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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May 24. 2021

방콕의 미술관에 가다

#방콕일기 4. 방콕 현대 미술관 MOCA


정전이다! 종종 방콕의 호텔에서 정전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후기를 보긴 했는데 나도 겪을 줄은 몰랐다. 방콕 대부분의 곳에서 에어컨을 빵빵하다 못해 추울 정도로 틀기 때문인 걸까? 금방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당황스럽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정말 한순간에 모든 불과 에어컨, 충전 중인 배터리 표시가 꺼지더니 금세 돌아왔다. 그러더니 또 픽-하고 모든 불이 꺼졌다. 이럴 수가.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그간의 방콕 여행에서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어디 방콕뿐이랴,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에 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방콕의 현대 미술관인 <MOCA (Museum of Contemporary Art)>다. 어제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본 BANG CHEN 역 근처에 있는 곳인데 1층부터 5층까지 건물 전체가 전시실로 꾸며져 있단다. 교통편이 잘되어 있는 편은 아니라 그랩을 타고 가기로 했다. 호텔이 아속 근처라 그런 건가 그랩이 잡히질 않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고속도로를 타지 않으면 한 시간가량 걸리고, 고속도로를 타면 25분이라기에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빠르게 가는 편을 택했다.

(기차를 타고 BANG CHEN역에서 하차해도 된다는데 이 방법을 뒤늦게 알았지 뭔가.)





방콕의 현대 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MOCA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조형물이 보이는데 내 기준 흉측한 모양새라 사진에 담진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 압도적이었다. 입구부터 그럴싸한 느낌이라 한층 기대되었다.



아마도 MOCA의 공식 포토존이 아닐까.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그 어떤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갔기에 이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나타내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역시 여행을 마친 후에도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기에 2년이나 흐른 지금도 전혀 모르겠네. 하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이 동상을 기점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아무것도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가 MOCA의 전시는 꽤 인상 깊었는데 특히 2층과 3층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전부 다 좋아 오래도록 둘러보았다.



작품의 상당수가 부처와 관련된 듯했다. 작가에 따라 다르게 그려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도 미대를 나왔고 작품을 만들었으나 나와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이었다. 나는 평소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고 작품의 기술적인 면을 보며 건방진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기술을 떠나 작품 그 자체를 느꼈다. 기술적으로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부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반에 이르는 길이에요" 따위의 감상을 내뱉었다. 주로 그림을 보며 그런 말을 했는데 그냥 그런 것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코끼리가 상징하는 것도, 팔이 여러 개인 것도,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 색이 참 좋았다. 양 옆에 걸린 그림들이 복잡해서 비교적 편안한 느낌도 받았다.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4층과 5층에 걸린 작품들도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 아래층 전시가 너무 좋았고, 또 미술관이 너무 넓어 4층에 도달했을쯤엔 지친 상태라 큰 감흥이 없어 아쉬웠다.





전시를 보고 내려와 샵에 들러 상품들을 둘러보고 (그다지 살만한 건 없었다) 카페에서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다음 일정을 생각했다. 카페도 하나의 전시 공간 같았다.



MOCA는 미술관 전체에 빛이 예쁘게 들어 사진 찍기도 좋았다. 여행지에서 미술관도 꽤 근사 하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종종 기회가 있다면 가보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친구에게 '현대 미술관'이란 말을 들었을 땐 '응?' 했었는데 오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거다.



2019년 3월 19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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