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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Nov 26. 2021

한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어

일본에 ems를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다. 수신국의 정책에 대해 얘기하던 직원 분은 중국이 가장 까다롭다고 얘기했다. 중국에서 그 문제를 절절히 느껴본 나로서는 그 누구보다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직원은 덧붙였다. “아무래도 중국은 ‘공산주의’라.”


얼마 전 인터넷에서 ‘중국인들이 보는 한국인 수준’에 대한 영상 캡처를 봤다. 원본 영상을 보지 못해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대략 한국인들은 중국의 모바일 페이에 소지지르며 감탄하고, 고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삼겹살은 부자들이 먹는 음식이란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한국인들은 ‘내가 부자였다’며 조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게 바로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중국이란 나라와 중국인들을 보는 시각이 아닐까. 공산당이 지배하는 경직된 체제의 ‘공산주의’ 나라(중국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이며, 중국 공산당 이념에 따르면 ‘중국특색 사회주의’이다), 중화주의에 물들어 왜곡도 서슴치않고 민주주의도 인권도 없는 G2 자격이 의심되는 나라.


작가 팀 마샬은 런던 주재 중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가 엄중한 훈계를 들었다. “당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문화에서 당신들의 가치가 먹힐 거라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서구적 사고에서 개인의 권리는 집단을 우선한다. 중국 지도층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것은 다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개개인을 보면 상상 이상으로 개인주의적이지만, 한편으로 중국이라는 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같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하다.


공산당 간부는 중국 인민들과 일종의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잘 살게 해줄테니 당신들도 우리를 따르라.” 그렇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은 마오(중국을 일으킴), 덩(중국을 부유하게 함), 시진핑(중국을 강하게 함)에 이르기까지 체제와 국가의 힘을 믿는 게 아닐까.


공항에서 수하물을 받으려는데 영문을 알 수 없이 수하물 벨트가 미동이 없다. 1시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큰일났다, 발을 동동구르며 담당자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런 일을 많이 겪어서 인이 박힌 걸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진 걸까.


천안문 광장에서는 길도 함부로 건널 수 없다. 나는 다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싶을 뿐인데, 주어진 경로로 정해진 검사를 몇번이나 통과해야 내 길을 갈 수 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반면 중국인들은 익숙하다.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기다리고 따른다.


무엇이 맞는지는 모른다. 이 체제가 중국의 국가 사정에 맞춰 얼마나 오랫동안 어떻게 작동할지, 시간이 지나 부패와 은폐가 드러날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 인민들이 새로운 체제를 원하게 될지, 홍콩과 대만문제는 어떻게 될지, 일부 지역, 민족과 계층의 분노는 어떻게 해결될지. 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문제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과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 이해 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왜’를 묻지 않는다. 대다수의 우리는 중국을 모르며, 한국인의 눈과 경험으로 중국을 본다. 한국을 보는 중국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맨날 보는 가족과 친구도 이해 못하는데 남의 국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모른다’는 걸 모르는 것 아닐까.



- 우체국 방문 후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읽다가 쓴 글로, 책 본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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