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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Apr 22. 2024

중국 출장을 다녀오며

무질서, 자유, 편의, 체제편입…그리고 아이스라떼

난 중국이 귀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징한 구석도 있지만. 이상한 나라여서 재밌다. 정리되지 않아서 왠지 편하기도 하고. 깔끔 떠는 사람이랑 같이 살면 깨끗해서 좋지만 더럽힐까 불편한 반면, 어질러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살면 마음이 편하다. 어떤 것이든 지적질을 받는다는 건 스트레스와 연관된다. 겉으로 하하호호 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진짜 행복이 아닐 수 있다. 중국의 무질서를 마냥 관대하게 바라볼 수는 없지만, 무질서는 우리의 본성 중 하나가 아닐까. 무질서를 질서있게 만드는 건 분명 매우 인위적인 작업이니까.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을 거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내 나라가 아니어서 이 모든 걸 관대하게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내 문제는 아닌 거니까. 난 좋아하는 것만 누리고, 관심없는 것에는 나몰라라 할 수 있으니까. 이들이 인민으로서 겪는 문제는 피부에 와닿지 않을테니까. 그치만 뭐, 모두가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여행을 가고, 삶의 주거지를 옮기기도 하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거겠지. 외국어를 배우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렇게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하는 거겠지.


함께 출장 온 분과 很久以前羊肉串에서 양꼬치를 먹었다. 중국에 출장 오면 맨날 호텔 밥을 먹거나 주최측이 준비한 식사를 하니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다는 부문장님. 식탐이라도는 1도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많이 먹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연거푸 맛있다 하면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이렇게 나의 뱃살은 늘어나고)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감동적이다. 오래 대기했다며 공짜 음식을 주고, 중국어를 못하는 부문장님의 주문을 최선껏 도와주고, 양꼬치도 직접 구워주고, 음식도 직접 퍼주고, 앞접시 등 필요한 것도 제깍제깍 센스있게 가져다주고, 마지막에는 짜진 않았는지 싱겁거나 달진 않았는지 만족도 조사까지 했다. 그게 또 부담스럽게 굽신굽신 하는 태도가 아니라 쿨하고 거침없이, 그러면서 친구처럼 프랜들리 한 서비스라 너무 좋다.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게 참 많다. 살면서 그게 힘들다거나 몸서리쳐지게 싫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는데, 내가 자유를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중국에 와서 처음 들었었다. 자유라는 것도 정의가 다양하겠지만, 누군가는 공산당에게 자유가 웬말이냐 하겠지만, 여기서의 자유는 간단히 말하면 사회적 압박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 바탕에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있다. 한국에서 확실히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다 똑같길 바란다. 정석대로 자라고, 모두와 같은 인생의 리듬을 가지고, 대다수의 기준이 정상이고, 아웃라이어는 잘못 됐고, 무난히 묻어가야 하고…


중국의 틀에 들어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상상도 못하게 편리하다. 중국 유심칩만 획득하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면, 중국어를 할 수 있다면, 중국을 속속들이 구경하고 체험하고 편의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말도 못하게 불편하다. 택시를 부를 수도, 예약을 할 수도, 인터넷으로 식당 줄서기를 할 수도, 각종 배달 서비스를 누릴 수도, 맛있는 걸 먹을 수도 없다.


‘중국 전화번호, 모바일 페이, 중국어’라는 3요소만 갖추면 거의 불가능이 없지만, 사실 그 모든 건 정보다. 나의 신분 정보와 생활의 편의를 맞바꾸어야 한다. 연결된 데이터들이 수집된다. 어찌 보면 중국 체제에 대한 순응이기도 하다. 그 울타리에 들어와야만 모든 걸 누릴 수 있다. 구글이라든지 우버라든지 글로벌 서비스를 중국에서는 누릴 수 없다. 중국판 구글, 중국판 우버, 중국판 유튜브, 중국판 인스타를 써야 한다.


중국 회사를 다니며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소통이다. 각자의 외국어 수준이 다르니 언어적 장벽도 크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 시작점, 표현 방식 등이 문화적으로 너무 다르다. 거기에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일이 틀어지기도 하고, 누군가가 상처받기도 한다. 아니 한국인들끼리 모여도 죽네사네 하는데,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니 오죽하겠노


여튼 재밌다. 중국 오니 글도 줄줄 써지네. 역시 중국 체질인가. 역시 사람이 나와 봐야 하나.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부정되고 다름이 가능하다는 걸 체험할 때 Hurrah! 하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까지 중국 호텔에서 썼는데,

한국 오니 또 한국대로 좋다. 깨끗하고 예쁜 데가 많고 커피가 맛있다. 일단 아이스라떼 한잔 드링킹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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