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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Oct 09. 2024

해바라기

그림 이종민


꽃이 왜 작아 보여? 내가 찾던 예전의 그 해바라기인지, 나이들어 만난 러시아산 루드베키아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어릴적 그 해바라기가 실제로 작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릴적 그 큰 꽃을 지금은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키 작은 어린 내게, 키 큰 해바라기는 꽤 그로테스크 하였다. 노란 꽃의 느낌보다는 방석같이 큰 꽃무리의 꺼칠꺼칠한 촉감. 심지어 동물적 느낌, 예를 들어 꽃이 지고난 후의 그무스레한 모습이 마치 파충류의 껍질 같다고 생각했다. 매력적 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물에 대한 감정도 변하나보다. 땡볕 앞 마당에서 고군분투하던 키 큰 해바라기 몇 그루가 보고싶다. 집요하게 해를 향하던 그것의 거칠고 비틀어진 목줄기 따위가 뜬금없이 그리워진 것이다. 핸드폰을 열고 사진을 찾았다.


시간이 간다. 질서 없이 보이지만 계절 또한 분명한 제 궤도를 지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들에 꽃이 진 것은 분명해. 것옷을 하나 더 걸치고 앉은 이른 아침 책상머리. 뒤늦게 꽃을 그리려 한다. 성급하게 풀어보는 노란 물감. 붓끝이 심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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