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는 조언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10일이 지났다.
흔히 말하는 회사라는 우산을 걷어낸 지 10일이 지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한 이래 이런 경험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두렵다, 부담된다.
오늘 40대 중반에 도전을 했던 곳에서 퇴각한 후 마지막 월급이 나왔다.
이번 달 말에는 쥐꼬리만 한 퇴직금이 나올 것이다.
그 월급을 보면서 마음이 심란하다.
왜 이렇게 두려운 것일까.
왜 이렇게 여유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아내는 언제나 든든히 나를 지지하고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데.
그게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고,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져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흔들린다.
40대의 직장 생활에서 아침마다 가야 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경험을 처음으로 해본다.
예상했지만, 아침마다 가야 할 곳을 찾는 게 싱숭생숭한 일이다.
직장 선배의 도움으로 집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의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2개월 정도 이용할 수 있다.
그 정도도 충분하다.
나만의 사무실에 와서 노트북을 켜고 책을 펼친다.
그런데 기자 생활할 때 마감이 다가오면 갑자기 세상사가 궁금해진 것 마냥,
펴놓은 책을 볼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노트북 화면에 신기한 이슈들의 향연이 쏟아진다.
펼쳐 놓은 책에 눈이 가지 않을 정도다.
진정해야 한다.
빨리 책을 읽어야 한다.
후배가 그랬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나의 토로에
"브런치를 한번 써봐요. 위안이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지금을 기록하는 것은 나중에 나를 되돌아볼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이력서를 내놓은 곳이 있다.
우연하게 알게 된 곳이다.
답변을 기다리는 마음이 90%나 된다는 게 놀랍다.
나는 조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