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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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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May 20.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되는 곳

#대만일기 2. 임가화원과 중정기념당



택시투어는 무사히 취소되었다. 당연히 예약금은 날렸지만 상관없었다. 우리 담당인 기사님께서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보자고 친절하게 카톡을 보내주셨다. 친절한 곳. 혹시 후에 내가 대만을 오고 택시투어를 한다면 이곳에서 해야지.


역시 이번에도 <고슬립호텔 한커우>의 조식은 형편없었다. 동생이 함께 하기로 했을 때, 세명이 묵을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방을 찾다 보니 다시 이 곳에 오게 된 건데 엄마와 단 둘이 올 줄 알았으면 더 좋은 호텔에서 묵을 걸 그랬다. 한국인 하나 없이 중국인들과 그리고 간혹 보이는 서양인들과 밥을 먹었다. 어지간하면 다 잘 먹는 편인데 정말 눈을 씻고 봐도 먹을 게 없었다. 내가 입맛이 까다로웠던가? 엄마는 나와 달리 무난하게 식사를 했다. 



오늘은 <임가화원>을 시작으로 <중정기념당>에 갔다 <단수이>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보통 단수이에 갈 때는 하루를 통으로 빼는데 오늘은 알짜배기만 둘러볼 예정이므로 오후 시간만 빼두었다.


이 곳에서 만난 고양이는 다음 대만 여행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고양이인가?





보통 엄마랑 여행을 할 때면 늘 내가 갔던 곳만 갔다. 엄마와 길을 헤매고 싶지 않았고 또 자신 있게 안내하고 싶어서. 유일하게 예외인 곳이 이 <임가화원>이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엄마와 함께 가면 참 좋으리라 생각해서 가보지 않았음에도 일정에 넣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난 길을 헤맸다. 어느 블로그에서 푸중역 3번 출구로 나와 지하보도로 들어가 다시 지상으로 나오라 했다. 블로그만 믿었는데 지하보도에 출구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우왕좌왕. 그래도 다년간의 여행 짬바로 옳은 길을 찾아냈다. 에이 참.

이후 여행에선 쉬운 길을 찾아냈다. 푸중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바로 앞에 있는 백화점처럼 보이는 건물의 차양 밑으로 쭉 걷기만 하면 된다. 그냥 구글 지도를 켜고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되는데, 그 블로거는 왜 지하보도로 들어가라 한 거지? 모험을 좋아하는 편인가?



맥도널드를 지나고, 작은 용산사 같은 곳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그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끼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면, 길의 끝에 임가화원이 있다. 



시장의 끝자락. 종종 이 곳에서도 간이 형태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이 과일.





작지만 알찬 임가화원


엄마와 방문했을 때만 해도 무료입장이었으나 2018년 2월에 재방문했을 때는 입장료를 받더라. 하긴 이 넓은 곳을 관리비조차 받지 않고 이렇게까지 관리를 잘해놓은 것이 신기하긴 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임가화원을 나오는 순간까지 너무 좋았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개인 정원이라 생각하면 또 그리 작은 편도 아니었다. 곳곳에 조형물도 있었고 이끼 낀 바위도 멋스러웠다. 작은 암자 같은 곳은 어느 곳에서 찍어도 멋진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엄마와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연못에는 금붕어와 청둥오리가 노닐었다. 돌로 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연못을 구경했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임가네 사람들은 정말 신선이 된 것처럼 살았겠다.



이때만 해도 엄마와 나 그리고 소풍 온 유치원생들을 제외하곤 두어 명의 사람들만 있었다. 덕분에 타이베이 시내 한가운데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당장 밖으로 나가 시장만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이곳은 이토록 여유롭다니. 만일 내가 대만에 살았더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곳에 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후에는 늘 중국인들에 치여 임가화원을 돌아다녔다. 언젠가부터 단체 관광객들이 득실대는 곳이 되었다. 참 신기한 게 입장료를 받고 나니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가화원은 계속 가게 된다. 중국인들을 흑백+블러 처리하면 여전히 좋거든.



임가화원은 그 주변의 길도 내 마음에 쏙 든다. 





조식을 부실하게 먹기도 했고 어느새 점심때가 되어 뭔가를 먹기로 했다. 때마침 눈앞에 맥도널드가 보여 점심은 햄버거로! 보통 여행을 오면 현지식을 즐기지만, 시장을 지나오며 취두부 냄새를 맡은 터라 지금은 대만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엄마도 햄버거를 좋아해서 주저 없이 맥도널드로 들어갔다. 반갑다 시원한 콜라야!



맥도널드 2층에 앉아 바깥 구경. 대만의 노란 택시가 좋다.





시먼딩으로 넘어와 환승 후 <중정기념당>에 왔다.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전철역도 넓다.



한 번은 가야 할 중정기념당.
한 번만!


언제 와도 참 넓다. 계단에 오르면 확 트인 시야가 시원했다. 이 여행 이후에는 매번 공사 중이라 가림막을 봐야 했는데 엄마랑 왔을 때는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 엄마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엄마랑 점프샷 대결도 하고, 중국인이랑 셀카도 찍고 짧지만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중정기념당은 '한 번은 가야 할 관광지. 한 번만!' 정도인데 정신을 차려보면 매 여행 때 오고 있더라. 매번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와서 그런가? 나야 여러 번이지만, 그들에게는 처음인 곳이라? 그렇구나.



2017년 4월 14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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