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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Aug 27. 2020

Martin, OMC-AURA와의 이별 의식...

내일...

자그마치 6년 동안 곁을 지켜준 마틴 OMC-AURA를 떠나보냅니다.

6년 전, 가슴을 설레며 포장을 뜯던 그 날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마틴 OMC-AURA를 치고 있으면 제가 기타의 신 Eric옹이라도 된 양 착각에 빠졌었습니다.

평생 안고 갈 생각으로 겨울에는 하드 케이스 안에 촉촉하게 댐핏을 넣어 주고,

습도가 높은 장마철엔 혹시라도 너무 습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심지어 꿈에 나타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는 그저 기타일 뿐...


백수가 단지 심리적 위안을 위해 마틴 씩이나 되는 기타를 가지고 있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는 기타를 편하게 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그렇다고 밖에 가지고 나가서 치기엔 부담스럽고...

그저 헤드에 써진 "CF Martin"이라는 로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끔씩 꺼내 코드 한 번씩 긁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던 기타지만,

고민 끝에 이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네 분이 연락을 주셨는데, 직거래가 가능한 분과 내일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기타가 장터에 나오길 기다리셨던 분입니다.

혹시라도 10월에 낼 책이 대박이 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떠나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줄을 풀고 정성껏 몸 전체를 닦아 주었습니다.
소리를 뿜어주는 헤드는 마틴 기타 중 단연 으뜸이라 생각합니다.
FWI 새들의 높이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고 적당히 넉넉합니다,
마음에 담기 위해 전신을 찍어 보았습니다.
어떤 줄을 걸어서 보낼까 고민하다가... 마틴 7050, 커스텀 라이트를 선택했습니다. 익스트라 라이트는 너무 힘이 없고, 라이트는 너무 힘들어할까 봐...
정성스럽게 스트링의 자리를 찾아 줍니다.
정성껏, 그리고 넉넉하게 줄을 감아 주었습니다.
남는 줄은 깔끔하게 잘라내었습니다.


이제 이별을 위한 마지막 의식만 남았습니다.

떠나보내기 전에 이별 연주를 하는 것입니다.

기타 소리는 이때가 가장 좋게 들린다지요?

무슨 곡을 연주할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가장 많이 연주했던 Eric옹의 곡을 선택해 보았습니다.


1. Layla

Eric옹이 그 유명한 Beatles, George Harrison(조지 해리슨)의 부인 Pattie Boyd(패티 보이드)를 짝사랑해서 만든 노래...

내일이면 OMC-AURA는 저의 Layla가 되겠죠? ㅠㅠ


2. Wonderful Tonight

Eric옹이 마침내 패티 보이드랑 결혼한 후 만든 노래...

그런데, Eric 옹은 정작 패티 보이드와 결혼한 후 마약과 술에 빠져 힘든 삶을 보내죠.

저에겐 OMC-AURA와 함께 했던 모든 밤이 아름다웠습니다. ㅠㅠ


3. Nobody knows when you down&out

이 노래의 원곡자는 Jimmy Cox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살고 있는 Eric옹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Eric옹에게 남은 건 음악밖에 없었을 겁니다.


When you finally get back up on your feet again,
Everybody wants to be your old long-lost friend.
Said it's mighty strange, without a doubt,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제가 이 노래를 자주 부르는 이유는

이 노래의 가사가 백수로 살고 있는 제 처지와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제가 down&out 하고 있는 지금, Nobody knows 하죠... ㅎㅠ


4. Tears in Heaven

Eric옹은 Pattie Boyd와 결혼한 후 이탈리아 출신 여배우인 "로니 델 산토"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들 코너를 낳죠.

어느 날 코너는 베란다에서 갑작스런 추락사로 세상을 떠납니다.

코너는 떠나기 전 아빠인 Eric옹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Eric옹은 아들, 코너가 남긴 편지의 답장으로 "Tears in Heaven"을 부릅니다.

1992년 발표되어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 된 이 노래를 Eric옹은 2004년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저도 OMC-AURA를 떠나보내고 나면 다시는 이 노래를...


이제 모든 이별의 의식은 끝이 났습니다.

부디 제가 사랑하고 아끼던 이 기타가

장터를 떠도는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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