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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Apr 28. 2019

이게 진짜 칭다오 생맥주!

#칭다오일기 5. 칭다오 맥주박물관



걷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신호산공원>에서 <기독교당>, <천주교당>을 지나 중산루까지 걸어가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맥주박물관>까지 가기로 했다.



기독교당과 천주교당은 스팟 스팟을 찍는 느낌으로 스쳐가고, 대신 가는 동안의 골목골목을 유심히 구경했다. 기독교당은 10위안이나 내고 둘러볼만한 정도는 아닌 듯했고 천주교당은 어제 오래도록 보아서인지 크게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 앞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들에게는 시선이 갔지만.



원래 계획대로라면 천주교당에서 조금 더 내려가 중산루에서 택시를 탔어야 했지만 갑자기 로컬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고 싶어 졌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지도 어플에 맥주박물관을 찍어보니, 운이 좋은 것인지 우리가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그리고 맥주박물관까지 가는 버스도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보니 시내버스라기보단 마을 버스정류장 같았다. 끽해야 버스 두 세대 오는 정도가 아닐까 싶은 규모. 다시 한번 맥주박물관에 가는 버스를 확인하고 줄을 섰는데 줄은 우리만 섰나 보다. 분명 중국인들도 우리 앞뒤로 줄을 섰었는데, 막상 버스가 도착하고 나니 줄이 무의미하게 서로 먼저 타겠다고 앞다투어 문 앞으로 달려갔다. 심지어 펜스까지 있었는데 그 펜스를 뛰어넘어 새치기를 했다.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그들의 무질서. 아니 이쯤 되면 그들에겐 무질서가 질서가 아닐까. (이후 상해 디즈니랜드에서 무질서가 질서라는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아는 중국어라곤 우리가 내릴 정류장뿐이라 무사히 잘 내렸다. 물론 무사히 내리기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버스 안 노선도와 표지판을 번갈아보는 부지런함과 쫑긋 세운 귀를 필요로 했지만.





버스에서 하차해 길을 두어 번 건너야 비로소 맥주박물관에 다다를 수 있다.



처음 방문한 맥주박물관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번 여행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충분히 둘러보기 위해 여유를 두고 방문했는데 그냥 짧게 치고 빠지는 정도였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칭다오 맥주박물관은 크게 A관과 B관으로 나눠지는데 A관은 역사박물관 정도로 보면 된다. 몇 년간 세 번 칭다오를 왔고 세 번 다 맥주박물관에 방문했으나 그 세 번 모두 다른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던 곳.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세 번다 재미는 없던 곳이다.



B관은 A관에 비해 볼만했다. 공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두 번의 시음도 가능했다. 맥주 공장에서 지금 막 양조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 내가 엄청난 미식가는 아니라 이곳에서 마신 맥주가 특출 나게 맛있는 가는 알 수 없었지만 꿀땅콩은 다른 땅콩보다 훨씬 맛있었노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B관은 구경거리도 꽤 있었는데 이렇게 맥주가 차오르고 꺼지길 반복하는 스크린이 있는가 하면, 공중에서 맥주가 콸콸 쏟아지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대망은 들어가면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게 되는' 방. 나는 들어가 보지 않았으나 이 방에 들어갔다 온 친구는 정말 술에 취한 것처럼 몸을 가눌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 방에 들어간 사람들을 방 앞에 붙어있는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정말 제대로 걷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맥주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두 번째 장소가 있다. 맥주박물관에 방문하기 전 분명 두 번의 시음 기회가 있다고 했는데 왜 난 한 번뿐이지 하고 슬퍼했는데, 두 번째 시음 장소는 출구 쪽에 있었다. 첫 번째 시음 장소에서 남겨두었던 꿀땅콩과 시원한 맥주 한잔. 출구에는 맥주 시음 장소 외에 기념품샵도 붙어있었는데 이곳에서 꿀땅콩과 기념품을 잔뜩 샀다. 칭다오에서 돈은 다 여기서 쓴 거 같네.



칭다오 맥주와 관련된 자잘한 기념품을 판다는 맥주 거리를 걸으면서도 뭔가를 사야겠단 생각은 못하고 바로 칭다오의 명동이라는 <타이동루>로 직진. 한참을 걷고 나서야 '아, 맥주 거리에서 기념품 싸게 판다고 했는데!'라 떠올렸다. 하지만 일단 양손에 들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웠던 데다 기념품샵이라기보단 죄다 맥주와 해산물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었다고.


타이동루 육교 위에서.


아무튼 지도 어플에 타이동루를 찍고 걸었다. 꽤 오래 걸었음에도 타이동루의 ㅌ도 보이지 않아 맞게 가고 있나 싶었는데 저 멀리 에스컬레이터가 붙어있는 육교와 월마트가 보였다. 블로그에서 내내 보던 그곳들! 제대로 왔구나.



우리가 맥주박물관에서 산 짐을 이고 지고 타이동루까지 온 단 하나의 이유 '마늘 국수'. 대만에 곱창 국수가 있다면, 칭다오에는 마늘 국수가 있다. 대만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곱창 국수인데 그런 국수가 칭다오에도 있다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우리가 찾던 그 마늘 국숫집이 맞는지 간판을 확인한 후 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한 주인이 고수를 넣을 건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안 먹지! 정 불안하면 먼저 "부야오 샹차이!"라고 외쳐도 된다. 

국수는 역시 기대대로 맛있었다. 한 그릇 더 먹고 싶었는데 손님 한 명과 가게 주인과 싸움이 나서 눈치 보여 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냥 말싸움이 아니라 소스통이 날아다니고 온 시장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을 하는 그 정도 스케일의 싸움이었다. 얼핏 들어보니 손님이 맛없다 어쩐다 이래서 시작된 싸움 같았는데 소스통을 던지고 또 던지다니 무서웠다.


마늘 국수를 먹고 친구가 가고 싶다던 <미니소>를 구경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미니소는 생소한 곳이었다. 다이소와 무인양품을 어설프게 섞어놓은 분위기였는데 친구는 이곳에서도 무언가를 잔뜩 샀지만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이번에도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사실 짐이 많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택시를 타려 했는데 잘 잡히지 않아 별 수 없이 버스를 탔다. 버스도 겨우 탄 터라 진이 다 빠졌다. 그러다 본 버스 손잡이.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호텔로 돌아와 짐 정리를 시작했다. 칭다오 맥주박물관에서 산 기념품들의 부피가 꽤 커서 정리하는데 혼났다. 모처럼 마음에 든 기념품들인데 어느 하나 버리고 가고 싶지 않아 있는 요령 없는 요령 다 끌고 와서 짐을 쌌다. 짐 정리를 하고 각자 캐리어의 빈 부분을 확인한 후 까르푸로 향했다. 나는 더 이상 캐리어를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는 달랐나 보다. 까르푸에서 맥주랑 과자를 잔뜩 샀다. 쇼핑한 것들을 가방에 넣고 뒤로 맸을 때는 마치 함을 진 것 같았다. 욕심도 많지.



내겐 칭다오 최고의 식당
소남국 식당


까르푸에서 장을 보고 드디어 운소로 미식거리의 <소남국 식당>으로 향했다. 카페를 비롯해 맛있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는 운소로 미식거리. 우리는 그중에서도 소남국 식당에 가기로 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그다지 알려진 곳은 아닌 듯했지만 두어 개의 후기가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식당에 들어서 자리를 안내하고는 바로 우리를 해산물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 주문을 하게 했다. 살아있는 해산물 바로 옆에 그것들로 요리한 메뉴 사진이 붙어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것도 잠시, 우리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바지락 볶음과 가지볶음 그리고 개불 볶음과 시원한 순생을 시켰다. 해산물 사진을 찍어도 되냐 묻고 괜찮다기에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이가 지긋한 직원분이 내 옆에 서서 이걸 찍어라, 저걸 찍어라 하며 코치를 해주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우리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직원을 가리키며 아주 잘생긴 사람이니 그를 찍으란다. 할아버지,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엑소인데요.



음식이 나오고 눈으로 한번 반하고 입으로 한번 더 반했다. 와 이토록 맛있을 수가! 특히 개불 볶음이 너무나도 맛났다. 칭다오에 온 이후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개불 볶음은 개불과 부추가 함께 볶아져 나오는데 부추의 양이 꽤 많아 개불을 다 먹고 나면, 바지락 볶음의 바지락과 함께 먹으면 별미가 된다. 이 모든 음식들이 짭조름해서 맥주가 계속 들어갔다. 먹다 보니 배는 부른데 계속 뭔가 더 먹고 싶어 져 다시 해산물 코너로 갔다.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고민하고 있으니 유해진을 닮은 직원이 다가와 새우가 잔뜩 들어간 메뉴를 추천해주었다. 매콤해 보이는 데다 새우까지 들어갔다니 금상첨화잖아! 그러나 막상 나온 요리에는 새우가 정마라 조금 들어있었다. 그래도 배부르지 않았더라면 더 맛있게 먹었을지도. 소남국 식당의 모든 음식은 진짜 다 맛있거든. 이렇게 행복하고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205위안 밖에 나오지 않았다. 칭다오에 온다면 다른 곳은 모르겠고 이 곳 소남국 식당은 꼭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슬픈 소식 하나. 지난여름 칭다오에 방문했을 때 소남국 식당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식당이 들어섰더라. 아, 나의 소중한 식당이여.)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편의점에 들렀다 나왔더니 국돈 호텔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친구가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중년부부였는데 공항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 부부는 까르푸 쪽으로 건너가 내린 곳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했고 나는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국돈 호텔 앞에서 타야 한다고 했다. 부부는 계속 아니라고 길을 건너 타야 한다고 주장했다. 뭐 그럼 그들은 거기서 타고 우리는 여기서 타면 되지 왜 여기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지 몰라 그냥 호텔로 돌아가려던 그때, 오지랖 넓은 직원이 나와 우리말대로 국돈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직원 만세!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짐을 제대로 정리했다. 나는 거진 저가항공을 타고 여행하는 터라 그 습관으로 캐리어의 무게가 10kg가 잘 넘지 않는데 친구의 것은 도합 20kg는 거뜬히 넘을 것 같았다. 


아, 이렇게 나의 여행 하나의 끝이 보이는구나.


2016년 11월 19일

캐논 EOS 550D + 필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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