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Dec 29. 2023

야생동물과 비매너의 습격

 주택살이를 하면서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험할 때마다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일들이 있다. 그 중 한가지는 야생동물과 비매너의 습격이다.

 야생동물은 다름 아닌 귀여운 길고양이들과 귀엽지 않은 도시의 비둘기들이다.

 우리집의 옆 집은 고양이들을 살뜰히 돌보시는 분이 살고 있다. 이웃은 주차장 한 켠에 하루에 몇 번씩 물과 사료를 내놓는다. 오랜기간 동안 고양이 급식소가 운영되다 보니 우리집 주변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터를 잡고 고 살고 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 고양이가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우리집 마당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물과 사료도 챙겨주며 지냈는데, 어느 날 현관문 앞에 새끼 한 마리가 죽은 채 남겨져 있고 엄마 고양이는 다른 새끼를 데리고 사라져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생명은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며 양지바른 곳에 묻어야 한다 했다. 사실 도시에서 동물 사체는 함부로 땅에 묻을 수 없다. 나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남편의 말을 따라 함께 주말에 도시에서 벗어나 고양이의 장례식을 하러 떠나야 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기억은 우리집 마당이 어느 날 갑자기 동네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되어버린 일이다. 갑자기 한 두 마리 고양이들이 우리집을 화장실로 이용하더니 동네의 모든 고양이들이 우리집 마당으로 몰려들어 뒷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옆집에서 밥을 먹고 우리집 마당을 화장실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효과가 있다던 식초나 락스 청소를 해보아도 고양이들의 볼일을 막을 수 없었다.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생각했는데 악취가 굉장히 심한 고양이 대변 냄새에 우리는 비싼 고양이 통조림이나 캣닢을 제공해볼까 생각도 해보았다. 밥을 먹는 곳을 화장실로 이용하지는 않을 고양이의 습성을 이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요하게 청소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삼십 분에 한 번씩 나와서 고양이 대변을 치우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를 하니, 고양이들 사이에 지독한 집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고양이들의 화장실 이용이 사라졌다.

 고양이들만 우리집을 괴롭혔던 것은 아니다. 작년에 이주일 정도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여행을 다녀왔는데 집 앞 도로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비둘기들이 몰려 들어 우리집 앞을 지나는 전선에 앉아 볼일을 본 것이었다. 비둘기들도 인적이 드문 곳을 안다고 하더니 영악한 놈들이었다. 이미 화장실 터를 잡은 비둘기들은 우리가 돌아왔어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옆집에서 고양이 사료를 넉넉히 주고 있어서 비둘기 또한 쉽게 포식을 할 수 있는 것도 문제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창 틀에 놓을 부엉이 모형을 주문하고, 마침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독수리 연이 있어서 기대 없이 창틀에 걸어놓았다. 하지만 바람에 펄럭거리는 독수리 연이 비둘기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며칠 지나자 비둘기떼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 또 다시 한 두 마리씩 나타나 창틀에 앉아있는 독한 비둘기들...

 동네 언니는 빌라 창틀에 무언가 커다란 것이 날개를 펼쳐서 보았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한다. 비둘기를 먹는 수리부엉이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남산에는 수리 부엉이가 살고 있다) 수리 부엉이가 아닌 비둘기와 눈이 마주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동물들보다 더 싫은 것은 인간들의 비매너 습격이다.

 우리집은 경사를 따라 비스듬하게 대지에 놓여져 있고 대문은 경사도때문에 아랫부분이 약간은 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대문의 비어있는 작은 공간을 통해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우리집 마당으로 던져 넣는다. 길에 얌전히 떨어트리면 될 것을 대체 왜 남의 집 마당에 던져넣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야구를 좋아해서 투구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일까).우리집은 골목과 마주한 집이기 때문에 한쪽 담에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를 놓는다. 사실 쓰레기는 각자의 집 앞에 내놓으라고 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우리집 옆에 내놓는다. 우리집 공사의 불편함을 참아준 감사함때문에 따로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쓰레기를 규격 봉투에 담지 않고 내놓거나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봉지에 담아 던져 놓는 사람들이다. 골목끝집에다 동네의 새내기 출신인지라 불편한 마음으로 우리가 다시 분리수거를 해서 내놓거나 우리가 산 쓰레기 봉투에 넣어 다시 넣어 쓰레기를 배출하지만 욕실공사 폐기물을 우리집앞에 던져놓고 가버린 집은 너무하다 싶었다. 공사소음때문에 어느 집인지 바로 알았지만, 우리 근처 집도 아니고 꽤 멀리 떨어진 집이었다. 이번에는 민원을 넣고, 양심에 구멍난 집이 혼나길 바랬지만 구청에서 조용히 쓰레기만 치워가셨다.

 강아지 대변을 봉투에 잘 정리해서 넣으시고 던져놓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 여기서는 혼란이 왔다. 그냥 버리는 것도 아니고 약간 양심있고 매너있게 강아지 대변을 처리하시지만 버리고 가시는 비매너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귀여운 강아지들이 욕먹지 않게 주인분들의 멋진 매너를 기대하고 싶다.

 도심의 주택에서 사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주택과 함께 살아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주택살이를 결심했다면 주택살이 로망을 깨서 매우 미안하지만, 이 부분은 꼭 각오하셔야 할 듯하다.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이 꼭 있듯이.


비매너의 습격

  

              

매거진의 이전글 번외편 : 협소주택에서 정말 잘 살수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