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tween time Apr 10. 2020

코로나 때문에 시작한 바디버든

바디버든 Body Burden

: 일정기간 동안 체내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 등이 그 원인이 된다. (네이버)

코로나 때문에 노푸로 시작해서 바디버든 즉, 화학제품 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확대되었다.


코로나 녀석이 만들어준 강제 휴가 아닌 휴가 같은 집콕의 일상으로 다시 한번 노푸에 대한 도전이 고개를 들었다. 2년 전쯤 노푸(no shampoo)에 도전했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처음에는 브런치 글에 어떤 분의 후기를 읽고 나서였다. 굉장히 신선했고,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또 한 번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머리카락이 무척 가늘고 얇은 편이었고, 20대 중반 어린 나이에 여성 탈모를 이미 겪은 터라 모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시-이작! 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당시에는 실패를 분석하거나 그럴 겨를도 없이 아주 빠르게 다시 샴푸의 삶으로 녹아들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아마도 너무 무작정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더 노푸에 대해서 공부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찾아보고, 노푸를 하고 난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들을 마련해뒀더라면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우선 노푸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았고, 꼭 긍정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루성 두피염 등에 걸릴 부작용 같은 것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일주일 정도밖에 시행하지 않아서 지루성 두피염에 걸리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피부병에 걸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더 열심히 최대한 많은 후기들을 살펴보았다. 내가 지금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이유도 또 다른 하나의 축적된 후기가 되길 바라면서이다.


인터넷에서 찾는 후기에는 한계를 느껴서, 노푸와 관련된 혹은 바디버든과 같은 화학제품을 멀리하고, 스스로 몸의 치유나 재생능력과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고, 두 권 정도를 추천하고 싶다. 하나는,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우츠기 류이치 저)"다. 책의 저자는 일본의 성형외과 의사로, 전문가의 주장과 사례를 통한 내용 전달이 나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약간은 극단적으로  물이 만병통치약인 느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노푸를 실천하는데 타당성과 오랜 경험의 누적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노푸뿐 만 아니라 바디버든에 대한 관심의 계기를 주었다. 오히려 노푸보다는 세안이나 바디워시 사용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실천하기 빠른 부분이었다.


세안의 경우 나는 클렌징 오일과 클렌징 폼을 2번 총 3번에 걸친 세안을 했는데 피부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뽀득뽀득한 느낌이 들 때까지 닦아냈다. 그렇지만 위 책의 저자는 그런 작용이 피부에 얼마나 안 좋은 자극을 주는지 의학적으로 그리고 피부 각질의 원리와 함께 설명해주어서 내가 빨리 그런 나쁜 습관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로나 녀석으로 인해 화장을 할 일이 없으니 심지어 선크림도 바르지 않으므로, 클렌징 오일은 생략하고 폼 클렌징 한 번으로 세수를 마치게 되었다.


클렌징 폼이라도 두 번 하고 싶은 유혹이 처음에는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어차피 선크림도 안 바르면 각질 부각이 전혀 안되니까, 무조건 한 번만 씻자는 생각으로 참았다. 나중에 하다 보니 시간도 절약되고 훨씬 편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처음에는 하얀 각질들이 눈에 보여서 신경 쓰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부분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노바디워시였다. 워낙 몸이 건조한 편이라서 항상 씻고 나서 바디로션을 꼭 발라주어야 했었다. 바디오일부터 바디로션도 종류별로 엄청나게 다양하게 쓴 편이었는데, 어떤 제품을 써도 겨울이면 건조함을 참기 어려웠다. 물로만 머리 감기의 저자는 몸도 물로만 닦으라고 권했다. 냄새를 걱정한다면 물로만 닦는다고 냄새가 절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딱히 땀을 흘릴 일도 없어서 몸에서 냄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굳이 바디워시는 안 쓰더라도 매일 샤워하니까 자기 죄책감 부분에서도 자유로울 것 같았다. 현재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물로만 샤워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제 대망의 노푸인데, 다른 한 권의 책을 더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치유 혁명(리사 랭킨 저)"다. 책의 저자 역시 미국 의사로 나에게는 의사(전문가)가 주는 안도감 혹은 믿음 같은 게 아무래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몸 자체의 치유와 마음가짐이 신체의 자체 재생능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플라세보 효과에 대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위 두 책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바디버든(노푸 등)을 통해서 몸에 사용하는 화학제품을 제외하고, 몸 자체의 재생능력에만 의지하여 생활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 번 해보았다. 처음에 세안폼의 회수를 줄이고, 바디워시를 사용하지 않았고, 점차 노푸로 확대했다. 노푸 한 달 차인 지금 여전히 괴롭지만 계속 지속해 나가고 싶다.


나의 경우 노푸를 다시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각질 부각이었다. 일명 머리가 떡지는 현상은 딱히 나갈 일이 없으니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확히 노푸 2일 차부터 비듬(각질)이 엄청나게 부각되었다. 머리 위로 하얀 눈이 내린듯한.. 얼마나 더러워 보일 것인가. 정말로 초반에는 남편에게 민망해서 다시 샴푸로 감고 싶었다. 이때 나는 오히려 내가 노푸를 해서 머리각질이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하면 남편이 노푸를 이해하지 못하고 바로 샴푸로 감으라고 할 것이고 나는 매우 흔들리게 될 것 같았다. 차라리 샴푸를 핑계로 삼았다. 샴푸가 이상한 것 같다고 감고 나도 머리가 가렵다고 했다.


그 길로 남편이 헤드&*더 샴푸까지 사다 줬다. 그래도 말할 수 없었다. 말하면 더 흔들릴 것 같아서 헤드 땡 샴푸를 쓰는 시늉만 하고 매일 노푸로 머리를 감았다. 중간중간 베이킹 소다나 식초를 이용한 생활요법들을 곁들여서 감았다. 그나마 베이킹 소다와 식초로 머리를 감은 날은 좀 덜한 머리 위 눈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위의 요법 특히 베이킹 소다의 경우 일주일에 1-2번이 좋다고 하여 그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책에서 얻은 노하우 활용을 위해서 머리가 마르고 나면 머리를 가볍게 털어주고 빗으로 최대한 머리 위의 눈들을 수습한다. 그리고 단정히 올림머리를 한다. 그러면 남편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았고 나도 스스로 만족했다. 머리를 말리는 시간 동안 최대한 남편과 안 마주치기 위해서 집안에서 숨바꼭질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오늘로서 한 달째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후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나 노푸 하고 있어요 하고 외치고 싶어서다. 그렇지만 노푸라고 말하고 나면 사람들이 내 머리만 볼 것 같은 걱정과 두려움에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현재까지 느낀 소감 및 장점은 머리에서 정말 딱히 냄새가 나진 않는다. 남편에게 정수리 냄새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냄새가 난다고 한적은 없었다. 나 스스로도 딱히 냄새에 대한 느낌은 없다. 노바디워시 및 노푸 모두 공통적으로 냄새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시간의 단축이다. 처음에 2주 동안은 혹시 물로 정말 충분히 오랜 시간 헹궈주게 되면 각질 부각이 덜 되는가 하는 바람으로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머리를 물로만 헹궜다. 결과적으로 물로만 헹궈서는 각질 부각에 전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평소데로 머리를 감고 헹궜다. 그렇게 하더라도 물로만 감는 시간은 샴푸나 트리트먼트 사용시간에 비해 자연히 시간을 단축시켰다. 마지막으로는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기만족이다. 요즘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데, 이를 위해서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등과 같이 바디버든도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잘 추스리기 위한 다짐으로 마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매일매일 찾아오는데, 기왕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썼으니 이제 다음번에는 6개월 후기로 돌아와야겠다! 내 모발이 완전한 재생능력을 찾아서 6개월 차에는 부디 각질 부각 오케이 해결!이라고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