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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ong Jan 02. 2024

동키콩을 잡아라

집이 게임 속 세상으로 변하는 곳

 층간소음에서도 자유롭고, 특이한 구조를 지닌 우리 집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방석을 타고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아이들이 개발했지만, 나에게 금지당했다), 옥상에서의 아쿠아플레이 놀이,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 바스켓을 가져와 노는 소풍놀이, 집안 벽을 캔버스 삼아 자유롭게 그림 그리기(최근 매매를 위해 새로 페인트칠을 한 후 금지당함), 작은 미러볼을 틀고 기상 후 정신없이 춤추기, 1층 주차장에 분필로 그림 그리기, 주차장 미니 축구, 비어있는 벽장에 들어가 인간 뻐꾸기시계가 되기 등등 아이들이 만들어 낸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다. 그중에 제일 재미있는 놀이는 <동키콩을 잡아라> 게임이다. 코로나의 격랑에 나라가 휩싸이던 때, 우리 집 아이들 역시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중이었다. 주택이라 그나마 계단을 옮겨 다니며 공간감이 바뀌기도 하고, 옥상에 나가서 스트레칭도 할 수 있기에 아파트에서 격리하는 것보다는 답답함이 훨씬 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열이 떨어진 아이들의 에너지는 집안을 가득 채우고 터져나갈 듯했다. 특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 살짜리 둘째는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며 큰 소리로 울며 보채기도 했다.

 집 안을 뒤져 오래된 풍선 묶음을 발견했다. 풍선 스무 개 정도를 다 불고, 장난감 공기 망치를 가져왔다.

아이들을 3층 유리 난간에 서게 하고, 풍선을 2층으로 떨어뜨리게 했다. 나는 닌텐도 게임의 캐릭터 <동키콩> 흉내를 내며 장난감 망치로 풍선을 다시 3층으로 올려 보냈다. 내가 풍선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실점을 하는 게임이었다. 신나는 음악을 틀고 다들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몸으로 하는 게임은 아이들의 답답한 기분을 단숨에 날려버리게 했다.

 코시국을 지나면서 주택에서 살지 않았다면 더욱 힘든 시간이 됐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시 코로나와 같은 역병이 돌게 된다면 큰 마당과 수영장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작은 집이지만, 층마다 다른 개성이 있고 계단을 타고 움직일 때마다 바뀌는 공간감이 집의 리듬을 느끼게 한다. 맨발로 바닥을 밟고 설 수 있지만, 바람과 햇빛을 그대로 맞을 수 있는 지붕 없는 옥상의 테라스는 자연과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아파트의 편리함 이면에는 부족한 공간의 입체감과 자연과의 단절된 구조적 단점이 가장 편해야 할 집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나 역시 <이상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이사가게 된다면, 가격이 높아 접근이 어려운 주택대신 아파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를 선택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상하고 아름다운 집 시즌2>를 이어나가고 싶다. 아이들에게 역시 집이 게임 속 세상으로 변할 수 있는 신나는 곳으로 말이다.


첫째가 일학년 때 그렸던 집. 아이들에게 집은 당연히 평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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