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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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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Apr 26. 2020

엄마와 두 번째 여행, 그 첫날

#대만일기 1. 키키 레스토랑과 용산사


2016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엄마와 해외여행을 나가기로 나 스스로 다짐을 했다. 2016년 엄마와의 첫 여행지는 그즈음 내가 가장 많이 갔던 일본의 오사카였다. 친구들과의 여행과는 다르게 엄마와 있을 때는 길을 헤매고 싶지 않아 내가 잘 아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안 가도 괜찮다. 집에 있는 게 편하다."던 엄마였지만 여행을 다녀온 뒤로 TV에서 우리가 다녀온 곳이 나올 때면 아이처럼 신나 했다. 그 모습을 보면 여행을 안 떠날 수 없지.

그렇게 떠난 두 번째 여행지는 대만. 나의 첫 해외여행지이자 오사카 다음으로 많이 다녀왔던 곳이다. 이후 이모, 이모부와 함께 다녀온 칭다오와 막내 외삼촌까지 합세한 방콕 모두 내가 여러 번 다녀온, 길을 거의 헤매지 않는 곳들이다. 

아무튼 이제 시작할 나의 여행일기는 엄마와 두 번째로 떠난 여행지 대만에서의 3박 4일이다.





오전 비행기로 예약한 터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빠르게 준비하고 여섯 시 리무진을 탔다. 대만은 덥다기에 우리나라에서 입기엔 아직 이른 복장을 했다. 새벽에 나와 그런지 바람이 꽤 찼다. 엄마는 가볍게 입은 나를 걱정했으나 대만에 도착하면 내 복장이 최선이라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일곱 시 조금 넘어서 공항에 도착, 사람이 정말 많았다. 역대 내가 왔던 공항 중 제일 붐볐다. 그 덕인지 비행기도 여유 없이 딱 맞춰서 탔다.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우리 바로 앞열이 비어있어 편하게 비행을 했다. 비록 비행 내내 옆쪽 아이들이 쉼 없이 떠들어댔지만. 한마디 해주려다 아이들의 아빠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려는 노력을 해서 참았다. 할 말이 많지만 참는다.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 도착해 이지카드를 충전했다. 두 개의 카드를 챙겨 왔는데 두 카드 모두 돈이 남아있었다. 하나의 카드엔 28TWD, 다른 하나엔 107TWD가 남아있어 일단 28TWD가 남은 카드만 충전했다.



재작년에 묵었던 숙소이기도 하고 혹시 몰라 가는 길을 한 번 더 찾아봤던 터라 숙소는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갔다. 창문이 있는 금연 룸을 달라고 했더니, 창문이 딸린 금연 룸은 청소가 되지 않았다며 세시에 돌아오라 했다. 어차피 한 시반에 <키키 레스토랑>을 예약했기에 짐만 맡겨두고 나왔다.

(대만의 호텔은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약할 때 꼭 창문이 있는 방을 달라고 얘기해놓는다. 창문이 없으면 그 날의 날씨를 체크할 수도 없고 여러모로 답답하다.)



<키키 레스토랑> 가는 길. 



키키 레스토랑


중샤오푸싱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와 지도에 레스토랑을 찍고 10분가량 걸어 도착했다. 비행시간이 길어져서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사실 많았다. 비록 우리를 마지막 손님으로 받고 그 이후는 브레이크 타임 같았지만.



<키키 레스토랑>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두부튀김과 부추볶음을 시키고 여기에 탄탄면과 타이완 맥주를 시켰는데 전부 다 맛있었다. 특히 부추볶음이 가장 좋았다. 조금 짜긴 했지만 난 원래 짜게 먹으니까! 밥 양을 몰라 둘이서 한 공기만 시켰지만 한 사람당 한 공기는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이후의 대만 여행에선 늘 한 사람당 한 공기씩 시켰다.)



밥을 먹고 나올 무렵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맞을만한 비라 식당 주변의 골목을 조금 돌았다.



세시에 딱 맞춰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을 했다. 3명이 묵을 방을 예약해서 그런지 널찍하고 침대도 컸다. 보통 때였으면 넓어서 좋다 했을 텐데 오늘은 동생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어제 늦게까지 일을 한 데다 돌아와서는 짐을 싸느라 늦게 잠들어 세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해 몹시 피곤했다. 엄마 또한 나랑 비슷한 상황이라 숙소에서 푹 쉬다 나가기로 했다. 일정도 여유롭게 짜두어서 쫓기듯 돌아다닐 필요도 없어 여섯 시까지 푹 잤다.





바람을 담은 용산사


용산사역 1번 출구로 나와 3분 정도 걸었더니 <용산사>의 담이 보였다.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원에 노숙자들이 몰려있어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가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교토에 갔을 때 보았던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비는 공간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만의 그것이 훨씬 더 화려했고 신에게 바치는 음식과 꽃 등도 더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경건해 보였다.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향이 여기저기서 타고 있었다.




<용산사>는 '소원을 빌러 가자!'하고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워 오는 곳이 아닌, 마실 삼아 혹은 오가며 가볍게 들러 향을 피울 수 있는 곳이었다. 가볍게 차려입고 가볍게 들렀으나 향만은 경건하게. 벽마다 놓여 있는 작은 간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외는 사람들도 많았다.



엄마와 나는 <용산사의> 화려함과 작지만 왠지 모를 웅장함에 매료되었다. 아마 사람들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우리도 소원을 빌고 나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까르푸>에 가기로 했다. 불현듯 전에 보았던 지도에서 용산사와 까르푸가 가까웠던 것이 생각나 MRT를 타는 대신 걷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걷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얼마 오지 않았으니 역으로 가서 MRT를 타자했더니 엄마가 이 비를 맞고 역으로 가나 까르푸를 가나 그게 그거라며 걷자고 했다. 나야 워낙 걷는 걸 좋아하니 상관없다만. 대만은 소나기가 자주 내려서 건물마다 비를 피해 걸을 수 있도록 잘 조성해놓았기에 중간중간 길을 건널 때 빼고는 무사히 까르푸까지 갔다. (도중에 편의점에서 작은 3단 우산을 샀는데 가볍고 튼튼해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대만에 갈 때마다 더 사 와야지 해놓고 늘 다음으로 미뤄두었건만 코로나로 인해 '다음'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미리 사둘걸.)


엄마는 가긴 가지만 까르푸에서 뭐 할 게 있겠니 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이것저것에 흥미를 가졌다. 역시 까르푸! 남은 여행하는 동안 매일 저녁 마실 맥주와 친구에게 부탁받은 망고젤리, 누가 크래커와 야식으로 먹을 신라면을 샀다.  



엄마가 우산과 겉옷을 넣고 다닐 백팩도 하나 사고 싶다 해서 둘러보았으나 마땅한 게 없어 시먼딩 쇼핑거리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곳에서 엄마가 마음에 들어하는 가방을 발견했다. 엄마가 만족해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까르푸에서 산 맥주는 당장 마시기엔 시원하지 않아 편의점에서 맥주를 또 샀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부추를 넣은 호떡 같은 음식도 샀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어서 그런가 아직도 배가 불러 컵라면은 뒤로 하고 부추 호떡과 가볍게 맥주 한 캔만 마시고 자리에 누웠다. 


아, 엄마가 토요일 택시투어를 취소하자고 했다. 우리가 구경하고 놀 동안 기사님이 대기하는 게 마음에 걸린단다. 기사님은 대기하시면서 주변 기사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알아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고 하였으나 엄마는 그래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정에서 <예류>만 빼면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돌아다니는 게 무리는 아니라 큰 상관은 없어 괜찮지만… 그래서 내일 일어나자마자 카톡 상담 시간이 되면 취소가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 한국에서 지불한 예약금이야 당연히 받을 생각이 없고 그냥 취소가 잘되면 좋겠다.

(이후 방콕 여행에서는 이모, 이모부, 막내 외삼촌까지 다섯이 다녀야 했기에 하루는 투어를 했는데 그때 엄마는 편하다며 좋아했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정말로.)


2017년 4월 13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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