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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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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Jun 29. 2020

단수이가 좋아. 왜냐하면,

#대만일기 3. 단수이와 빠리



<중정기념당>에서 <단수이>로. 단수이행보다 베이터우행 열차가 먼저 왔는데 빈자리가 많아 베이터우까지 타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베이터우에서 단수이행으로 갈아탔다. 우리나라는 보통 내린 곳에서 다음 열차를 타면 되는데 이 곳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때만 해도 번거롭다 생각했으나 1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요즘, 목적지가 다른 열차를 탈 때면 플랫폼을 이동하는 게 당연시되었다.)





단수이역 도착! 우리가 생각하는 단수이의 관광지를 가려면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무척 더웠으므로,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으므로 버스를 타기로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26번 버스를 타고 <홍아오청>에서 내렸다. 이곳과 <진리대학>은 늘 그 앞을 지나기만 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처음엔 괜히 돈 주고 들어왔나 싶었는데 천천히 거닐다 보니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한 번쯤은 들어와도 되지 않을까. 다만 다음 여행에서는 이전 여행들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지 싶다. (하지만 나는 이후에 또 이 곳에 들어온다.)



<진리대학>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골목


하지만 <담강중학교>만은 언제나 좋다. 비록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첫 여행을 제외하고 이번 여행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너무 많은 관광객들로 방해가 되었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담장 안만 들여다보았다.


+ 하지만 이다음, 그리고 또 다음 여행에서는 담강중학교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담강중학교에서 진리대학 반대쪽으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오토바이가 줄 세워져 있는 간이 정류장 같은 곳이 있는데 -정확히 뭐하는 곳인지는 모른다- 이 곳이 참 좋다. 단수이에 올 때마다 사진 찍는 스폿 중 하나. 이 뒤로 작은 공원이 하나 있고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가만 앉아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대만 청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담강중학교 주변 골목은 전부 다 내 마음에 쏙 든다. 정류장 같은 곳에서부터 쭉 이어지는 이런 골목때문에 나는 단수이를 가장 좋아한다. 신기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색다른 추억이 있는 곳도 아니다. 그냥 이 곳을 거닐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았어서,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았어서.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골목. 홍마오청에서 진리대학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 작게 나있는 골목이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오토바이 정류장에서 쭉 내려오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소나기가 내릴 거란 일기예보와 달리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아 참 좋았는데, 이 골목을 걸을 때는 햇빛이 내리쬐기까지 해서 정말로 행복했다. 별 것 없는 그냥 골목임에도 엄마 또한 운치 있는 곳이라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보여주었을 때 함께 있는 이가 동조해준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내렸던 버스 정류장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길을 건너 단수이 강변을 걸어보기로 한다. 단수이 강으로 가는 길에 아주 작은 2층짜리 술집이 있는데 -카페이기도 하다- 그 2층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다리를 밖으로 뻗고 있었다. 엄마랑 한참을 웃으며 보다 사진도 찍었다. 이런 사소한 그림 조차 유쾌했다.



단수이 강변. 무더운 대만이지만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강변에 앉아 쉬어도 낭만적이겠지만 배가 고파 무엇이든 먹기로 했다. 길을 걷다 가장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켰다.



대만의 맥주는 다른 곳에 비해 맛이 없는 편이나 이 날만큼은 기분 좋게, 또 맛있게 마셨다.



안주도 계속 추가해서 먹었다. 마지막에 시킨 오징어 볶음은 생김새와 달리 맛이 없었지만 그 마저도 좋았다.





오래도록 쉬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페리 왕복 티켓을 끊어 빠리에 다녀왔다. 페리를 타고 5분도 채 가지 않는 곳인데 분위기가 확 바뀐다.



보통 빠리에 오면 자전거를 타고 대왕 오징어튀김을 먹지만 오늘은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랑 짧게 산책하며 이야기만 나누었다.





다시 단수이로 돌아왔다. 원래의 나라면 단수이역까지 걸었겠지만 엄마와 함께라 택시를 탔다. 엄마 핑계를 대긴 했지만 나 역시 택시를 타서 편하고 좋았다.


여기까지 참 좋았는데 단수이역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다. 엄마의 교통 카드가 에러 난 것. 금액이 부족한가 해서 충전까지 했는데도 에러가 났다. 다급하게 직원을 불렀는데, 아뿔싸! 그와 나의 짧은 영어 그리고 나의 짧은 중국어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래도 일을 해결해야 하므로 겨우겨우 잊고 있던 중국어를 끄집어냈다.

아까 중정기념당에서 출발해 어디를 갔냐 하길래 바로 단수이역으로 왔고 밖을 돌아다니다 지금 단수이역으로 돌아온 거라 했다. 내 말을 들은 직원이 아마 처음 단수이에 왔을 때 에러가 나서 카드가 찍히지 않았다며 요즘 정산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엄마랑 단수이 와서 버스도 탔는데 대체 무슨 에러가 난 걸까. 그래도 무사히 해결되어 다행이다.





MRT를 타고 시먼으로 돌아왔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아종면선>에 들러 곱창 국수 두 그릇을 포장했다. 시먼딩 한복판에서 춤을 추는 비보이들을 구경하다 국수가 불어 터질 것을 염려하며 다시 숙소로 이동, 가는 길에 부추 호떡과 과일을 샀다.


아, 국광 버스 왕복표를 잃어버렸다. 대체 어디에 두었을까.


2017년 4월 14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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