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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ong Jan 11. 2024

헛소문

 때때로 우리집을 둘러싼 헛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보통은 우리 집을 다녀간 꼬마손님들을 통해서 헛소문은 빠르게 퍼진다. 소문의 내용은 우리 집이 부잣집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우리 집에는 여러 개의 층과 계단이 있기 때문이란다. 꼬마 손님들에게 우리 집은 인기가 많다.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아이들은 여러 개의 층과 계단을 매우 흥미로워 한다. 어른들에게 계단은 이동을 위한 건축적 장치 정도로 읽히지만, 아이들은 계단을 또 하나의 놀이터로 본다. 아이들은 공간을 모험하듯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놀이를 만들어 낸다. 1층으로 우르르 몰려가 숨바꼭질을 하는 듯하더니 금세 4층에서 꺄르르 거리는 소리가 난다. 색다르고 재미있게 놀은 기억이 커서 그런지 집에 가면 ㅇㅇ이네 집은 참 부잣집인것다고 엄마한테 말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감정과 기억의 크기가 실제적 체감 평수일 것 같다. 우리집도 그렇게 계단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고 꼬마손님들의 엄마를 통해 전해 듣는다.

 귀여운 꼬마손님들이 한바탕 다녀간 날은 종종 가구배치가 바뀌어 있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게 놀은 흔적이 남아있기도 한다. 어느 날은 집을 준공한 기념으로 큰 맘먹고 구입한 루이스 폴센의 플루어램프 갓이 깨져있기도 했다. 가장 넓은 갓이 깨져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는데, 유리갓 램프를 거실에 둔 나의 부주의함을 후회하며 꼬마손님들이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참 신기한 면이 있다. 집에 계단이 없는 아이들이 우리집에 와서 놀면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다칠까봐 처음에는 신경을 많이 썼는데 아이들은 한 번 계단에서 떨어지거나 다친 적이 없었다. 마치 신체를 공간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해 사용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우리집에서 놀고 간 날은 꼬마손님들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남겨주는 것이 아니다. 꼬마손님들의 부모님들에게 선물을 주게 된다. 하루종일 우리집을 우당탕 거리며 다람쥐처럼 위아래로 뛰어다닌 아이들이 집에가자마자 기절하여 다음 날 아침까지 한 번 깨지 않고 잔다고 한다.

 정작 우리집 꼬마 둘은 금세 적응하여 예전마다 높은 에너지량으로 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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