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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다

캐나다로 가기로 결정하고 오퍼를 수락했으니 이제 정말 가는 것만 남았다.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워킹 퍼밋이 필요한데, 워킹 퍼밋을 받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왜 캐나다인을 채용하지 않고 이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 지에 대한 서류 제출이 필요하다. 이걸 LMIA (Labor Markect Impact Assessment) 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이 사람을 데려오는 게 캐나다의 노동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거 5년간 다녔던 회사들에서 경력 증명서와 매니저의 추천서를 받아야 했다. 그 밖에도 주민등록등본, 혼인관계증명서, 기타 등등 수많은 서류들을 제출하고 한 두달정도 기다리니 LMIA가 발급되었다. 물론 이런 과정들은 회사와 연동된 이민 전문 회사들이 알아서 해 주니 필요한 서류만 잘 가져다 바치면 된다.


보통 일을 하기 위해 외국으로 간다면 한국에 있는 영사관에서 인터뷰를 보고 여권에 비자 꽝 찍어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에는 비자 업무를 하는 캐나다 영사관이 없다. 그래서 회사에서 챙겨주는 서류만 가지고 캐나다 공항에서 입국 후에 비자를 받아야 한다. 혹시나 비자가 거절이라도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뭐 전문가들이 하는 일인데 별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넘겼다. 실제로도 별 일이 없었다.


이사 역시 회사에서 도와준다. 두 가지 옵션이 있다.

- 이삿짐 보내기, 한 달동안 머무를 수 있는 임시 거처와 렌트카, 그 후 살 수 있는 집과 학교 등등을 알아봐주는 정착 서비스, 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풀 패키지 옵션 

- 그냥 돈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 옵션


나같은 경우는 보낼 짐도 얼마 없었고, 와이프가 한국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올 동안 혼자 먼저 가서 적응하고 있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필요없는 베네핏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돈으로 받았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세 명 이상 있는 경우는 풀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


혼자 가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편도 항공권을 예약하고, 내 짐을 싸서 선편으로 보내고, 가서 제대로 된 집을 구하는 동안 지낼 에어비앤비를 예약하고, 월급이 나오기 전까지 쓸 돈을 일부는 환전하고 일부는 하나은행의 현지계좌개설을 통해 미리 송금해두었다. 막상 현지에서는 안되는 거래들이 많아서 결국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긴 했지만 하나은행 덕분에 큰 돈을 굳이 수중에 소지하지 않고도 넘어올 수 있어서 편리했다.


서류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 회사에 퇴사 사실을 밝혔다. 새해가 되면서 받은 연차와 3년 근속해서 나온 안식휴가를 붙여서 쓰면서 거의 한 달 가까이를 쉬면서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부모님과 미뤄왔던 해외 여행도 다녀오고 잠시동안 못 볼 와이프와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을 떠나는 기분은 글쎄, 우리는 항상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라고. 우리는 해외에서의 삶을 실험해보는 것 뿐이고,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노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곳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게 두려워서 그렇게 계속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를 거쳐서 도착한 밴쿠버에는 (그게 비행기값이 쌌다...)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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