하더라도 자칫 온습도 관리를 못해 상판에 변형이 오거나, 넥이 틀어지면 한순간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타를 관리할 수 있는 댐핏이나 가습기, 심지어 기타를 보관하는 고가의 캐비닛까지 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 기타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그래도 마틴 한 대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똥손임에도 불구하고 마틴 OMC-AURA를 들였다가, 기타를 품고 있던 내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름에 벽지는 쭈글거리고 있는데, 기타가 있는 방에 가습기를 틀었다가 옆지기한테 눈총을 받기도 했었구요. 생업에 시달리며 기타를 자주 만져줄 수 없었던 저는 어느 날 하드케이스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마틴을 그만 보내 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담아 쓴 글입니다.
아무리 내구성이 좋아도 나무로 만들어진 기타 특유의 울림을 포기하고 카본 기타를 선택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맥퍼슨에서 야심 차게 카본 기타를 출시하자, 카본 소재의 기타가 재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맥퍼슨은 특유의 단단함과 캔틸레버 방식이라는 독특한 넥 접합 방식으로 유명한 하이엔드 기타 브랜드입니다.
맥퍼슨으로 인해 카본으로도 올솔리드 기타에 못지않은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무려 6년 동안이나 품고 있던 마틴을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던 저는, 마침 중고 매물로 나온 맥퍼슨 카본 투어링을 보고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습니다. 맥퍼슨 카본 투어링을 처음 만져본 저는 의외의 선명한 소리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 기타에서 들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배음도 느껴졌습니다. 잠깐 맥퍼슨의 카본 투어링 기타 소리를 한번 들어 보실까요?
맥퍼슨 카본 투어링은 저를 꽤 만족시켰습니다. 사시사철 차에 넣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꺼내 칠 수 있는 카본 기타는 어느새 저의 메인이자 전투 기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죠? 전 미니 사이즈의 카본 투어링에 만족하지 못하고 풀사이즈의 "세이블(Sabel)"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니 사이즈 소리도 이런데, 풀사이즈 카본 소리는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맥퍼슨의 풀사이즈 카본 기타인 세이블은 감히 백수인 제가 넘볼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었습니다. 신품은 400만 원이 훌쩍 넘었고, 중고 시세도 300만 원 언저리에서 떨어지질 않았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쓰고 있는 사용기의 주인공인 엔야의 "X4 pro EQ"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맥퍼슨이 카본 기타가 나무 기타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열었다면, 엔야는 카본 기타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엔야기타는 합판 기타 가격의 카본 기타인 "노바GO"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타 시장에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물론 카본 함량이 낮아 무늬만 카본이라는 논란이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내구성이라면 모를까, 카본 함량이 기타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나아가 플래그십 모델인 "X 시리즈"는 맥퍼슨처럼 풀사이즈(EA-X4 pro)와 미니사이즈(EM-X4 pro)를 동시에 출시하며 중고가 기타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풀사이즈 카본이 궁금했던 저는 맥퍼슨의 미니 카본을 보내고, 엔야의 풀사이즈 카본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엔야의 플래그십 카본 기타 중 풀사이즈 모델인 EA-X4 pro EQ 소리 샘플을 ”세 번“ 들어 보시겠습니다. ㅎㅎ
제 생각에 엔야의 EA-X4 pro EQ는 온습도 관리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으신 분들이나, 맥퍼슨 기타 구매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에겐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엔야 EA-X4 pro EQ의 맥퍼슨 카본 투어링 대비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며, 급하게 복구하며 엉망진창이 된 Enya의 카본 기타 사용기를 마칩니다. 구독과 좋아... 아! 이거 유튜브가 아니지!
트러스로드를 통해 넥의 현고를 (마음껏) 조정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맥퍼슨 대신 엔야를 선택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인데요, 맥퍼슨은 무슨 자신감인지 일반 나무 기타에도 트러스로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병적으로 스트레이트한 넥을 선호하는 저는 적당한 릴리프를 가진 맥퍼슨의 넥이 늘 불만이었는데, 엔야의 넥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6번 줄의 울림은 맥퍼슨뿐만 아니라 여느 하이엔드 기타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깊고 웅장합니다. (특히 엘릭서를 걸었을 때...)
트랜스 픽업은 계륵이지만, 앰프를 통해 나오는 픽업 소리는 나름 준수한 편입니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스트랩과 함께 꽤 고가의 하드케이스가 제공됩니다.
트랜스 픽업 때문인지 겁나 무겁습니다. 하드 케이스에 넣고 돌아다니면 팔 떨어집니다.
6번 줄 울림은 좋지만, 1~3번 줄 하이 쪽 울림은 소리가 다소(너무?) 답답하고 건조합니다. X4 pro의 팩토리 스트링은 엘릭선데, 엘릭서를 걷어내고 존피어스를 걸었더니 고음 쪽 울림의 확실히 자연스러워 졌는데, 대신 장점으로 꼽았던 6번 줄 울림이 밋밋해졌습니다.
너트가 너무 좁습니다. 꽉 찬 43mm? 그리고 팩토리 너트의 즐 간격도 너무 좁아서 전 리페어 삽에서 가서 줄 간격을 넓혔습니다.
트랜스픽업의 공간계는 그럭저럭 쓸만하지만, 시간계는 안습입니다. 그래도 가끔 사람들한테 트랜스픽업 켜 놓고 연주하면 "우와~"하고 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