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사업 및 프로그램을 기획 강의를 진행할 때 늘 묻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학습자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사업명을 정하는 순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이 질문을 할까? 이유는 나만의 네이밍 기획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정답이 아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똥철학 같은 나의 생각 - 정답은 남이 정해놓은 답! 해답은 내가 생각한 하나의 논리!
이름은 기획 첫 단계에 정하고 기획이 끝나면 최종 수정합니다.
이것이 나의 해답니다. 기획 첫 단계에서 가안으로 이름을 정하게 되면, 기획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이름에 담긴 의미가 방향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런 후 최종적인 수정을 거쳐 매력을 담아내면 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평생교육사라면 누구나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나 사업명을 만들기 위해 애쓴 경험을 다 갖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무미건조한 이름으로 홍보되는 것을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네이밍 기획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할 수 있을까?
가치와 정보를 담자
예를 들어, '캘리그래피 기초과정'이라는 프로그램 제목을 보자. 아주 친절히 정보를 담은 제목이다. 그런데 매력은 떨어진다.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힐링을 주는 캘리그래피 기초과정'이라는 제목으로 바꿔보자. 순간 흥미가 느껴진다. 캘리그래피를 배우는데 왜 힐링을 준다고 하지? 하는 물음을 갖는 순간 흥미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정보만 담긴 제목보다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치가 함께 담긴 제목이 매력적인 제목이라 할 수 있다.
가치와 정보를 결합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보 앞에 형용사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평소에 가치에 해당되는 단어를 정리해서 일반 제목에 붙여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매력적인 제목이 탄생한다. 긍정 단에 50개 모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매력적인 네이밍 사례(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관점이다)
첫째,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설명이 되는 제목
수원시의 '누구나학교', 남양주시의 '학습등대', 부천시의 '퇴근길학습' 등이 이에 해당된다. 누구나학교는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라는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학습등대는 배움을 통해 삶을 잘 살아가도록 학습의 빛을 비춰준다는 의미가 확 드러난다. 퇴근길학습은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둘째, 줄임말로 만든 제목
줄임말로 만든 제목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니 잘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TV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매우 좋아한다. 어감도 좋지만, 풀어쓰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알고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많은 가치를 담고 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쓸데없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쓸모가 정말 많은 유용한 정보를 다루지만 쓸데없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무거움을 상쇄시키고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의 가치를 보여준다.
평생교육에서 많이 썼던 제목인 '청바지'도 같은 맥락을 갖고 있다. 풀네임은 '청춘 바로 지금부터'다.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에 사용하는데 줄임말인 청바지는 청년들의 상징이다. 노년과 대비되는 가치를 갖고 오면서 노년세대에게 청춘이 가치를 더해 활동성, 주체성 등을 높이는 의미를 만들어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책 모임도 이와 비슷하다. '여인네남정네'라는 제목의 책모임인데, 풀네임은 '여기 인문학 있네! 남다른 정도 있네!'다.
셋째, 이중 또는 다중의 가치를 담은 제목
부산 북구에서 신중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 제목이 '다시봄대학'이었다.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는 50+ 세대들이 자신의 봄(전성기)을 다시 들여다보고 황혼기에 맞이할 새로운 봄을 그려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수다 모임도 이와 비슷하다. 제목이 '한술 더 떠'다. 한술 더 떠의 두 가지 의미를 살려 슬로건을 만들었다. '한술 더 떠 친해지고, 한술 더 떠 서로 배우는 우리'
넷째, 재미와 의미를 담은 비틀기 제목
성공사례만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사례도 타산지석이 되기에 매우 중요한 학습자원이 된다. 이와 관련한 행사가 열렸다. 실폐사례를 공유하는 행사명이 '실수대첩'이었다. 예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제목이 '청기누설'이었는데,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만나 썰을 풀어보자는 행사였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 제목이 '사고뭉치'인데, 이는 우리의 생각(사고)을 뭉쳐보자는 것이다. '작심3일'도 있다. 매달 3일에 작가가 되자는 글쓰기 프로젝트다.
제목 네이밍 기획의 정답은 없다. 다양한 방식의 고민을 통한 해답만 있을 뿐이다. 제목 만들기 워크숍을 하면 말장난 같은 수다 나누기 방식으로 진행한다. 수다를 나누다 보면 얻어걸리는(?) 매력적인 제목들이 낚싯줄에 매달려 오는 물고기처럼 덜컥 걸려 온다. 잘 캐취하는 것도 중요한 기획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