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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Jul 30. 2024

똥손의 일렉기타 속주 도전기

지난 30여 년 동안 주로 통기타를 연주해 오면서, 언젠가 일렉기타 속주에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치고 싶은 일렉기타 연주곡들은 대부분 중간에 후루룩 연주하는 속주가 들어 있거든요. 그중 한 곡이 바로 Gary Moore의 "Parisienne Walkways"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얼마전 타계한 Gary Moore의 "Parisienne Walkways" 라이브 연주


아! 일렉기타 속주란 한 박자를 4개나 6개로 쪼개 빠르게 연주하는 주법을 말합니다. 제가 유튜브에 연주해 올린 "Hotel Caifornia"나 "Stairway to Heaven"도 연주하기 쉬운 곡은 아니지만, 중간에 속주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속주의 벽을 넘기가 어려웠습니다. 주변에 기타 잘 치는 지인들에게 속주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속주는 연주의 영역이 아니라, 피지컬의 영역이니 죽어라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해 주었습니다. ㅠㅠ


그러던 어느날 제가 야매로 기타 강습을 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빠르게 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정확하게 연주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빨리 연주하고 싶다고 대충대충 연주하면 절대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느리고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다면 속도는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야말로 속주를 연주해 보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 조급하게 속도를 내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작정을 하고 연습을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번째 속주 도전곡으로 대학 때부터 연주해 보고 싶었던 Ozzy Osbourne의 "Goodbye to Romance"를 골랐습니다. 노래는 오지 오스본이 불렀지만, 기타는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Randy Rhoads가 연주한 곡이죠. 먼저 속도를 50% 맞춰놓고 운지부터 외웠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50% 속도로 연주한 Goodbye to Romace
연습의 흔적...


옷을 보면 아시겠지만, 대략 봄 언저리에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50%의 속도에 익숙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높여 60%에 맞춰 연습을 했습니다. 그 다음엔 70%, 그리고 그 다음엔 다시 80%…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원곡의 속도에 맞춰 따라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이 허접하긴 하지만 한번 들어보시죠.



하~ 이게 되네?


신기했습니다. 원래 속도에 맞추기까지 적어도 천 번은 연주한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Parisienne Walkways"에 도전해 볼까? 그러던 중 예전부터 연주해 보고 싶었던 또 다른 곡이 떠올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래 좀 한다는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기 위해 부른다는 바로 그 노래, 철심장의 "그녀는 갔다"입니다. 전에도 전주는 대충 연주할 수 있었지만, 간주에 나오는 트릴 부분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던 곡이었습니다.

철심장의 "그녀는 갔다" 전주와 중간 ad lib


여전히 "Parisienne Walkways"의 속주 부분은 저에게 무리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곡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이상, 기타를 배우는 모든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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