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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비 Apr 09. 2019

연애가 귀찮다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면 비연애주의자냐는 질문도 받는다. 아뇨, 그건 아닌데 지금은 별로 연애할 생각이 없어요. 그럼 늘 이유를 묻는다. 왜요? 연애가 디폴트인 사회에서 연애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납득시킬 만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럴 때마다 매번 설명을 늘어놓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다. 다음부턴 긴 말 필요 없이 이 글을 보여주리라.




01
나는 너무 바쁘다


일하고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취미도 즐기고 덕질도 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엄마랑 수다 떨고 집안일하다 보면 정신없이 한 달이 훌쩍 지나간다. 연애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지금 나는 내 삶을 살기 바쁘다.


02
충전이 필요하다


잠이 많다. 푹 자려면 열 시간은 넘게 자야 한다. 잠을 적게 자면 이월돼서 그만큼 더 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말은 보통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피곤하다. 바쁜 와중에 쉼도 챙겨야 하니 더 바쁘다.


03
연락이 귀찮다


전화와 카톡이 귀찮다. 혹시 모를 업무 때문에 벨소리만 진동으로 맞춰놓고 카톡 알림은 꺼놓은 지 오래다. 답장은 내킬 때만 한다. 나의 사적인 시간과 공간에서도 상대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게 피로하다.


04
썸도 귀찮다


상대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카톡 하나 말 한마디 행동 한 번에 전전긍긍하며 미끼를 던지고 지켜보고 반응을 살피고 고민하고 시나리오를 짜고 밀당하고 걱정하고 상상하는 이 모든 과정이 매우 귀찮다.


05
감정 소모가 힘들다


연애를 하다 보면 수많은 감정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예전엔 애절한 사랑인 줄 알고 끝까지 갔지만, 언제든 놔버리면 된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굳이 감당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사랑 말고도 중요한 게 너무나 많다.


06
나대로 살고 싶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다 보면 하나둘 맞춰나가야 하는 게 많다. 그러나 나의 성격과 습관, 내가 살아온 방식을 한 번에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다름은 다툼의 소지가 된다. 생각만 해도 귀찮은 일이다. 나는 그냥 나대로 살고 싶은데 말이다.


07
지켜야 할 게 많다


최우선 순위에 연애를 둘 수 없다. 내 삶과 꿈이 더 중요하다. 가족, 친구들, 동료들, 선후배 등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기도 바쁘다. 멋모르고 불나방처럼 사랑에 뛰어들기엔 지켜야 할 게 많아졌다.


08
외롭지 않다


연애가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연애로 결핍이 충족되는 건 일시적일 뿐 도리어 연애가 주는 공허함에 빠지기 쉽다. 내 삶에서 스스로 채워나가야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진다. 그리고 내가 충분히 채워지면 연애를 안 해도 외롭지 않다.




연애는 부차적인 요소다. 지금 내 삶으로도 매우 다이나믹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굳이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연애를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 것이다. 세상에 연애 말고도 재밌는 게 얼마나 많게요?


그러니 이제 애인이 없다는 말에 왜 연애를 안 하냐는 질문이 없길 바란다. 내 연애는 내가 하고 싶을 때 선택할 테니.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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