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웨스트우드 펍입니다.

3. 이웃집 개, 우디 Woody의 오후산책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 펍에서 알바를 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과외 이외 다른 알바는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가에서 제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카페나 호프집 알바 경험도 없는 내가 영국 시골 펍의 바 메이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웨스트우드 Westwood는 정말 작고 오래된 마을이라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안다. 이곳에서 태어나 동네 초등학교를 나오고 근처에서 일을 하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과 결혼해 지금도 이곳에서 살며 자녀들을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에 보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마을. 이런 곳에 인도인이 아닌 동양인이 이사를 왔다! 

이사를 왔을 때 우리 집은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했다. 이전 주인 분들은 금슬이 아주 좋은 노부부였는데 두 분이서 사이가 너무나 좋으시다 보니 외부사람들이 집에 오는 것을 굉장히 꺼려했다고 한다. 자식을 포함해 누군가가 상주해 자신들을 돌보는 것을 원하지 않으셔 거동이 불편해지실 때까지 두 분 이서만 지내셨기 때문에 우리가 집을 샀을 땐 실내외 할 것 없이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았다. 그래서 이사를 한 후에도 집수리를 하느라 남편과 나는 이웃들과 빠르게 면을 텄다. 

그중에서도 우리 집 건너편 두 집 아래에 사는 말콤 Malcolm과 조 Joe와는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꼭 인사를 나눴다. 그들에게는 한살이 조금 안된 에너지가 넘치는 반려견, 우디 Woody가 있었는데 하루에 한두 번 우리 집 앞을 지나 산책을 갔다. 그때 우리 부부는 청크를 입양하기 전이라 동네 모든 개들을 내 개처럼 예뻐하던 시절이라 매일 보던 우디 Woody를 특히나 물고 빨고 했었다. 5년 전의 일이다.

그 후로 일 년 후 말콤 Malcolm은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됐고 그런 남편을 대신해 조 Joe가 우디 Woody 산책을 맡았다. 그것도 잠시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도중 리드줄이 묶여 있는 그대로 갑자기 전력질주를 한 우디 Woody 때문에 조 Joe는 크게 넘어져 엉덩이 뼈가 부러졌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땐 우리 부부에게는 청크가 있을 때라 가벼운 마음으로 우디 Woody의 오후산책을 해주기로 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디 Woody의 오후 산책은 여전히 우리 부부의 몫이다. 수술이 잘 되어 낙상사고가 있은 후 한 달 만에 부러진 조 Joe의 엉덩이 뼈는 붙었지만 조의 기억력이 희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말콤 Malcolm과 잊어버리는 것들이 많아진 조 Joe에게 유일한 활력소가 된 우디 Woody의 행복이 우리 손에 달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동네 펍 New Inn Westwood의 여주인장 캐롤라인 Caroline이 말콤 Malcolm과 조 Joe의 딸이다. 그리니 엄밀히 따지자면 우디 Woody는 캐롤라인 Caroline의 동생이 되는 셈이다. 우디 Woody의 오후산책을 하기 전에도 가끔은 동네 펍에 가서 식사를 했지만 그 후로 캐롤라인 Caroline과 우리 부부는 그녀의 부모와 그들의 개를 매개로 한층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가끔은 펍에서 공짜 식사를 했는데 우디 Woody 가족으로부터 온 고마움의 표시였고 우리 부부는 '받아먹은 놈이 더 열심히 한다.'는 믿음으로 감사히 먹었다. 

이렇게 평생 손님일 것만 같았는데, 어쩌다?