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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는MK Nov 02. 2021

하와이풍 써니 사이드 업






결심했다. 여행가가 되기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지 하루만에 여행가가 되겠다 하는 것은 참으로 얍쌉해 보이는 행동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오해 마시라. 실제의 나는 어딘가로 떠나는 것에 무척 심드렁한 편이다. 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만큼, 아무런 환상도 기대도 없다. 한 마디로 별 관심이 없다는 소리다.


그런 주제에 왜 여행가가 되기를 자처했느냐고?


여행은 관광과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의 참 뜻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관광이 그 곳의 풍경, 풍습, 문물을 구경하는 일이라고 하면,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낯선 곳을 두루 살펴보는 일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다른 체감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내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 매일 매일을 다른 곳에 와있는 듯한 시점으로, 늘 하던 생활 패턴을 잠시 잊은 채 살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여행식으로 준비했다. 무려 월요일 아침에, 호텔에서 맞이하는 아침처럼 퐁신 퐁신하게 프렌치 토스트를 굽고  위에 벌꿀을 뿌렸다. 스팸과 써니 사이드 업을 튀기듯이 지글 지글 구워냈다. 평소에도 아침은  챙겨먹지 않았다. 그렇게 바쁘지도 않은 오전인데 괜히 마음이 바빠서, 구겨진 얼굴을  채로 커피만 들이붓다가 출근하는 일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여행가가 아니던가.




자, 하와이에 왔다고 생각해보자. 더운 나라에서는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 가능하면 설거지도 잠시 미뤄둔 채 낮잠을 자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던데. 그럼 나도 기꺼이 그 생활방식을 따라볼까?


싫은 것들을 뒤로 미룬 , 달콤한 빵과 짭쪼름한 , 고소한 노른자를 듬뿍 떠서 먹었다. 비록 잠시 후엔 출근을 하지만,  앞의 식사와 잠깐의 여유가  중요했다.  몰디브 해변에 앉아 피나콜라다를 마시며 호텔방에 누워있어야만 하와이에  있다고  수는 없지 않은가. 핵심은 여유의 태도다. 천천히 음식을 씹으면서  밖도 잠시 쳐다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릇을 씻었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월요일   빼고는 싫은 것이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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