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화초 Jan 21. 2020

사이드 프로젝트의 정석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 스타'가 익숙한 세대에게 윤종신에 대하여 물어보면 당연히 예능인, MC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실 그의 본업은 가수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꾸준히 음악 작업을 했다. 벌써 10년이 다되어가는 프로젝트다. 10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인 내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윤종신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다재다능한 연예인인 만큼 일반 직장인과 달리 본업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다.) 그저 본인이 좋아 일을 시작하여 별다른 생각 없이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 인생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거나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결과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막걸리나, 본능적으로, 오르막길, 좋니 등 수많은 명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월간 윤종신]을 통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개인적인 일을 할 시간을 따로 설정한다


윤종신의 하루 일과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월간 윤종신, 회사 일, 방송 일, 가족 일 조금 이 패턴으로 10년 넘게 살아왔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면 근무시간 외에 일을 할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매우 힘들다. 퇴근하고 친구들과 술도 한 잔 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연인과 데이트도 하고 싶고 잠도 자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할 시간을 지정해놓지 않으면 금방 흐지부지 되기가 쉽다. 죽어도 그 시간만큼은 사이드 프로젝트 관련 일을 하겠다고 지정하면 훨씬 더 효율을 올릴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시간이다. 출근 전에 일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시간이다.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하루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다. 단점은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조금 피곤할 수 있다. 또한 출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퇴근 후에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주로 저녁에는 유혹의 손길들이 많다. 그러나 퇴근 후 시간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우선 평일 저녁에는 다양한 커뮤니티와 강연들이 쏟아진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네트워킹을 할 수 있고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종사자와도 인맥을 넓힐 수 있다. 그리고 협업을 할 때도 평일 저녁이 가장 덜 부담스럽다. 다만 피곤함과의 싸움이 힘들긴 하다. 주말은 달콤하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시간이다. 사이드 프로젝트할 땐 늦잠은 잠시 미뤄두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주말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말 시간 내 끝낼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시간 내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하지 라는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 갑자기 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휴식시간도 필요하다. 에너지를 쏟는 시간이 있다면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쉴 때도 느슨하게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닌 본인에게 최선인 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시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다


윤종신의 노래는 유독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가 많다.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들을 가사로 한올한올 풀어내며 심금을 울린다.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매일 느끼는 감정을 두, 세줄로 표현하는 메모 습관을 길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흔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최대한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변했다. 하루 24시간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관심을 갖지 않으면 쉽게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루 일과 중 발생하는 모든 일에 항상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아이디어가 찾아올지 모른다. 그리고 모든 걸 기록하자.



일단 시작한다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우선 하는 일은 '이런 일 해보려고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하나요?'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묻는다. 그럼 당장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일단 시작부터 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가장 대표적인 변명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얘기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은 없다. 이것만 하고 해야지 저것만 하고 해야지 하는 사이에 전부 지나가버린다.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은 없다. 시작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작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우선 흥미가 생기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반복하며 조금씩 판을 키운다. [월간 윤종신]에서 발매하는 신곡이 아닌 [월간 윤종신] 그 자체가 유명해지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얻고 배울지 명확하게 정의 내린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무엇을 얻을 것인지 명확하게 설정했다. 대중의 음악적 취향이 훨씬 다양해지고 하루에도 발매되는 음원이 수 백개, 수 천 개에 이르는 음악 시장에서 90년대처럼 남녀노소 불문하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미리 깨달았다. 그래서 [월간 윤종신]의 운영 전략을 손해를 최소화하고 음원 발매를 계속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이처럼 명확하게 목적을 설정했기 때문에 방황하지 않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창작자를 발굴하여 컬래버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더욱 원대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직장인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개인의 관심사와 성향에 따라 목적이 다양하다.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할 수 있다. 명확하게 어떤 것을 얻고 배울지 생각하는 것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결국 꾸준함이 답이다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는 것은 [월간 윤종신]을 한 게 아니라 [월간 윤종신]을 10년 이상 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음원의 흥행은 상관없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저 본인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10년이 넘도록  미련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버텼다. 사이드 프로젝트 초반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기쁨에 젖어 열정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본업과의 병행이 체력적으론 심리적으로나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주위에서 무엇하러 사서 고생해가며 그런 것 까지 하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심지어 하는 일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생긴다. 그리고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감에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행해질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장점은 마감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일정을 계획하고 거기에 맞춰 진행하면 된다.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의 업무량을 조율하여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사이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동력은 본업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과도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작은 목표부터 달성할 수 있는 마일스톤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인내심을 갖고 본인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결과물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다가와 역시 너는 성공할 줄 알았다는 아부와 함께 친한 척할 것이다.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여 혼자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니는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 성공의 비결 중 하나다. 알리지 않는다면 처음에 혼자 하다가 금방 제풀에 지쳐 포기할 수 있지만 만약 주변 사람들에게 전부 떠벌리고 다녔다면 괜히 마음에 찔려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괜한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 소문이 난다면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게 된다. 누군가에겐 그저 헛짓거리로 보이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로 느끼고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까지 할 수 있다.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전을 공유하고 얘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성공에 큰 힘이 된다. [월간 윤종신]도 절대 윤종신 혼자 만들지 않았다. 2012년에는 '여가수와 윤종신'이라는 컨셉으로 수많은 여가수와 곡 작업을 하기도 했고, 다양한 분야의 음악가들이 피처링하며 [월간 윤종신]을 함께 만들어갔다. 이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도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면 말고 정신


[월간 윤종신]의 최고 히트곡인 '좋니'는 63번째 [월간 윤종신]이었다. 이 곡으로 윤종신은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차트 1위에 올랐다. 62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63번째에 성공할 수 있었다. 62번이나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곡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힘을 뺏기 때문이다. 윤종신은 어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꼭 모든 게 만족이 되어야 매력 있는 노래는 아니더라. 단 한 가지 매력만으로도 때로는 내볼만한 가치가 있더라. 때론 바로 던져보고 아니면 말고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창업 용어 중에도 이와 비슷한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이란 말이 있다. 린스타트업은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혁신을 만들기 위해 활용되는 '린 경영(Lean Management)'에서 파생된 단어다. 시간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완전한 제품을 출시하느라 자원을 허비하기보다 시장의 평가를 빠르게 수집해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보완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업을 보고 '린스타트업'이라 한다. 린스타트업의 전략은 매우 간단하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가설을 세워 결과물을 도출하고 잠재 고객의 반응을 측정해 문제점을 고치거나 과감하게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실패의 부담률을 낮추고 계속 혁신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영역의 협업과 융합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워낙 변수가 많아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필승 전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잠재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빠르게 고치거나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얻는 것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성공하건 실패하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우선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한 번쯤은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좋아서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생각에 그치는 사람과 달리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더욱 뛰어난 상상력을 갖게 된다. 억지로 하던 일만 하는 사람은 늘 하던 일만 하게 된다. 이와 달리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 일을 만드는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신이나 계속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든 정말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진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코앞에 있는 일을 하면서 다음 단계, 다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괴로움과 내가 안 하며 어느 누구도 이 일을 대신할 수 없다는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습득하게 만든다.


또한 다른 작업을 할 때도 지레 겁먹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신입사원한테 이런 걸 시켜?'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몇 번 하면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 번 큰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처음엔 넘사벽처럼 느껴지는 것도 과감히 시도해본다. 이 같은 경험은 이후 다른 작업을 할 때 큰 용기를 준다. 그리고 스스로가 능력에 한계를 정해서 하지 못했던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게 된다.


관심사가 통하는 인맥이 생기고 커뮤니티도 형성하게 된다. 관심 분야가 같고 이에 대해 밤이 새도록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났다면 이는 정말 행운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만약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고자 하는 일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전혀 관계가 없거나 관심 분야에 지식을 가진 지인이 없다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관련된 정보나 지식들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직접 인터넷으로 찾고 세미나, 컨퍼런스, 모임 등을 찾아다니며 정보들을 수집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차츰차츰 해당 분야에 아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인맥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동기부여도 하고 피드백을 주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본인이 원하는 인맥을 갖기 위해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노력하는 자만이 인맥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전적 보상이 생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수익창출이다. 내가 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첫 수익은 디자인 굿즈와 엽서를 판매하여 얻은 '2864원'이었다. 제작비와 수수료 떼고 남은 몇 푼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제2의 월급을 만들었다는 성취감은 너무나 기뻤다. 비록 시작은 미미할 수 있지만 언젠간 사이드 프로젝트를 본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 보고 싶지 않은가? 

이전 18화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