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을 향한 사랑
영국 사람들의 빈티지 사랑은 유별나다.
요즘엔 한국에서도 쉽게 빈티지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빈티지에 대한 애정 덕분에, 이젠 한국 어느 곳에서도 쉽게 유럽이나 일본 이곳저곳에서 공수해온 물건들로 보기 좋게 꾸며진 카페나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빈티지 가게에서 오래된 목재가구와 은식기 들을 살피는 날카로운 한국 바이어들의 눈길을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고, 동네 곳곳에서 열리는 빈티지 주말 마켓에서 소소한 빈티지 인테리어 소품들을 사려는 한국인 일반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아졌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빈티지에 대한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일 테다.
영국에 살게 된 나에게, 날로 커져가는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나면 동네 charity shops에 들려 새로운 물건들이 진열되었나 살핀다. 한국에 살 때의 내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진 일상이다.
예전의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이 나면 백화점에 들려 반짝이는 새 물건들을 들여다 보고 그것들을 소유하기 바빴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들을 빨리빨리 버려야만 했다. 가끔 예전의 나를 회상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없이 솟아오르는 부끄러움에 이불 킥을 몇 번이고 날린다.
이곳에서의 나도 물질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얻지는 못했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소유하고 싶어 마음이 어지럽다. 그래도 이곳의 나의 물욕이 향하는 곳은 영업을 종료한 식당에서 나온 오래된 나무 의자, 할머니에게서 받은 은식기, 주인을 잃은 쓸쓸한 보석함이나 노부부의 젊은 신혼부터 황혼까지 밝혀줬을 색 바랜 브라스 촛대 같은 것들이다.
이곳에서 나는 시간이 날 때면, 머리로 물건의 실용성을 살피는 쇼핑보다, 마음으로 그것이 숨기고 있을 이야기를 찾는 탐험을 한다. 영국으로 이주하며 시작된 나의 빈티지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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