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없겠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예정이에요.
영국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을 묻는다면, 정해진 휴가 일수를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홀리데이 페이를 받으면서 날짜 꽉 채워 쓸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난 작은 가게에서 샵 어시스턴트로 파트타임을 하는 입장이라 사실 휴가날짜의 선택이 자유롭지 않아야 하는데 어느새 친구가 되어버린 가게 주인은 나의 잦은 해외행에도 부러움을 보일 뿐 딱히 별 말없이 보내준다. 10년 후 퇴직을 희망하고 있는 남편은 방랑기가 많은 부인을 맞아 정해진 휴가 일수를 다 쓰는 것은 당연하고 가끔 심지어 휴가일을 사야 하는 사태까지 가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다 인생에서 남는 것은 여행의 기억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거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특정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인생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새로운 날 만들어 주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먼 훗날 나이 들어 몸과 정신의 힘이 악해질 때 여전히 삶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주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곳에 남들에게는 별 거 아닌, 하지만 우리에게는 별 거인 여행기들을 적어본다.
읽는 이들이게 나와 함께 '우리'가 되는 행복을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