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일기 2. 아이돌 해외 투어 따라가기
grabpic film 3-4. DAY24
체크인 후 방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발견한 엑소! 책상 위에 놓여있던 호텔 팸플릿의 표지가 엑소의 콘서트 소식이었다. 역시 어마어마하구나 나의 슈퍼스타.
오늘 나와 룸 쉐어하는 팬은 어제 콘서트에 다녀왔고 오늘은 티켓이 없어 어제 만난 엑소 팬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나갔다. 이미 한바탕 호텔 주변을 돌아본 뒤라 지친 나는 그를 떠나보내고 콘서트용 가방을 싸며 휴식을 취했다. HD님에게 빌려온 망원경과 드디어 빛을 발하는 뉴리디봉, 그리고 시우민 허브홈 '만두넷*'의 시우민 슬로건. 만두넷을 싫어하지만 마땅히 마음에 드는 깔끔한 반사건이 없어 별 수 없이 만두넷의 것을 샀다. 시우민 이름만 잘 보이면 되지.
*덧붙이자면 시우민의 허브홈 '만두넷'은 사라지고 '슈윗홈'으로 재탄생했다. 지긋지긋했던 만두넷 운영자들은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행동하고 사라졌다. 만나서 정말 싫었고 다시 만나지 말자!
콘서트가 열리는 <코타이 아레나> 찾아 삼만리. 홍콩에선 구글 지도가 별 소용이 없다더니 정말이었다. 내 위치를 잡아내질 못해 같은 길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다행이라면 내가 시간적 여유를 두고 나와 콘서트에 늦지 않았다는 것.
<코타이 아레나>는 <베네시안 호텔> 건물 안에 있다. 호텔로 들어와 카지노를 가로질러도 되고, 베네시안 쇼핑몰을 통해 서쪽 로비로 가도 된다. 나는 그냥 베네시안 안을 정처 없이 헤매며 직원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이게 제일 빠른 것 같아.
<코타이 아레나>가 가까워질수록 엑소의 응원용품이나 사진이 든 무언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전에도 드문드문 보이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그냥 엑소 팬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 되는 거네? 아무튼 콘서트장 주변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비교적 조용한 door A 구역에서 잠시 쉬었다. 이쪽은 스탠딩 구역인데 내가 스탠딩 구역 입장 시간에 도착해서 한산했던 건가.
좌석이었던 나는 door E로 들어가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 딱히 상관은 없었던 것 같지만. 입장하기 전에 배가 고파 줄 서는 곳 바로 옆에서 컵라면을 사 먹었다. 사실 저녁을 먹고 콘서트를 보려고 일찍 나왔던 건데 길을 헤매다 보니 제대로 된 끼니가 아닌 컵라면으로 때우게 되었네. 그도 그렇고 푸드코트에 사람이 너무 많아 빈자리를 찾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서 컵라면을 발견해 뭐라도 먹은 게 어디야.
EXO PLANET #4 - The EℓyXiOn [dot] in Macao
엑소 플래닛 #4 - 엘리시온 닷 인 마카오
드디어 <코타이 아레나> '엘리시온 닷 인 마카오' 콘서트장 입장! 해외 투어는 어디든 천국이라더니 여기도 그랬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시야가 더 좋았다 (이 말인즉슨 내가 찍은 사진보다도 더 가깝고 잘 보였다는 뜻). 공연장을 다 합치면 올공 스탠딩석 정도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야? 너무 신나서 오만 카톡방에 다 자랑했다.
불이 꺼지자 팬들이 전부 에리디봉을 꺼내 불을 켰다. 어제는 중국 개인 홈 팬들이 개인 LED 응원봉을 꺼내 얼룩덜룩 지저분했는데 오늘은 엑소가 좋아하는 은빛 물결이 제대로 나왔다. 나도 서둘러 뉴리디봉 은빛 물결에 합세했다. (첫 콘서트인 '로스트 플래닛'때부터 지금까지 해투만 돌면 해외 팬들의 고질병인 개인 LED 흔들기가 나와 진짜 질색팔색을 했는데 나의 첫 해투에서는 그런 모습이 덜 보여 다행이었다. 뒤로 갈수록 그들의 염병 천병이 또다시 시작되었지만 비교적 덜했다. 아니 엑소 멤버들도 은빛 물결이 좋다고 돌려서 말해주는데 왜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콘서트! VCR이 끝나고 엑소의 실루엣이 보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나는 VCR만 나와도 우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 오랜만이었다고. 엘리시온 닷 인 서울 티켓팅을 실패하고, 첸백시 사인회도 떨어지고, 첸백시 팬미팅 티켓팅마저 실패해서 정말 슬펐는데. 역시 돈이면 다 된다**.
드디어 시작된 콘서트! VCR이 끝나고 엑소의 실루엣이 보이자마자 눈물이 나와 그냥 울었다. 어찌나 보고 싶었던가. 엘리시온 닷 인 서울 티켓팅 실패하고, 첸백시 팬사인회도 다 떨어지고, 첸백시 팬미팅 티켓팅마저 실패해서 정말 슬펐었는데. 역시 돈이면 된다.
**최근 나의 근황 : 시우민의 첫 개인 팬미팅인 '슈윗타임' 티켓팅을 실패하고 회사 화장실에서 30분은 울었다. 이제 시우민 군대 가면 오래 못 보는데, 이때 봐 뒀어야 했는데 하며. 나의 울음에 하늘이 감동했는가 이 이후부터 현재까지 나는 행복한 덕질을 하고 있다.
01. EXO-SC 미니 콘서트와 팬사인회 당첨 : 세훈이와 찬열이의 유닛 활동부터 나의 덕질 운이 트이기 시작했다. 일단 미니 콘서트에 당첨되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거진 2-30장을 샀는데 난 12장 샀던가? 아무튼 평균보다 훨씬 적은 수량을 사고도 당첨되었다. 거기다 좌석은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거였는데 제일 앞 스탠딩 구역을 뽑았다. 와 이렇게 운이 트이다니! 그리고 그다음은 팬사인회. 2013년 봄에 입덕 한 이후로 처음으로 팬사인회에 당첨되었다. 당일치기로 대구를 다녀오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찬열이, 세훈이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다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일대일로! 찬열이한테는 타투 위치도 추천받았다고.
02. 시우민이 군대에 입대한 이후로 간간히 목격담이나 보고 살고 있었는데 글쎄, 국방부 뮤지컬을 한단다. 거기다 주인공이야! 죽어라 티켓팅을 했고 나는 한 달의 시간 동안 총 9번이나 시우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의 공연을 봤고 앞으로 일곱 번의 공연이 남아있다. 자리도 다 좋아서 코앞에서 시우민을 보는 중. 최강창민의 오랜 팬인 E에게 시우민이 군대에 가서 슬프다 했을 때 그는 "차라리 군대에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을지도 몰라."란 말을 들었을 땐 약 올리냐며 화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이래서 경험자의 말은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
멤버들의 첫 멘트 전까지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공연. 망원경이 없어도 될 만큼 가까웠는데 시우민과 세훈이의 표정을 더 잘 보고 싶을 때는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댔다. 'Ko Ko Bop 코코밥' 무대 정말 보고 싶었는데 '코코밥'도 봤고, 오랜만에 '으르렁'도 봤고, 또 세훈이의 솔로 무대인 'JMT'도 제대로 봤다. 기다렸어 엑소의 무대.
이후 이어진 'CALL ME BABY 콜미베이비'와 '너의 손짓'. 특히 '너의 손짓' 무대를 엄청 기대었다. 반주 나오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장난 아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우민이랑 세훈이를 한 번에 한 샷으로 볼 수 있으니 내가 좋아 죽지, 안 죽겠어?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후 직캠을 엄청나게 찾아봤다. 정말 황홀한 시간이었어.
몇 개의 무대를 더 하고, 중간 멘트! 시우민이 아주 우렁차게 중국어로 인사를 했다. 문득 몇 년 전에 시우민과 엑소의 중국 활동 때문에 짧게 중국어 공부를 했던 게 생각났다. 그 덕에 옆자리에 앉은 중국 시우민 팬과 짧은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친구가 되었네. 정말 시우민은 내게 많은 걸 준다니까!
멘트 후 '부메랑' 'Lotto 로또' 그리고 'Ka-CHING! 카칭'까지 또 휘몰아쳤다. '카칭'을 드디어 내 눈으로 봤어! 시우민이 '카칭'을 살랑거리며 출 때 나는 또 한 번 죽었다 살아났다. '헤븐'과 (역시 내가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던 무대 중 하나인) 'TENDER LOVER 텐더럽' '3.6.5'까지. 엑소 노래는 다 좋지만 내가 조금 더 좋아하는 노래들로 꾸며진 무대. 사실 이때 멘트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너무 좋았어서.
'기억을 걷는 밤'과 '월광'. '월광' 무대를 보니 몇 년 전 '중독' 활동 때 엠카운트다운 공방이 생각났다. 그때 거진 일주일 가량 집에 안 들어가고 노숙하며 엑소 공방 뛰었었는데. 월광 무대도 그래서 볼 수 있었다. 엑소를 실제로 본 날 중 오늘이 가장 행복하고 감회가 새로웠지만, 그 당시 공방 뛰고 아육대 밤샘해서 하루 종일 시우민을 봤던 그 시간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VCR이 끝나고 찬열이와 세훈이의 'We Young 위영' 무대가 이어졌다. 위영! 서울 엘리시온 닷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위영! 가만 보니 나는 그냥 다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 시우민 솔로 무대인 'Beyond 비욘드'까지. 다 보고 싶었던 것 인정한다. 하지만 줄 세우기로 하면 'We Young'과 'Beyond'가 단연코 1위다.)
'Run This 런디스' 무대는 멤버들이 "런디스!" 외치고 좌르륵 춤추는 부분이 참 좋다. '런디스' - 'Power 파워' 부를 때 다 같이 일어나서 춤추고 놀다가 어찌나 신나게 움직였는지 핸드폰 뒤에 꽂아두었던 신용카드가 날아가 버렸다. 카드를 찾아야 집에 갈 수 있으니 찾긴 해야겠는데 또 무대는 봐야겠고. 그냥 잊고 놀았다. 다행히 나중에 찾긴 했다.
마지막인 것처럼 인사하고 뒤돌아 떠나지만, 떠나는 엑소도 떠나보내는 우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앵콜 타임.
그리고 나의 기적 타임. 시우민의 솔로 무대 'Beyond 비욘드' 무대가 시작되었다. 사진이나 영상을 엄청 찍고 싶었는데 꾹 참고 눈으로 봤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고 또 그 어떤 무대보다 더 큰 응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목이 터져라 김민석을 부르고 팔이 떨어져라 응원봉을 흔들었다. 또다시 눈물이 났다.
'Lucky 럭키'와 'Run 런'은 진짜 신나게 따라 부르며 놀았다. 콘서트를 할 때면 늘 빠지지 않는 곡들로 그만큼 신나고 좋다. 엑소의 제일 첫 콘서트가 생각나는 것은 덤. 그때는 한한령이 없을 때라 한창 중국 투어를 돌았지. 그러고 보니 나도 엑소를 꽤 오래 좋아하고 있네.
'Universe 유니버스'를 부르고 마지막 멘트를 하니 정말로 끝. 끝인데 이상하게 아쉽지 않았다. 오늘 정말 그간 쌓인 한을 불태우듯 놀고 응원해서 그런가. 엑소의 무대를 보고 집에 돌아올 때면 항상 아쉽고 서운했는데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 어쩌면 일 년간 달려온 엘리시온의 마무리를 함께해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콘서트장에서 나와 옆자리에 앉았던 중국 친구와 제대로 통성명을 하고 기념 셀카를 같이 찍었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안 받았네. 내가 중국에 가면 연락하자니 중국은 너무 넓어서 그가 한국에 오면 만나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와 콘서트의 여운을 느끼며 사진과 영상을 정리한 후 씻고 침대에 누왔다. 미련은 없는데 잠은 오질 않네.
2018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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