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입사 7달차

어느 날 출근해서 보니 어느 덧 재직 기간 카운트가 6개월이 넘어가는 걸 보니 신기하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또 첫 출근을 한 지가 엊그제처럼 생생한데.



처음 출근하고 1달간은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3개월차에 접어설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3개월부터 6개월차로 가는 기간은 정말 후다닥 지나간 것 같다. 월요일임을 깨닫고 한숨을 쉬다가도 어느 덧 아침에 일어나보면 목요일 아침이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가면서 느낀 것들을 좀 적어보고 싶어서.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여기 와서 내가 하게 된 일은 그동안의 커리어와 그다지 연관이 있는 일은 아니었다. 지금 하는 일은 회사의 채용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원래 하고 싶었던 일과는 꽤 거리가 멀어서 처음에 와서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주 재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냐 하면 글쎄다. 여기처럼 직원이 25만명이 넘는 회사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여기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종류이긴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오래 가지 않았던 것은 당장 눈 앞에 주어진 것들만 해결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고, 집과 가구를 장만하고, 다른 시스템과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6개월이 지나니까 이제 좀 나아졌다. 이제는 헤매는 여행객들에게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 처음에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던 리투아니아 친구의 독특한 영어도 이제 좀 알아들을 것 같고, 옆자리 친구와 농담도 하고 매니저에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여기에 와서 처음 회의를 들어갔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지?" 그런데 어제 회의에서는 나도 모르게 정말 진심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내 자신이 느껴졌다. 그 때 알았다. 이제 정말 여기에 익숙해졌구나. 그러다 보니 다시 처음의 의문들이 잦아든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지금 편하고 좋은데 굳이 또 낯선 환경으로 뛰어들어야 할까? 다른 곳으로 가도 지금처럼 동료들이 친절하고 재밌는 사람들일까? 정말 그게 장기적으로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옛날부터 해온 결정들을 생각해 보면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가는 걸 결정했을 때나 해외로 나오는 걸 결정했을 때는 'better choice'라는 게 있었다. 지금은 그걸 찾는 게 더 어려워 진 것 같다. 더 넓은 곳으로 나오면 어떤 길로 가면 될 지 보일 줄 알았는데, 길은 보이는데 어느 길로 가야할 지 선뜻 정하는게 어렵다. 오히려 더 많은 길들이 보이니까 선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현재 상황이 그다지 불만족스럽지 않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