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의 영화관 출구 UX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VIP 회원 등급일 정도로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었다.
사람이 적은 자정 12시 안팎의 시간대를 골라 혼자 C열에 앉아 보는 영화의 맛이란.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영화관에 가는 것조차 꺼려지게 되면서 거의 영화관에 간 적이 없던 것 같다.
넷플릭스와 왓챠로 보기에 지쳐가던 중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오히려 심야 영화를 운영할 때보다 영화관에 사람이 없다는 뉴스 기사에 큰 맘먹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 기사는 사실이었다.)
선택한 영화는 '화양연화'. 옛 영화들은 영화관에서 봐야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믿는지라 그동안 감상을 미뤄왔던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은 너무 기대를 했는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게 영화가 마치고 나가려던 차, 출구 쪽에 갑자기 화살표가 나타났다.
문 앞에 라이트빔을 이용해 관람객들에게 출구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새로 생긴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CGV를 이용하면서 출구가 어딘지 몰라 헷갈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화관들마다 인테리어가 조금씩 달라 커튼으로 문을 가려놓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나는 주로 사람들이 없는 새벽 시간대 이용하던 관람객이었기 때문에, 앞 뒤로 출입구가 있는 곳은 갈팡질팡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나같은 헤비유저가 아닌 사람들이 아닌 소비자들에게는 얼마나 더 혼선이 생겼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화살표가 나타나니 그런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그 순간 일반적으로는 출구 위에 비상등을 설치해 비상시 관람객들이 출구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혹시 영화 관람에 방해된다는 소비자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화살표가 나타나고서 비상등을 보니 꺼져 있었고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영화 관람 시에 확인하고 문의해봐야겠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영화관은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예견됐던 매출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영화관이 영화보다는 어뮤즈먼트적 요소가 부각될 것이며 더욱더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나아갈 것이다. 이번의 출구 UX 개선은 그런 서비스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왓챠피디아에서 읽었던 재밌는 영화 관람평이 생각나 공유한다. CGV에서 관람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관람 후 출구를 찾지 못해 맴돌던 관람객들이 '비바리움'이라는 영화의 내용을 연상했다는 반응이 귀엽고 공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