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빠와 초딩 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9)
작은 아이가 유독 화를 잘 참지 못 한다.
특히, 공부든 놀이든 자신이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건드리면
그것이 장난이든 애정표현이든 상관없이 화를 낸다.
나와 닮아서일까?
나는 유독 작은 아이의 화나 투정을 잘 받아주지 못한다.
나 역시 내면에 화가 많은 사람이다.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성격 때문에 젊은 시절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하루는 작은 아이가 너무 귀여워 보여서 장난을 쳤다.
핸드폰을 보며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이의 엉덩이를 좀 꼬집었다.
그런데 좀 아팠나 보다.
아니면 집중하고 있는데 방해해서 화가 났거나...
아이는 내게 화를 냈다.
화를 내는 모습이 9살 같지 않았다.
벌써 사춘기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화가 난 아이를 보며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난 순간적으로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지르며 화를 표현해야 하는지,
웃으면서 장난이었다고 해야 하는지,
좀 더 근엄한 모습으로 부모에게 화를 내는 건
나쁜 행동이라고 훈육해야 하는지...
온갖 생각이 떠올랐지만 난 결정을 못 내렸고
그저 화가 난 얼굴로 아이를 노려보기만 했다.
아빠라는 사람이.... 유치하게 말이다.
나는 정말 아빠의 자격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 이상 그대로 있으면 화가 날 것 같아서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누워 천장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나는 지금...
마음이 아픈가?
서운한가?
화가 났나?
미안한가?
내 감정을 들여다보며 별별 생각을 다하며 내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서운함.
내 마음 몰라주는 서운함.
내 인생을 통틀어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서운함이라는 감정이었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가 되어서도
아이에게 서운해하다니
나의 자존감이 이렇게 낮았던 것일까... 하는 자책이 몰려왔다.
나는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나는 아이에게도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부모도 아이에게 서운할 수 있다.
내가 아이에게 먼저 과도한 장난을 쳤으니 다음부터는 아이가 싫어하는 장난은 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서운할지라도 내 아이는 정말 사랑스럽다."
그다음 날.
난 퇴근길에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한 봉지 사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기분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인지 아이는 젤리 봉지만 받아 들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먹튀가 따로 없네..."
허탈했다.
내일은 다른 걸 사줘 볼까? 흠...
딸에게 사랑받기 진짜 힘드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