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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y 23. 2024

대륙의 실수? 엔야 EM-X4 pro EQ

엔야 카본 기타 사용기 2

“대륙의 실수”라는 말 많이 들어 보셨죠? 인구수 외엔 그닥 내세울 게 없어 보였던 중국이 - 얼마 전부터는 그나마도 인도에 1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 예상외로 좋은 물건을 만들어 냈을 때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실수가 잦아지면 실력이 되는 거 아닐까요? 중국은 조선시대 때의 관계를 들먹이며 여전히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 것 같고, 한류를 타고 날아오르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중국을 “짱깨”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죠...


10년 전쯤인가? 일본에 정책연수를 갔던 적이 있는데, 도쿄 타워에 비치되어 있던 한글로 된 관광 가이드에 "한국 사람들은 식민지배를 받았던 감정으로 인해 일본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나라 사이의 불행했던 역사와 무관하게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 선진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는 글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던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중국이 과거의 역사를 끄집어 내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중국의 수나라와 요나라를 - 간접적으로 - 무너뜨린 건 우리나라의 고구려와 고려라고 할 수 있죠. 비슷한 맥락으로 또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묘하게 엉켜 있는 중국은 비효율적인 부분과 더불어 정보 권력을 손에 쥐고 가짜뉴스를 남발하고 있는 개인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자본주의 국가에는 없는 “익숙하지 않은”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타 사용기를 쓴다고 해 놓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래서 제가 글을 쓰면 안 됩니다. ㅠㅠ 애니웨이… 얼마 전, 공격적으로 카본 기타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엔야의 플래그십 모델인 "EA-X4 pro EQ"에 대한 사용기를 올렸었는데요.



위 글에서 EA-X4 pro EQ의 장점으로 6번 줄의 깊고 웅장한 울림을, 단점으로 고음 현의 답답함을 꼽았었습니다. 제가 EA 모델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니 사이즈의 맥퍼슨 카본 투어링을 사용하며 풀 사이즈 카본 기타에 대한 로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무려 400만 원이 넘는 맥퍼슨의 풀 사이즈 모델인 "세이블"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엔야의 풀 사이즈 카본은 사실 소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지 없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엔야의 국내 총판인 <더 클래식> 매장을 방문해 EM-X4 pro EQ를 쳐 보며 좋은 인상을 받았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엔 크기만 다른 엔야의 플래그십 카본 기타인 EA(풀 사이즈)와 EM(미니 사이즈) 모델의 비교 사용기를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업체에서 돈을 받고 쓰는 리뷰라면 우아하게 두 기타로 같은 곡을 연주해 가며 비교를 해 보겠지만, 어느 눈먼 업체가 똥손인 제게 그런 리뷰를 부탁할 리도 없고, 백수 처지에 그럴만한 여유도 없는지라 소심하게 모 장터 구석탱이에 판매를 빙자한 교환글을 올려놓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어젯밤 급하게 판매가 되는 바람에 오늘 바로 엔야 기타 총판인 <더 클래식> 악기점을 방문했습니다. 중고로 교환을 했더라면 신품 가격을 기준으로 EA가 EM보다 12만 원 더 비싸니까 조금이라도 추가금을 챙길 수 있었겠지만, EA를 중고로 팔고 EM을 신품으로 들이는 바람에 오히려  백수의 피 같은 돈이... ㅠㅠ


가산 디지털 단지에 있는 <더 클래식> 매장에 도착한 후 더 싼 모델을 추가금을 줘 가며 사야 하는 저를 납득시키기 위해 먼저 벽에 걸려 있던 EA 모델을 연주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니, 이럴 수가!!! 이상하게 전에 느꼈던 답답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뭐지? EA를 괜히 팔았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매장지기님이 제가 쓴 사용기를 읽으셨는지 줄을 엘릭서에서 다다리오로 바꿨다고...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순간 갈등을 했습니다.


EA 사용자 여러부운~ 혹시 기타 소리가 답답하다 느껴지시면, 엘릭서를 확 걷어내고 다다리오로 바꿔 보세요오오~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면 심지를 굳게 하고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제가 왜 백수의 피 같은 돈을 날려가며 EA를 보내고 EM을 들이려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풀 사이즈 모델인 EA 모델 대비 미니 사이즈인 EM 모델의 장점과 단점입니다.


EM-X4 pro EQ의 장점

첫째, 무엇보다 작고 가벼워서 좋습니다. EA 모델과 다르게 하드 케이스에 넣어도 들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이건 EA모델도 마찬가지지만, 함께 제공되는 하드케이스에 등에 맬 수 있는 멜빵을 장착할 수 있는데, 이 나이에 하드케이스를 등에 메고 다니는 건 좀... 암튼 EM 모델이 가지고 있는 기동성은 매우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소리가 훨씬 직관적입니다. 6번 줄 울림이 좋다는 건 장점이지만, 6번 줄 울림만 좋다는 건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EA를 연주할 땐 가끔씩 고개가 절로 갸웃거렸지만, EM은 연주할 때마다 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 바로 이 소리지!

소리에 대한 제 기억력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맥퍼슨 카본 투어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감히 "대륙의 실수"라고 이야기했던 건 바로 이런 느낌 때문입니다. 3배가 넘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대륙의 실수가 맞지 않을까요? 이건 뭐 제가 막귀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미니 사이즈 기타에 길들여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플렛의 간격이 짧아 연주하기 훨씬 했습니다. 샘플로 연주한 Aerosmith의 Dream on은 풀사이즈 기타로 연주하면 4번째 코드에서 손가락이 안 벌어져 늘 헛짚었는데, EM은 한 번에 딱딱 짚히니 연주할 맛이 절로 났습니다.


EM-X4 pro EQ의 단점

작은 사이즈가 가지고 있는 부족한 울림을 보정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컷어웨이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의 최애곡인 Hotel California 애드립을 연주할 수 없다는 건 정말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제 언플러그드 버전의 다소 밋밋한 후주 애드립 연습해야겠네요.

너트가 고정형이라 간격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고정형 너트가 뒤에 있고 0 프렛이 있는 구조입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너트 간격을 넓히고 싶은데... 사진으로 확인해 보시죠.

통앤통의 북부기타님이 나눔 해 주신 댐핏은 포기할 수 없죠. 그 바로 오른쪽에 있는 너트를 함 살펴보세요.

이건 뭐 굳이 단점이라고 콕 찝어 말하기는 거시기하지만, 하드 케이스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수납공간 폭이 좁아져서 여분의 기타 줄이 안 들어갑니다.


장점은 확실한 반면, 단점은 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꼽기 어려웠습니다. 카본 기타가 궁금하시고, 차에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투 기타를 찾으시는 분들께 엔야의 EM-X4 pro EQ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원래 저는 기타를 신품으로 잘 안 지르는데, 이 녀석은 신품으로 구입을 한 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사 들고 오자마자 연주한 EM-X4 pro EQ의 사운드 샘플입니다. 확실히 연주감이 좋으니 실수도 덜 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외부에서 한 녹음이라 볼륨 조절을 위해 리미터와 공간계 이펙트만 살짝 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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